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일산 헤이즐넛 농장’ 홍영자 대표

▲ “웰빙시대에 기능성 열매인 헤이즐넛을 재배하는 보람이 크다”고 말하는 홍영자 대표.

‘일산 헤이즐넛 농장’ 의 홍영자(56세) 대표는 신비로운 기능성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고양에서 유일하게 재배하고 있다. 이 열매는 도토리보다 조금 더 크고 두 겹의 껍질 속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존재인 헤이즐넛이다.

“웰빙시대에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열매로 생각되어 실험정신을 가지고 재배에 도전했다”고 하는 홍 대표. 20여 년째 백석동에 살고 있는 홍 대표는 지인들의 추천으로 헤이즐넛 나무 1년생을 이번 4월에 심었다. 장항동 550여 평에는 300여 주, 식사동 800여 평에는 600여 주를 심었고, 매실·아로니아·대추·자두도 함께 식재했다.

홍 대표는 “헤이즐넛은 터키, 중국 등이 원산지다. 아직 국내에서는 재배가 드물고, 대구에서만 구입할 수 있어서 직접 대구로 가서 재배법을 배우고 묘목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묘목을 심기 전에 포크레인으로 밭고랑을 냈지만, 지난 여름 15일 동안 내린 비로 나무가 모두 물에 잠긴 적이 있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일을 하려는 인부는 한명도 나서지 않았다. 홍 대표가 장항동과 식사동 농장을 오고가며 3일 동안 비를 맞으며 작업했다. 너무 힘들었던 상황 속에서 ‘해는 져서 어두운데~’라는 고향생각 노래를 처량하게 읊으면서 해가 어둑어둑할 때까지 삽을 들고서 밭고랑을 다시 냈다. 물 빠짐 작업을 마친 순간, 어느새 비는 그쳤고, 친환경 농법이었던 농장에는 다시 풀이 키만큼 자라기 시작했다. 새벽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풀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두 곳 농장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풀을 뽑고 돌아서면 먼저 뽑았던 곳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평일엔 혼자서 일을 했고, 주말엔 홍 대표의 남편이 합류했다. 매년 다니던 휴가를 못가고 가을이 올 때까지 4번씩 반복해 풀을 제거했다. 이후엔 촉촉한 습기로 인해 뽑아둔 풀더미 속은 달팽이 서식지가 되었고, 나무 위까지 올라가는 달팽이들을 잡느라 또 한바탕 씨름을 했다.

이런 고생 끝에 홍 대표는 “기다리던 가을이 와서 차가운 날씨 때문에 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봄부터 가을이 올 때까지 긴긴 시간이 될 줄 몰랐단다. 봄에 묘목 심을 때는 능곡인력센터에서 두 명의 인부가 온 적 있다고 한다. 인부 중 한 명은 삽을 한 번도 들어본 경험이 없었고, 한 명은 삽 드는 일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이들을 돌려보냈고, 결국 평일엔 홍 대표 혼자서 작업했다. 

봄부터 헤이즐넛 나무를 심으며, 초보 포크레인 기사의 실수로 지하수가 묻혀버리는 등 온갖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손녀 딸 만큼이나 농장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묘목들을 보면 사랑스럽다고 한다.

헤이즐넛은 하늘이 내린 신성한 음식이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농작물 중 하나이다. 또한 호두·아몬드·캐슈넛과 함께 세계 4대 견과류로 손꼽힌다. 기존 야생 개암나무를 교배, 육종한 것으로 조금 더 크고 뛰어난 맛을 지녔다. 우리가 흔히 먹는 헤이즐넛 커피는 원두에 헤이즐넛 인공향을 첨가해 향이 나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헤이즐넛은 구수하고 달콤한 풍미가 나며, 호텔과 백화점에서 커피·아이스크림·초코렛·빵 등의 맛을 더해주고 있다. 헤이즐넛은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고 노화를 늦춰주며 피부를 좋게 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주는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또한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특히나 심혈관 질환, 암, 알츠하이머, 우울증 등의 발생위험 감소에 도움 되는 엽산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토록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을 주는 헤이즐넛 나무를 키우는 홍 대표는 백석중,고 운영위원장을 역임했고, 백석성당 등에서 성실한 활동으로 주변의 칭찬을 받고 있다.

서울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도 몇 년 째 마음을 보태고 있는 홍영자 대표는 “3년 후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느낄 수 있는 체험 농장을 운영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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