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마을은 1973년에 설립된 한센병력자 집성마을이다. 고립을 위해 고른 외진 동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신평3리는 도심에서 약 8km 떨어져 있는 곳으로 병원, 교육, 문화시설도 없는 곳이다. 동네가 외진만큼 한센인들의 마음도 세상과 멀어져있는 외로운 마을. 67세대 144명 중 한센인들은 44세대 105명이다. 한센인들 평균 연령은 71세로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2010년 초 경기도 행복학습마을 시범마을 1호로 선정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포천 신북면 장자마을 주민주체로 우뚝
경기도 행복학습관 13호 확산 이유 만들어
67세대 144명, 산업단지 조성사업도 함께
변화에 대한 갈망, 빠른 성과 주목받아

“고양시에도 예전에 식사동에 한센인 마을이 있었죠? 거기 회장님들이랑 다 잘 압니다. 우리 한센인들은 우리끼리 모임이 있거든요. 굽은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 누르고, 한글하나씩 배우고. 그것만으로도 동네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죠?”

한센인 관장, 며느리가 코디

▲ 한센인 며느리로 코디를 맡고 있는 이윤숙씨.(사진 왼쪽)

▲ 한센인 대표이자 신북3리 이장인 최종국 관장.
장자마을 행복학습관 최종국씨는 신평3리 이장이다. 한센인인 최 관장은 “개관 때 따로 할 사람이 없어서 맡았다”면서도 행복학습관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소외된 마을이 평생교육기관을 계기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자신도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운영은 사업주체인 대진대 전문가들이 맡고 있지만 사람들을 모으고, 행복학습관을 운영하는 것은 최종국 관장과 주민들의 몫이다.

짧은 기간 주민들은 자존감을 높이게 됐고, 인구유입도 늘어나고 있다. 최 관장은 “우리 동네,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생기고 있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장자마을이 빠르게 정착된 배경에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최종국 관장 이외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코디네이터들에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것이다. 이윤숙씨 등은 한센인 집안의 며느리로 대진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과정을 이수하고 코디로 참여하고 있다.

이윤숙 코디는 “우리 동네 주민들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자부심이 생긴다. 다른 시군에서 찾아올 때마다 참 자랑스럽다”며 “반 상근 형태로 2명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합창단 한경숙 단장은 “우리들이 어디 갈 수 있겠나. 여기서 한글, 컴퓨터, 노래교실 배우면서 즐겁고 너무 좋다”며 “우리 합창단은 오라는데도 많다”고 자랑했다. 한글교실 수강생인 이춘자씨는 “글자를 직접 읽게 돼 너무 좋다. 시간이 날때마다 행복학습관에 와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방, 도서관, 체력단련실까지

▲ 복지회관을 리모델링한 행복학습관. 풍물, 헬스기구를 들여 주민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행복학습관 사업주체였던 대진대 평생교육원에서는 2010년 개관에 앞서 장자마을 소유의 복지회관을 리모델링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231.4㎡(70평) 공간에 강의실. 멀티룸과 체력단련실, 컴퓨터교실, 공부방, 작은 도서관들이 만들어졌다. 개관행사는 같은 해 6개월 프로그램이 마무리 된 6월 24일 열렸다.

행복위원회는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최종국 위원장과 7명이 참여해 주기적으로 마을 모니터링, 문제진단 등을 하고 있다. 개관 이후 행복위원회는 매월 회의를 열어 학습관의 운영에 대해 고민했다. 설문조사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장자마을에서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은 한글교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초급과 중급 수준의 읽기와 쓰기교육을 하고 있다. 은행에 갈 때마다 입출금청구서도 스스로 작성하지 못하던 어르신들이 한글교실을 통해 스스로 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자부심도 커졌다.

 

▲ 이윤숙씨가 퀼트, 비즈, 공예수업을 통해 만든 작품들을 방문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한글교실, 난타, 과학교실 인기
장자대학 꼬마교실도 인기였다. 지역 마을로는 드물게 아동들이 많았던 장자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심리치료와 과학나라, 예절교육, 동화구연 수업은 인기가 많았다. 청장년층을 위한 행복한 해피 하우스 교실에서는 퀼트, 비즈공예 등 주부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2010년 8월 장자마을 최초로 ‘신나는 마을캠프’가 열렸다. 10월 17일에는 다온마을 2호 행복학습관 개관 행사와 11월 세계한센포럼에 장자마을 어머니 합창단이 초청되기도 했다. 2011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한 제8회 전국 평생학습대상에서 기관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교과부는 장자마을 학습관에서 모든 세대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장자마을의 성공은 행복학습관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장자마을이 있는 포천시 신북면에는 산업단지 양성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이어졌다. 장자마을은 산업단지가 들어서있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 평생학습프로그램의 개발, 운영으로의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마을의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전문성을 갖춘 전문역량 강화, 창업, 취업 등 일자리 프로그램 확산 등 개인이 경쟁력 강화로의 변화도 주요 과제다.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관광농원을 개발하고, 한센인들이 평생학습을 통해 변화해온 과정 자체를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전용 견학코스를 마련해 지역 산업과 함께 지역의 역사를 하나의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종국 위원장은 “장자마을 행복학습관이 짧은 시간 평생학습대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거두며 지역에 희망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병환자였던 장자마을 사람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며 “우리의 꿈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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