지령 600호를 발간하며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방송사에서는 지역의회의 한 장면을 보도한 일이 있었습니다.

격렬한 말싸움을 벌이던 한 시의원이 갑자기 가슴속에서 칼을 꺼내더니 회의 탁자를 칼로 내리 꽂고 있었습니다. 화면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도된 이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방의회 아니 한국의 지방자치는 이렇게 황당하고 몰상식한 모습으로 종종 언론에 보도됩니다.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의원들이 들지도 못할 만큼 많은 선물 꾸러미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며 한심한 작태라고 꼬집는 것은 지루할 만큼 자주 보는 지방의회 고정 뉴스입니다. 물론 이 뉴스보도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앙언론이 지방의회의 긍정적인 면과 지방자치의 희망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의 보도들은 지나치리만큼 선정적입니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지방자치가 한 걸음 내딛기도 힘겨운 것은 언론이 반 지방자치 여론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집권적인 체제하에서 누려왔던 그 충분한 기득권을 놓을 수 없는 일부 계층들과 몇몇 언론들은 지방자치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생존적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지역언론은 지방자치와 공존공생 합니다. 고양신문이 살아남고 쑥쑥 성장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방자치는 분명 진보입니다. 한 지역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복지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아름다운 자립, 획일화 된 가치기준을 다양화하고 선택의 자유를 확대 해 가는 참다운 민주주의의 실현입니다. 계층적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이념의 논쟁이 아니라 소모적인 자리싸움으로 변질된 중앙정치에 기대하는 것보다 자치를 확대하는 것이 더 희망적입니다.

고양신문은 장기전을 준비할 수 있는 가벼운 몸체로 체질을 개선하려 합니다. 고양신문이 처해있는 냉혹한 시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그 안에서 돌파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원칙을 붙잡고 늘어져야겠습니다. 바로 독자에게 사랑 받는 신문입니다. 만들고 싶은 신문을 과감히 버리고 보고싶은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원칙을 우리의 사활로 받아들이며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하기까지 13년 걸렸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600호의 자리에서 6000호를 준비하는 긴 숨을 들이마시고 고양신문이 성공해야 할 이유와 고양신문이 가장 소중하게 받들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되새겨 봅니다.

바위 틈새에서 자라나는 한 포기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고양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틈이 되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꼭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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