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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펍에서 이웃만나 맥주한잔사회적경제로 해법찾는 도시재생7 - 공공이 돕는 협동, 마을이야기
  • 김진이·김혜동·육성준·박상범 기자
  • 승인 2013.12.06 11:04
  • 호수 1152
  • 댓글 0
   
▲ 옥스퍼드 플런켓 재단의 공동체 마을상점은 영국에서도 공동경영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993년 23개로 시작한 마을상점은 20년이 지난 303개로 늘었고, 올해에도 약 30개의 상점이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상점의 주인이고, 상근 직원과 자원봉사자로 운영되는 소통의 사랑방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영국은 매년 농촌지역 평균연령이 3개월씩 올라가고 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매년 40만명 정도가 농촌을 등지고 있으며, 농촌에는 살아도 일자리를 찾아, 수입이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도시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영국의 농촌지역에서 상점이나 펍 등이 문을 닫는 현상이 많으며, 핸드폰 이용서비스가 어렵고 인터넷 인프라구축도 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영국의 농촌에서는 마을주민들이 협동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플런켓재단과 옥스퍼드지역 농촌의 성공사례를 살펴보았다.


   
조합원이 만든 동네가게, 협동주점
협동가게 303개, 마을사랑방으로
인터넷망 동네버스도 함께 만든다
협동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로


자족·자립하는 공동체 건설이 목표
영국의 농촌지역 문제해결의 구심점인 플런켓재단(Plunkett foundation)은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약 80㎞ 정도 떨어진 시골마을인 옥스퍼스(Oxford)셔 우드스탁(Woodstock)에 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협동을 통한 지역경제 번영을 위해 몸을 바쳤던 호레이스 플런켓(Horace Plunkett)경에 의해 1919년 설립됐다. 당시 산업혁명이 불어 닥치면서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된 농촌지역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던 플런켓 경은 ‘협동’을 통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해결에 나섰다.

농사에 필요한 기계구입에 함께 투자하고 마케팅과 자금을 공유하는 협동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플런켓재단의 활동은 시작됐다. ‘더 나은 농업방식, 더 나은 비즈니스, 더 나은 삶’을 슬로건을 내걸고 협동조합 설립운동에 박차를 가해 1920년대 말까지 영국 전역에 1114개의 조합이 설립되는데 기여했다.

재단설립 후 100여년이 지난 현재 20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상담활동을 하는 인원 12명과 전문가그룹 50여명이 비상근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단에는 대표인 마이크 페리(Mike Perry)씨를 비롯해 커뮤니케이션팀, 지원팀, 운영 및 프로젝트팀, 관리 및 총무팀 등 4개 팀이 있다. 재단운영은 재단기금 운용수익금을 비롯해 정부지원금, 기업후원금, 회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주된 사업비는 복권기금에서 지원되는 프로젝트를 수주해 충당하고 있다.

페리 대표는 “재단의 존재목적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통한 영국의 농촌문제해결과 국제적 빈곤퇴치이다”면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바탕으로 그 공동체 안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자족하고 자립하는 공동체 사회건설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런켓재단이 있는 옥스포드 거리.

힘을 합치면 농촌도 바뀔 수 있어
현재 플런켓재단에서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지역사회내 사람들이 가장 지역에 알맞은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는 신념을 갖고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방식을 적용해 농촌지역사회 재생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재단의 주요사업이 농촌주민의 생계와 관련됐었던 반면, 지금은 ‘우리가 힘을 합쳐, 농촌마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으로 농촌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농촌지역 600여개 공동체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런던을 포함한 도시지역까지 합치면 1만여개가 넘는 마을공동체를 돕고 있다.

주요활동으로는 농촌지역의 상점이나 펍(Pub, 간단히 식사와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영국의 농촌에서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의 역할을 함)이 마을공동체 소유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마을이 유지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점과 펍이 이윤감소로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15개 마을공동체 상점 운영을 지원하고 있으며, 협동조합방식으로 운영되는 22개의 펍을 돕고 있다. 영국전역에서 매주 평균 26개의 펍이 문을 닫고 있지만, 공동체 소유의 펍은 성장률이 높아, 재단으로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을 정도다.

또 하나의 성공적인 모델로 주목받는 것이 지난 6년간 진행된 로컬푸드 기업이다. 지금까지 재단이 지원한 기업들은 약 1800개로 기업형태는 아주 다양한데, 마을사람들이 재배를 같이 하거나 소매상을 차리는 경우도 있고, 먹거리협동조합이나 농부시장을 만들거나, 집에서 각자 재배를 하나 협동의 방식으로 물건을 파는 방식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플런켓재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 농촌지역에서의 삶이 도시 못지않게 높이려 하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를 위해 농촌지역 토지를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한 협동조합(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 Community Land Trust)을 조직하도록 돕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중교통, 공동농장, 마을에너지, 인터넷망 구축 등 이런 사업들을 마을공동체가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영국의 농촌지역에서 마을공동체가 협동의 방식으로 마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마을샵의 바비할머니는 와인에 대한 안내를 직접 손으로 써서 붙였다.

문 닫힌 상점, 마을공동체가 다시 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모범적으로 운영 중인 마을상점 2곳을 찾았다. 플런켓재단에서 약 3마일 떨어진 우톤(wooton)과 약 7마일 떨어진 태클리(tackley) 마을의 상점이다.

먼저 찾은 우톤상점의 간판은 새로 제작하기 위해 떼어진 상태였지만, 마을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상점이라 찾기 어렵지는 않았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상점에 들어서자, 1명뿐인 상근직원 레이첼(Rachel)씨가 연합취재단을 맞아주었고, 자원봉사자인 메리(Mary) 씨는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약 20분간의 취재시간동안 10평이 되지 않는 상점에는 학교를 끝낸 어린이들이 군것질거리를 사느라 들락날락 거렸고,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민들은 저녁 찬거리를 사느라 상점 안이 분주했다.

