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he Knife.”

근착 미국의 시사주간지가 아시아의 성형수술 붐을 보도하면서 붙인 섬뜩한 제목이다. 아시아인들은 문화적 콤플렉스와 믿을만한 전문의의 부족 등으로 서구인들에 비해 성형수술을 꺼려왔지만, 지금은 아시아 전역에서 보다 나은 외모를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10명중 1명 이상이 각종 성형수술을 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조차도 쌍꺼풀 수술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같은 성형수술 열풍을 틈타 불법 의료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신들이 이와 같은 추세를 일종의 병리(病理)현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거의 같은 시점에 국내 유수의 광고대행사가 13∼43세의 한국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전화와 면접을 통해 알아 본 의식조사의 결과가 또한 충격적이다. 이들 여성 중 68%가 “용모가 인생의 성패에 크게 작용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여성에 있어서 외모는 일생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고 상당수의 여성들이 확고하게 믿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루 평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화장하는 시간은 평균 53분. 이른바 ‘외모지상주의’(Lookism)가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응답자의 78%는 “외모를 가꾸는 것이 멋이 아니라 필수”라고 응답한다. 상대방의 피부와 몸매를 보면 생활 수준도 짐작할 수 있다고 대답한 여성도 70%를 넘는다. 많은 여성들이 “외모에 신경을 쓰고 외출하면 다른 사람들이 더 친절하게 대하더라”며 나름대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증언하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의 외모 경쟁력은 피부미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운동화· 가방 등 소품에서부터 색조화장·헤어스타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인 수단으로 헬스·찜질방 뿐만 아니라 성형수술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생방송 ‘토크쇼’가 TV에 심심찮게 나온다. 7번이나 얼굴을 뜯어고친 30대 여인의 증언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상담역으로 나온 의사는 “그쯤 되면 성형 중독증”이라고 했다. 일종의 ‘디드로 효과’라는 것이다. 한군데를 뜯어고치면 다른 곳과 불균형을 이루어 그쪽도 손을 대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구-, 결국은 헤어나기 힘든 ‘외모 노이로제’에 빠진다. 이 대목에서 우리의 여성들은 ‘외모지상주의’를 통하여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일이다.

금과옥조로 여겨오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옛말이다. 누가 여성을 외모로 판단하는가. 눈을 밖으로 돌려 세계의 여성지도자들을 보자. 그들에게서 외모만으로 인품과 지도력을 판단할 수 있는가.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 즉 내면의 가치와 아름다움일 것이다. 우리의 일상과 사회활동은 미인대회장과는 전혀 별개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인다.

“여성들의 소비행태가 가족중심에서 개인 만족으로 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담당자의 코멘트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외모의 경쟁은 아무래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닐까. 그렇다면 ‘68%의 여성’ 중 대부분이 거울 속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묻고싶다.
<본지고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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