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는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를 이 땅에 도입했으며 전국의 50%, 고양시와 같은 수도권의 일부 도시는 80∼90%이상의 주민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의 생활양식과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아파트는 이기적이고 소외된 주거형태가 됐다.

아파트는 살기 좋은 마을공동체로 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시설이나 주차장 등 공동이용물이 많고 세대간의 공간이 밀집되어 있어서 공동체 의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고양시와 같이 주거지역 근처의 러브호텔을 비롯한 유해업소 문제나 쓰레기 소각장 옆의 초고층아파트 건설 문제 등 대다수 주민들의 의사와 반대되는 정책에 대하여도 주민자치기구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집단적인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아파트 안에 있는 주택건설촉진법과 공동주택 관리령에 의해 구성된 입주자 대표회의, 자생적으로 조직된 임의단체인 자치부녀회, 노인회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에서 주민 조직으로 구성한 반상회, 새마을 부녀회 등의 여러 주민자치기구에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서 입주자 대표회의는 주민들의 대표성을 가진 유일한 조직으로 아파트 공동체운동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하는 관리사무소에 대한 관리비 예산의 심의와 집행, 감독은 지방의회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심의와 결산 검사, 그리고 행정사무 감사를 하는 것과 규모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조직은 자생적으로 결성된 임의단체인 자치 부녀회다.

초기 부녀회는 아파트 공동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수익사업에 더 눈을 돌렸고, 때로는 상가 분양의 이권 개입, 금품 수수 등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그동안 부녀회에 대한 인식은 곱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들이 아파트 일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치부녀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주민들간의 친목도모와 아파트 관리 전반에 대한 세밀한 점검, 봉사활동 그리고 문화교실 등의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자치부녀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아파트 공동체 운동은 그만큼 활성화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주민자치기구가 활성화될 때에 비로소 아파트의 자치가 실현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민주적인 운영이 필수적이다.

아파트단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에 청소· 방역· 주차· 쓰레기 분리수거 등 여러 가지 보건· 위생· 환경· 교통· 문화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해결을 위해 아파트에서는 자치적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여 대책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서는 주민들에게 약간의 전문적인 지식 - 관리비 내역서·고지서·결산서 보는 법, 관리방법 결정, 관리규약 개정, 입주자 대표회의의 구성 및 운영 등 - 이 필요하다. 이러한 내용은 어렵지는 않지만 주민들이 체계적으로 접근할 기회가 전혀 없으므로 주민자치기구에서 원활한 주민자치와 효율적인 아파트 관리를 위해서 외부의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아파트 관련 단체에 의뢰하는 방법으로 동대표 및 주민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를 메마른 주거형태로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참여민주주의가 보장되는 마을공동체로 만들 것인가는 결국 주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활성화되고 토론 문화가 발전되면 주민들의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고양시의원, 참여연대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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