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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갱들의 도시를 바꾼 마법사회적경제로 해법찾는 도시재생5
  • 아일랜드 더블린=김진이 박상범 김혜동 사진=육성준
  • 승인 2013.11.21 14:54
  • 호수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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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문 도시재생 15년 진행
5천가구 1만6천명 임대주택
아일랜드 정부 8억유로 투입
설계부터 의견수렴, 주민 주도

   
▲ 단독 임대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새 주택들은 커뮤니티와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각 층마다 입구를 다르게 하고, 공원조경까지 배려해 이제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부럽지 않다.


인구 1만6556명 중 80%가 임대주택에서 살고, 실업률이 아일랜드 평균실업률보다 3배 높은 지역. 대부분의 아이들이 15살에 학교를 중퇴하는 동네. 1997년 유럽 최대 공공임대주거단지였던 발리문의 모습이었다. 저소득층의 주거문제 해결이라는 목적만으로 조성된 발리문은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탈출해야하는 부끄러운 이름이 됐다. 마약, 범죄, 갱, 약물중독. 인터넷 검색에서도 발리문은 우범지역이라 소개된다.  아일랜드는 부끄러운 이름 발리문을 바꾸기 위해 대규모 ‘발리문 재생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5년 동안 정부자금 8억유로(1조1540억원)가 투입됐다. 사업이 진행되며 발리문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찾은 발리문은 아직 완전히 철거가 끝나지 않은 고층 임대아파트와 사업이 마무리된 커뮤니티형 단독주택 지역, 공들여 조성된 공원과 공용 공간이 함께 있었다. 덕분에 발리문 재생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보다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60년대 주택난 해소 위해 건설
발리문 지역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이 심각한 주택난을 겪었던 1960년대에 생겨났다. 그 이전인 1950년과 1960년대 주택건설분야의 침체가 이어졌고 이러한 침체와 더불어 1963년 더블린시 중심가의 주택들이 붕괴되어 11일만에 4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심각한 주택난은 아일랜드를 위협했다. 이에 정부는 사회복지 분야 주택 해결책의 하나로 저가의 조립식 시스템 고층 주가건물을 교외에 짓기로 결정했다.

사업은 1965년 시작되어 4년 후 2820가구의 아파트 36동과 2층 주택 400채가 완공됐다. 아파트의 구성은 고층아파트 15층 규모의 탑상형고층아파트 7동과 8층 규모의 중저층아파트 19동, 4층 규모의 저층아파트 10동으로 이뤄졌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2층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1600채가 추가됐다.

“발리문은 더블린과 공항 중간에 위치해 고속도로가 중심을 관통해 마을을 2개로 나누고 있었다. 문제는 도심에서 발리문으로 오는 사람들은 발리문을 지나치기만 할뿐 방문하지 않는다.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펼친 이주정책도 발리문의 슬럼화를 더 빠르게 했다.”

더블린시가 세운 발리문지역재생공사 앤 린치(Anne Lynch)씨가 발리문 재생사업이 시작된 계기부터 설명했다. 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는 가구당 5000파운드의 보조금을 지급해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도왔다. 그러나 결국 지역에는 조금이라도 조건이 좋은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했고 더 열악한 형편의 주민들만 모여든 것이다. 듬성듬성 빈 아파트들에서 아이들은 마약과 약물을 했다. 장사가 안 되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가게들도 하나둘 문을 닫아 최소한의 생필품을 구입할 가게도 가까이 없었다.  

   
▲ 옛 아파트에는 현재 6가구가 남아 있다. 리사 매튜씨는 원하는 아파트로 옮겨질 때까지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25년이나 살던 정든 집을 무조건 떠나고 싶지 않다고.

이주보조금정책, 슬럼화 가속
1997년 발리문을 아일랜드의 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한 정부는 1998년 3월 발리문 재생 종합계획을 세운다. “부분 재생도 고려됐지만 결국 전체를 도시재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발리문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유럽에서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이미 살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또 한가지는 발리문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물리적, 사회적 관계, 지역적, 환경적 요인을 모두 고려한 계획으로 추진됐다.”

발리문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그저 낡은 집을 고치는 수준의 계획이 아니었다. 계획 단계부터 지역재생공사는 상세한 진행상황을 알리는 뉴스레터를 만들어 지역에 배포했다. 뉴스레터는 사업 완료단계인 지금까지 발행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대화가 계획단계부터 시도됐고, 도시재생 사업에서 커뮤니티 형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강조됐다.

도시재생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물리적 요인에서는 지역 활성화를 꾀했다. 발리문을 통과하는 고속도로를 다시 디자인해 주요도로가 발리문을 지상으로 지날 수 있게 했다. 도로변에 헬스센터, 아트센터, 레저센터 등 주민편익센터를 조성해 주민들이 도로를 지나면서 공공건물을 이용할 수 있게 했고, 발리문 초입에 학생들의 기숙사를 짓기도 했다. 발리문에 대학을 다니는 젊은이들이 이곳에 오도록 했고, 북쪽 끝에는 상가와 호텔을 지었다. 지하철역도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유럽의 재정악화로 사업추진은 아직이다.  쇼핑센터를 재개발도 상점 소유주들과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 발리문 지역새생공사 앤 리치씨

도시 입구에 학생기숙사, 상가와 호텔 조성
사업 계획은 방대하고 멋진 것이었지만 추진 과정은 쉽지않았다. 앤씨는 지하의 보여지지 않는 많은 관로들을 예로 들며 지난 사업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한 지역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다시 지하를 파보면 끝과 끝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오래된 지역의 가스관을 어디는 살리고 어디는 끊어야하는지. 아직 철거가 끝나지 않는 몇세대라도 전기를 끊으면 안되니 사업은 몇배나 어려웠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역언론에서 계속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약속했던 주민들의 편익시설이나 서비스를 마음대로 중단할 수도 없었다.”

