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손(鄭甲孫)이란 이가 함길도 도백으로 재직하던 때 왕의 부름을 받고 상경하던 중 관내에서 치르는 초시 합격자 방에 자신의 아들 오(俉)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즉시 시관을 불러 “늙은 종이 감히 여우처럼 나에게 아첨하려 드느냐? 내 아들은 아직 학업이 부족한데 어찌 요행으로 합격시켜 군주를 속이려 하는가?”하고 꾸짖었다 한다. 『해동소학』<선행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보조(普照)국사는 “어질고 선한 사람들의 혐오와 의심을 받는 입장에 놓이면 어찌 지혜 있는 사람이라 하겠는가?(處賢善人嫌疑之間 豈爲有智慧人也)『誡初心學人文』”고 하였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위의 이야기처럼 남에게 의심받을만한 일은 미리 하지 않는 법이다. 이런 단순한 상식을 모르고 세상을 살려하니 자식 때문에 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자식에게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주려고 기업인을 소개 시켰다가,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위장전입을 시켰다가, 귀한 자식 고생 안 시키려고 군대에서 빼 내었다가 밤잠을 설치는 그런 사람들이 가슴을 치며 들을 말이다.
<회산서당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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