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 소설가·고양작가회의 회장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금년에도 예외 없이 동해의 일출 명소는 해돋이를 보며 소원성취를 빌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 모양이다.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이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이렇듯 우리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것은 새해 새날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때가 되면 언론매체들은 앞을 다투어 여러 종류의 설문조사를 내놓는다.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금년에는 유독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는 통일에 대한 의식구조를 조사한 모 언론매체의 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우리나라 20대들의 통일관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것을 간추려 보면 대략 이러했다. 먼저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물음이었다. ‘반드시 통일은 꼭 이루어져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65.3%의 20대가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 삶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65%), 통일의 이익보다는 그에 대한 비용이 더 크다(48%), 라는 것이었다. 이는 그들의 대다수가 통일보다는 분단이 이대로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을 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의 20대들이 통일이라는 대명제보다는 어느새 미시적 경제 손실만을 계산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였다.

분단의 고착화란 이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우리의 내면을 파고들어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책임을 그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평화 통일에 대한 교육을 그동안 등한히 해왔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직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통일의 꿈을 버리고 않고 있는 34.7%의 20대가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남북의 신년사를 들어보면 금년에도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절대 적이라고 명시해놓고, 평화통일 관계개선 운운 하는 것부터가 서로 외나무다리를 먼저 건너가겠다고 으르렁거리는 것 같아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분단 60년을 통해 이미 익히 알고 있다. 정권은 결코 영원할 수 없으며, 이념이나 가치관 또한 시대의 변천에 따라 수정되게 마련이라는 것을……. 그런 가운데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통일의 꿈일 것이다. 더구나 그것은 벌써 우리가 의당 이루었어야 할 것이었던 까닭에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원하는 통일정책이란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문제처럼 쉽고 간단하다. 힘의 논리나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평화를 대전제로,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을 가슴에 품고, 믿음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보듬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분단으로 그동안 단절되었던 사람들의 자유 왕래와 문화적 교류부터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정자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이제는 주체인 우리들이 스스로 앞장서서 접근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가까운 친척도 자주 봐야 정이 두터워진다는 이치와도 같다.
청소년들은 우리의 미래이다. 그러므로 통일이 우리의 꿈이요 미래라고 한다면 이제라도 우리는 서둘러 통일에 대한 교육 방안을 모색하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왜, 분단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역사성과 아울러, 또 통일이 왜 꼭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당위성 등을 중점적으로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전문가를 발굴 육성하여 각 학교로 파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희미한 그들의 통일관도 다시 선명하게 바뀔 게 틀림없다.

인내는 힘이 세고, 시련은 반드시 그 끝이 있게 마련이다. 부디 갑오년 새해에는 통일에 대한 좋은 소식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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