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유럽 도시다운 멋을 찾아가고 있는 발리문. 지역재생공사는 새로 집을 지으면서 설계와 공간활용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가능한 임대주택처럼 보이지 않고, 집 앞에 나오면 다른 주민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한다. ‘공간은 막히면 안되고,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이 구분이 확실했으면 좋겠다’. 이런 주민들의 의견은 실제 설계에 반영돼 각 층마다 입구가 달랐고, 작더라도 마당이나 텃밭을 갖게 했다. 집들은 서로 분리되면서도 연결된다. 


36개단지 철거, 3천가구 다시 지어
15년 동안 36개 아파트 단지가 헐리고, 지금은 3개만 남았다. 3000여 가구가 새로 지어졌다. 형태는 일반 주택, 저가의 개인주택, 협동조합 주택으로 다양하다. 앞으로 25가구가 지어지면 재생 프로젝트 중 주택부분은 모두 완공된다고.

재생프로젝트가 시작될 당시 발리문 사람들은 80%가 임대, 20%가 개인소유 주택에 살았다. 이는 아일랜드 전국 평균 수치와 정확하게 반대된다. 프로젝트 진행 결과 39%가 개인주택, 61%가 임대주택에 산다. 아직도 아일랜드 평균치에는 못 미치지만 놀라운 변화인 것만은 틀림없다. 

   
▲ 철거가 예정된 옛 임대 아파트. 우리의 그것과 비슷하다.

8대 2 구도에서 6대 4로
이제 발리문 주민들은 지역에 4개로 분산된 ‘이웃 센터’에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즐기고 있다. 지저분한 아파트 계단과 풀이 무성했던 공원에서 놀았던 어린이들은 ‘유스센터’에서 풋볼이나 스포츠를 이제 즐길 수 있게 됐다. 주택의 열린 창문마다 공원들이 볼 수 있도록 조성해 지역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
환경단체, 시민단체들도 다양한 재활용사업이나 사회적 기업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일을 하는 ‘리디스커버리 센터’의 사회적기업 지원 자금은 유명한 아일랜드 맥주회사인 ‘기네스’에서 내고 있다.

기네스는 창업경진대회를 열어서 입상하는 사회적기업에게 1년간 창업기금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타이티타운’이라는 단체가 전국의 마을을 평가하는 행사에서 발리문이 상을 받기도 했다. 앤씨는 “예전의 발리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이런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단지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발리문이 전국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인증이자 영광”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스스로 환경운동팀을 만들어 환경교육과 난방비 감소운동도 하고 있다. 주민 대상 평생교육사업은 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주택에 입주한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주제로 한 교육은 대다수의 입주 주민들이 참여할만큼 성공적이었다고. 


기네스 사회적기업 지원 프로젝트
15년의 장기 프로젝트라는 역할을 마감하게 되면 내년 10월에 발리문 지역재생공사는 해산를 하게 된다. 100여명의 직원들은 대부분 시의 도시주택국 등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후 도시의 유지보수 업무는 더블린 시가 맡아서 진행하게 된다.

그이전에 지역의 관리를 위해 지역재생공사는 2004년 ‘세이퍼 발리문’ 계획을 세워 놓았다. 보다 안전한 발리문을 위해 6주에 1회씩 모여 토론회를 열어 안전에 관한 이슈에 대해 토론을 해서 실행계획을 만들고 있다. 실행계획에는 디자인의 문제, 펜스 교체, 가로등 신설, 경찰력 추가투입 등이 포함된다. 지역의 관리와 안전 문제를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4년 재생회사가 철수하더라도, 사회적 프로그램 등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프로젝트도 있어 2015년까지 중앙정부가 발리문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갖도록 하는 재생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할 계획이다.

발리문 도시재생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철거가 마무리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관리와 사회복지,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민참여, 주민자치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저소득 주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발리문에서 리더를 만들고, 주민들을 이끌어내는 일은 다른 지역보다 몇배는 더 어려워보였다. 철거될 예정인 아파트에 사는 6가구 중 한사람인 리사 매튜(Lisa Mattes)씨. 입주 순서가 늦어지면서 단독주택형이 아닌 새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 리사 매튜씨는 재생공사에게 원하는 아파트 입주를 요구하고 있다.

“25년 살던 아파트를 떠나서 다시 아파트로 가야한다면 굳이 이사가고 싶지 않다. 주민과 했던 약속들이 지켜지길 바란다. 이웃과 다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살아갈 영원한 나의 집을 갖고 싶다.” 리사씨의 주장이 우리 눈에는 자칫 과해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주민과 함께 진행하는 개발, 도시재생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과 사회투자지원재단 협력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김진이 박상범 김혜동 사진=육성준   kjini@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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