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발달하기 이전의 연말과 연초에 새해 인사를 대신하는 카드를 열심히 보냈던 것이 생각난다. 이 때 카드 앞에 우표와 함께 크리스마스씰을 붙어야 감사와 행복을 비는 카드가 완성됐다. 크리스마스 씰은 구세군의 자선난비와 함께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불우한 이웃을 돕는 중요한 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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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한 우체국장이던 ‘아이날 흘벨(Enar Holbell)’이 성탄 새해를 축하하는 우편물에 봉인하는 씰을 부착하도록 하여 이 수익금으로 결핵퇴치 기금을 조성하자는 의견을 국왕 크리스찬 9세에게 건의했다. 그리고 1904년 12월 10일에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이 발행됐다. 한 우체국장의 결핵 걱정이 국왕의 정책이 될 만큼 결핵은 사회적 문제인 감염병이었다.

1800년대 이후 유럽은 산업혁명으로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빈부의 차가 커지면서 빈곤층과 어린이에게 결핵이 퍼져나갔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서 살아서 감염과 균의 전파가 용이했고 어린이가 그 희생자였다. 하나의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덴마크에서  예방접종도 받지 않고 감염이 없었던 학생, 즉 결핵감염 감수성(결핵에 새로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대상)이 있는 94명이 활동성결핵을 앓는 담임교사에게 지도를 받았다. 94명 중 70명이 결핵에 감염되었는데 이 중 불현성감염(증상은 없이 튜베르클린검사만 양성)이 29명이고 1차 결핵이 41명이었다. 1차 결핵 중에서 폐결핵으로 증상이 나타난 학생은 14명이었다. 이 사례를 통하여 결핵 감염률은 감수성자 94명 중 70명이 감염되어 74.5%이고 결핵 발병률은 94명 중 41명이어서 43.6%라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결핵균 입자의 무게가 작아 공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닐 수 있어 교실이나 비행기 같은 여러 사람이 공기를 같이 사용하는 공간에서 쉽게 전파된다. 또한 질병 과정이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어 활동성 감염자가 본인이 감염 여부를 모르는 채 기침이나 가래를 통해 균을 퍼트릴 수 있는 것이다. 결핵환자가 무심히 길에 뱉은 가래가 타인에게 결핵균을 전할지 모른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결핵균은 잠재감염을 일으키는 균이라는 것이다. 결핵균은 완치가 된 후에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인식 못하게 죽은 척하고 있다가 면역체계가 저하되면 다시 나타나 증상을 나타내고 기침와 가래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이러하듯 우리가 숨을 쉬는 한 공기 중에 있는 결핵균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순환을 생각하면 결핵에서는 모두가 피해자고 동시에 가해자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결핵 발병률을 보이고 특히 청소년 결핵은 심각하다. 우리나라가 결핵 없는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 가? 이론은 간단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효과가 있는 BCG접종(도장식이 아닌 주사식)을 실시하고 보건교육을 통해 잠재감염 상태인 국민(튜베르클린검사 양성으로 나오는 모든 사람)은 건강관리를 하여 결핵이 재발되지 않고 결핵환자의 치료률을 높이며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핵은 공기로 쉽게 전파되고 치료과정이 길기 때문이다. 내년 크리스마스씰은 결핵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목표를 위하여 제작해 보자. 효과 있는 예방접종을 선택하는 의료인과 결핵 잠재감염 상태의 국민을 위한 건강관리, 긴 치료과정을 견디어야 하는 환자 격려하기, 감염자도 피해자라는 사회적 이해, 기침예절과 길에 가래 뱉지 않기 등을 실천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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