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로 해법찾는 도시재생8 - 지역 역량이 자라는 도시재생 / 영국 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링크

도시는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 시대,환경, 정책의 변화, 인구의 흐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팽창했다가 축소되는 것을 반복한다. 도시나 농촌을 불문하고 일어나는 이 같은 변화 속에 불가피한 유휴공간이 발생하게 된다. 이 유후공간들은 쓰임새를 잃음과 동시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이를 중심으로 종종 우범지역으로 전락해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현상은 쇠락한 도심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를 방치하느냐, 재활용하느냐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각 지자체의 정책에 의해 결정되곤 했다.

자치구로부터 빈 건물 활용
장기무상임대…주민복지서비스
빈민퇴치, 범죄율 감소, 공동체
지역 활성화 등 도시재생에 효력

▲ 낡은 공공건물을 지역 공동체가 임대해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며 도시재생의 사례를 만들어낸 런던의 커뮤니티 링크. 제랄딘 블레이크 대표는 한국의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방문을 하기도 했다.


후추알만큼 저렴한 임대비용
반면 사회적경제를 표방하며 수많은 커뮤니티가 자생한 서유럽 영국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지역의 민간단체에게 ‘후추알 계약’이라는 다소 위트 있는 방식의 계약으로 장기간 무상임대하며 각종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게끔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가 후추알 하나 만큼이나 저렴한,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임대료를 받으며 민간단체에게 장기간 건물 사용권을 주고 해당 민간단체는 지역의 공공서비스와 공적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법은 재정구조가 일반기업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는 민간단체가 지역에서 오랫동안 공적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같이 공공의 지역자산을 민간단체가 장기 무상 임대, 관리하며 지역민들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에셋매니지먼트(Asset management)라고 한다. 런던 뉴햄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 링크(Community Link)는 영국 에셋매니지먼트 사례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민간자선단체인 커뮤니티 링크는 1997년 두 명의 청년이 300파운드의 보조금으로 버스를 개조해 지역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시작됐고 현재는 영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인 런던 동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버스개조해 커뮤니티 공간 활용
커뮤니티 링크는 현재 법률상담, 구직상담, 복지서비스 제공, 재취업 교육, 청소년활동, 가족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특히 취업 지원 분야에서는 영구 남동부 지역에서 가장 성공한 조직으로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커뮤니티 링크가 메인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영국 에셋매니지먼트를 대표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886년도에 지어져 당시 웨스트햄 구청으로 쓰였던 이 건물은 1894년도 이후로는 시민들의 모임공간인 ‘타운홀’로, 1960년도부터 약 20여년 간은 학교건물로 사용돼 온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곳이다. 그러나 1988년 경 노후된 건물에 대한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학교가 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1989년 이후에는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방치돼 왔다.

커뮤니티 링크는 1980년대 이후 학교 이전 이후로 빈 공간으로 방치돼 온 옛 구청 건물을 런던 뉴햄 구청으로부터 장기 임대받아 현재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 임대기간은 125년. 임대료는 거의 무료에 가까울 정도로 적어 커뮤니티 링크는 임대료에 대한 걱정 없이 자선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방치된 구청 건물 장기임대받아
제랄딘 블레이크(Geraldine Blake) 커뮤니티링크 대표이사는 “당시에는 공동체 조직에게 공공건물을 양도하는 것에 관련된 정책이 없었기 때문에 의회의 결정으로 공개입찰이 진행됐고 전국적인 규모의 게임회사와 경쟁을 했었다”며 “커뮤니티 링크가 이 건물을 지역민의 이익을 위한 선의의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인정받아 입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어진 지 100년이 넘는 낡은 건물을 시민들의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는 데에는 상상 이상의 거금이 필요했다. 이에 커뮤니티 링크 측은 전국의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건물개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모금행사에 찰스 황태자를 초청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를 탔고 이후 125개 기업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커뮤니티링크는 150만파운드(한화 27억여원)를 모금하는데 성공했고 건물 리모델링 등으로 2년여 준비기간을 거쳐 1994년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현재 커뮤니티 링크는 이와 같은 에셋매니지먼트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16개의 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제랄딘 대표는 “메인 빌딩의 경우 125년 장기임대, 어떤 건물은 25년 같은 단기 임대이며 기부금으로 구입한 커뮤니티 링크 소유의 건물, 기업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건물도 있다”고 말했다.

방치돼 온 지역의 유후자산을 무료로 장기 임대해 지역활성화와 단체활동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등 커뮤니티 링크의 에셋매니지먼트 사례가 국내외로 주목받고 있는 반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점들도 있다.

제랄딘 대표는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다 보니 부분적으로 꾸준히 보수하는데 상당한 금액이 소요되고 있다”며 “그러나 주민공동체가 유후공간을 사용하면서 지역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고려할 때 이 같은 방식은 제도적으로 유지돼야 할 것임에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과 사회투자지원재단의 협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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