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인에 의해 미 LA지역에 설립된 한국식 과외학원이 관할 교육청과 미국 사회로부터 질타 당해 문을 닫는 일이 있었다. 모든 교과 수업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보충학습도 교사가 전담하는 나라에서 반복학습과 선행학습으로 교육의 물을 흐려 놓았으니 망신살을 산 것은 당연하다.

요즘 방학생활을 유익하고 신나게 보내야 하는 학생들이 학원수업, 특히 선행학습으로 기진맥진하고 있다. 충격스러운 것은 중·고생들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 선행학습과외를 당연히 받아들여 방학 때뿐 아니라 학기 중에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계층에서 학원 선행학습을 위해 미리 고액과외를 준비하느라 아이들이 골병들고 있으며, 이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까지 우리 과외의 폐단을 지적하여 경제적 이유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정부에서 사교육비 지원을 권고하고 비아냥거렸을까.

실력과는 별개
선행학습 과외의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유발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교육적인가와 학교 교육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성이다 특기다 적성이다 창의력이다 떠드는 한편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과 입시제도, 학부모의 이기적 교육과 비뚤어진 교육열과 자식사랑, 사설학원의 교묘한 상혼 등이 어우러져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흥미와 호기심은 성취감 배가의 원동력으로 선행학습을 통해 미리 알고 있거나 어정쩡한 상태에서는 흥미나 호기심은 반감된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특정학교에서 출제되었던 기출문제 풀이 등의 선행학습도 점수와 성적 향상에는 일조하겠으나 학생의 스스로 학습을 방해하고 쉽게 학원에 의지하려는 습관 때문에 진정한 실력과는 거리가 있다.

실례로 서울의 모 특목고에서 영재반 학생 선발시험에서 학년을 뛰어 넘는 문제(선행학습을 한 학생이 풀 수 있는 문제)보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요하는 문제를 출제했더니 선행학습 과외나 경시대회반 출신 학생들보다 스스로 탐구하는 능력을 키워 온 학생들이 우수했다. 이는 선행학습의 병리성이 효용성을 능가한다는 반증이고 진정한 실력 키우기와 무관함을 의미한다.

교실황폐화 조장
어느 고교의 수업시간, 깨어있는 학생들은 앞줄 몇 명과 뒤에서 벌받는 아이들뿐, 대부분이 밤늦도록 한 학원공부 때문에 잠자고 학원수업 준비하느라 잠자고 있다. 교사는 전전긍긍하다 제재라도 하면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가르칠 의욕을 잃어 적당히 타협하며 자괴감에 빠진다. 수업에 충실하려는 학생들까지 피해자가 되니 수업공동화 현상은 학교무용론까지 대두시킨다.

학부모들은 대학입학의 골인점을 향해 선행학습이라는 빠른 부정출발을 심리적 위안과 불안감 해소만 생각했지 파장의 심각성과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 선행학습 과외 등 사교육 풍조가 만연하는 이유는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한 몫 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미명아래 변죽만 울리는 잦은 변화의 교육정책이나 입시제도도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일관성을 유지하여 예측이 가능토록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학원을 비롯한 학교밖 학습이 보충내지 보완에 머무르도록 교사와 학부모는 학교교육 정상화에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경기교육연구소장·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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