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전통 문화단체 고양시 향토무형문화재 제57호 ‘고양들소리’ 보존회

고양시는 ‘농업 문화가 유서 깊게 발달된 곳이고 농요 소리와 두레패가 자연스레 전승’되어 온 곳이기 때문에 “고양농요와 고양12채 농악으로 구성된 고양들소리는 고양시 향토민속의 맥을 잇고 있다”고 ‘고양들소리 보존회’ 최장규 회장은 말한다. 그래서 그는 2000년 ‘고양들소리 보존회’(이하 보존회)를 창단한 이래 고양시 농요에 매달리고 있다.

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최장규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싹수’가 보였다고 한다. “7살 때부터 밥사발을 들고 라디오에서 들었던 회심곡을 부르거나 문살 사이에 젓가락을 꽂아서 장구 친다고 두들기기도 했고, 중학교 소풍가서 장기자랑 때는 민요를 부르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1977년 김간난 서도소리 및 굿소리 사사로 본격적인 소리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후 배뱅이굿으로 유명한 명창 이은관 선생을 찾아갔다가 조교로 일하고 있던 동관 김현규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동관 선생과의 만남이 그가 고양시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1984년 동관 김현규 선생님께 송포호미걸이 농요 및 경·서도 소리를 사사했고, 1991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을 이수했다. 1999년까지 송포호미걸이 전승관장으로 있던 그는 “돌아가신 오수길 전 고양문화원장님의 제안에 힘입어 2000년에 ‘보존회’를 창단했다”고 말했다.

“송포호미걸이 전승관장으로 있을 때는 송포호미걸이만 보였는데 나와서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다른 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 지역 경로당에 막걸리를 사들고 다니며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성석동 마골의 김현순 어르신도 만났고, 토당동 삼성당 마을에서 송순팔 어르신, 최기복, 이금만 선생을 만났다.

중면 백석리와 원당면 식사리에서 전해져오는 소리와 가락이 최기복 선생님과 현재 들소리보존회 명예회장인 이금만 선생님으로부터 전승되어 왔는데, 그것이 고양들소리의 유래라고 한다. 고양지역 두레패 선소리꾼들과의 만남이 최장규 회장을 고양들소리로 이끄는 계기가 된 것이다. 2000년 최기복, 이금만 선생님께 고양들소리를 사사 후 그분들과 함께 ‘고양들소리 보존회’를 설립해 전승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최기복 선생은 2009년 7월 27일 84세의 나이로 작고했고 이금만 선생은 명예회장으로 보존회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00년에 창단된 보존회는 두레소리극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고양시문예회관)로 공연을 개최했고, 2004년부터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지역민속예술토요상설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들소리 발표회를 갖게 되어 올해 10회 정기공연을 성황리에 열었다. 최장규 회장은 “2000년 고양들소리 보존회 창단 시 95%이상의 회원들이 함께 해주셨고, 그 분들이 지금까지도 보존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10여 년 이상을 함께 해준 회원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현재 보존회는 이금만 명예회장, 최장규 보존회장과  조성환·김정희 부회장, 이용덕·이승범 상임이사와 10명의 이사 그리고 3명의 상임위원, 10명의 위원, 27명의 보존회원과 사무장, 각각 2명의 지도실상과 지도보조 등 총 6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존회는 창단 이래 적극적으로 고양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많은 상을 탔다. 2003년 고양행주 전국국악경연대회 명인부 대상을 수상했고, 2007년 제48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고양 들소리’가 금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제7회 경기도 청소년 민속예술축제에서 ‘마두장군놀이’로 대상과 지도상, 2009년 제17회 경기도민속예술제 ‘백석도당 액줄놀이’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최 회장은 고양문화원 이사, (사)우리음악 연구회 부이사장, 고양시향토민속예술연합회 예술감독, 고양선공감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보존회 예술감독, 고양12채농악연희단 자문위원, (사)한국민요연구회 이사 (사)강원민요연구회 이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보존회다. 고양의 전통을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무형문화재 지정이 있어야 하고, 전승할 수 있는 시설인 전승관도 있어야 하고, 전문적인 인재들로 구성된 고양시 농악단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그동안 키웠던 제자들도 이곳으로 불러오고 싶고, 재능 있는 젊은 층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무형문화재가 있어서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이들에게 전수·이수증을 줄 수 있는 뒷받침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민요로 전통문화계에 발을 디딘 이래, 지난 10여 년 간 주목받지 못했던 고양시 농요를 발굴·보존하는 역할을 해왔던 최장규 회장은 “전통문화가 젊은이의 정서와 현대화에 맞게 가려면 ‘재창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제10회 정기공연은 그가 주장하는 ‘재창조’의 성공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는 많은 세월 고양시 전통가락과 함께 해왔지만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창조적인 계승과 보전을 위해 “고양농요의 악보화와 음반작업, 고양12채농악의 체계적인 연구와 정리, 사리현동의 성벽쌓기, 삼성당 기싸움놀이 등 고양시 민속놀이의 복원 및 재현 사업,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정한 지역 향토예술의 콘텐츠 사업인 ‘도깝대감지신놀이와 고양맹인소놀이’의 무대화 작업 등 앞으로 할 일이 많다”며 원형보존과 함께 재창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양시 문화관련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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