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은 천간의 첫 번째로 오행으로는 양목(陽木)에 해당되고, 방위로는 동쪽에 해당되며, 계절로는 봄에 해당되고, 오색으로는 청색에 해당되며, 오의로는 인(仁)에 해당된다. 오(午)는 지지의 일곱 번째로 오행으로는 양화(陽火)에 해당되고, 계절로는 한 여름에 해당되며, 방위로는 남쪽에 해당되고, 십이지로는 말에 해당된다.

 이러한 천간지지의 속성으로 풀어 보면, 갑(甲)에는 봄의 따스함으로 생명을 내어 자라게 하는 기운이 들어 있고, 오(午)에는 봄의 따스함이 극성해져 생명들을 왕성하게 자라게 하는 기운이 들어있다. 십이지를 근간으로 하여 물형에 대비하면 푸른 암말에 해당된다.

 「주역」 〈곤괘(坤卦)〉에서는 포용력이 있고, 너그러우며, 사물에 밝고, 넓고도 두터운 땅의 덕성을 거론하며 땅을 상징하는 동물로 암말을 지목하고 있다. 암말이 이처럼 만물을 기르는 땅의 덕성을 상징하는 동물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유순함과 쉬지 않는 굳센 지구력으로 좋은 씨를 잘 간직하여 잘 기르는 덕성이 있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갑오년은 이런 암말의 기운이 왕성한 해이다.

 갑오(甲午)를 「주역」의 괘에 배치시켜보면 〈가인괘(家人卦)〉가 된다. 〈가인괘〉는 집안을 꾸려나가는 도리를 밝혀놓은 괘이다. 그 요지는 집안이 밝은 도리로 바로서면 이것이 미루어져 천하가 안정된다는 이치를 담고 있다. 〈가인괘〉의 괘사 첫머리에  “가인(家人)은 여자가 정(貞)해야 이롭다.”고 적고 있다. 문장 그대로 풀면 ‘집안이 잘되려면 여자가 바름을 잘 간직해야 이롭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문장에서 여자는 단순히 여자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상징성을 가진다.  여자는 안과 밖으로 구분할 때는 안을 상징하고 마음가짐과 행동거지로 구분할 때는 마음가짐에 해당된다. 이런 상징성을 포함시켜 이 말을 풀어 보면 마음이 발라야 바른 행동이 나오고 자기 집안부터  발라야 남의 집을 바르게 할 수 있으니, 이런 이치를 행해야 이롭다는 뜻이 된다.

 이어서 단전(彖傳)에서는 “가인(家人)은 여자는 안에서 위치를 바르게 하고 남자가 밖에서 위치를 바르게 하니, 남녀가 바름이 천지의 대의(大義)이다. 가인(家人)에 엄한 군주가 있으니 부모를 말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부인은 부인다워야 가도(家道)가 바르게 되리니, 집안을 바르게 하면 천하가 안정된다.”고 하였다. 각 구성원이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 지는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집안을 다스림에 있어 지나치게 엄하면 원망이 일고 지나치게 자유로우면 질서가 무너지므로, 엄함과 너그러움을 때에 맞게 하는 것이 집을 흥하게 하는 도리이다.

〈가인괘〉를 국가에 적용시켜 각 구성원의 올해 행동지침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국민은 삿된 기운이 침범치 못하도록 새해 초부터 방비하라. 국민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순함과 겸손함으로 국민들을 내조하라. 재야 사회단체 지도자들은 엄함과 너그러움을 때와 일에 맞게 하라. 다스림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공손한 마음으로 정도를 따라 국민들을 부유하게 만들어라. 다스리는 사람은 스스로 솔선수범하여 가도(家道) 행함을 지극하게 하라. 사회 원로들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얻어 어른의 위엄을 갖추어라.”

 집안을 흥하게 하는 도리와 국가를 흥하게 하는 도리가 둘이 아니니, 오직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순한 마음으로 올바름을 간직하고 실천하는데 쉼 없이 노력한다면 길함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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