우톤 마을상점은 2007년 장사가 되지 않자 주인이 도시로 떠나면서 마을주민들이 돈을 모아 상점을 인수해 문 닫을 위기를 넘겼다. 당시 60명의 주민들이 주주로 참여해 1만5000파운드의 출자금을 모았고, 여기에 지방정부로부터 1000파운드의 지원금과 은행대출금 2만 파운드를 마련해 상점인수와 내부시설을 보강했다.

상점 운영은 650여명의 마을주민 중 45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1주일에 2시간씩 돌아가면서 계산대를 보고 있고, 상근직원 1명이 물건의 입출고 등 상점운영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주민 8명으로 구성된 마을상점운영위원회는 1년에 6회 정도 모여 상근직원에 대한 급여, 이익금의 사용처, 회계감사 등을 하고 있다.

마을상점이 문을 열고 첫 1~2년은 적자였으나, 수익이 조금씩 나고 있으며, 현재 수익의 대부분은 대출금 상환에 쓰고 있다. 이렇게 주민들이 모여 지켜낸 마을 유일의 상점은 현재 상점 역할이외에도 주민대상 정보제공, 허브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계산대 주변에는 지방정부의 홍보자료, 여학생이 추진하고 있는 암 예방 모금활동, 자원봉사자 상점근무시간표 등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에서 마을상점이 그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400여가구 1000여 주민들의 마을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태클리 마을상점을 찾았다.
마을상점은 태클리 커뮤니티센터 1층에 있었고, 센터 1층의 나머지 절반은 공연장, 2층은 마을홍보관 및 회의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태클리 마을은 지방정부로부터 이 커뮤니티센터 건물을 무상으로 임대받았고, 4년간 10만 파운드를 모금하고 30만 파운드를 지원받아 리모델링한 후, 2003년 마을상점 문을 열었다.
우톤상점과 다른 점은 5명의 직원이 시간제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상점 옆에 카페가 별도로 있어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현재 47%의 마을상점이 이렇게 카페기능과 휴식공간 제공하고 있다. 반면, 10대부터 80대까지 자원봉사자 50여명이 적게는 1달에 2시간, 많게는 1주일에 6시간씩 봉사하는 것은 우톤 마을상점과 비슷했다.

문을 연지 10년이 되었지만, 상점의 이익금에 대한 처리(재투자는 가능하지만, 이익분배는 안됨)를 두고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꾸준히 수익을 내고 운영될 정도로 마을주민들의 이용도가 높다. 또한 센터의 나머지 공간들은 운동·취미교실, 음식강좌, 대관사업 등 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고. 취재단이 방문했을 당시 1층 공연장에서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청소년들이 연극공연을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고, 상점 옆 커피숍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한창이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바비(barbie) 할머니는 “생필품, 선물, 와인, 고기, 야채 등 필요한 것이 다 갖춰져 있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되며,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별도 구비도 된다”면서 마을상점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이 높다고 자랑했다. 덧붙여 상점운영에 대해서는 “운영위원회가 이메일 등을 통해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수시로 수렴하고 있으며, 상점에 출자한 70명이 1년에 한번씩 모여 출자액에 상관없이 동등한 조건으로 회의를 해서 결정한다”면서 협동을 통한 민주적 운영방식을 강조했다.

현재 영국에서 공동체 마을상점이 협력을 통한 공동경영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플런켓재단에서는 마을상점에 대해 정부지원 정보제공, 상점물품공급자 추천, 전화 및 카드사용기기 지원, 물품구입비 지원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 현 집권정당은 공공자산이 나오면 공동체의 자산으로 돌리기 위한 유예기간을 두는 법까지 만들 정도로 마을상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지원 속에 1993년 23개로 시작한 마을상점은 20년이 지난 303개로 늘었고, 올해에도 약 30개의 상점이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마을샵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협동으로 마을버스와 인터넷까지
플런켓재단에서는 농촌지역의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는 마을교통에 주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삶의 질을 도시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인터넷 보급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마을공동체 교통수단은 정부의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운전자의 대부분이 자원봉사자이고, 자선단체나 재단으로부터 재정지원이나 기부를 받는 면에서 정부의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민간 버스회사와 다르다. 버스회사는 이윤창출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마을교통수단은 교통서비스 유지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애착이 높다. 정부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 농촌지역 버스노선을 유지할 수 있어 마을교통수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넓혀가고 있다. 플런켓재단에서는 독거노인, 차 없는 젊은이들, 차가 없는 가족들, 저소득층 등 교통이용약자들을 위해 공동체가 교통수단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화 한통을 하면 태우러오는 시간표를 만들기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는 문제해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정부는 2015년까지 90% 인구에게 25mb 다운속도를 맞춰주겠다고 선언했는데,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으로 지원이 많이 가고 농촌지역에는 인터넷망 설치가 어려워서 마을공동체가 나서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이 모여서 직접 땅을 파고 벽을 뚫어서 광케이블을 설치해, 일요일에 교회를 못가는 주민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교회예배를 중계하거나, 지역에서의 스포츠경기도 인터넷을 통해 중계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구축된 인터넷 기반시설이 마을을 위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플런켓재단 마이크 페리 대표는 마을공동체의 성공요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농촌에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방식이 성공하는 것은 정부지원방식이나 시장경제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실패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협동이라는 모델에 대해 우려를 하지만, 마을 내 자원봉사자로 상점과 펍의 직원이 충당되고 있을 정도로 공동체라는 주인의식과 소속감이 강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진이·김혜동·육성준·박상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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