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이야기] 최성 고양시장의 ‘가정과 일’

▲ 최성 시장과 아내 백은숙 씨. 아내는 한 명의 유권자이자, 학부모로서 고양시가 우수한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도시로 성장하길 고대하고 있다. 남편이 그 역할을 잘 해주었으면 좋겠단다. 아내로서 남편에게 거는 기대는 함께 시장 보고, 음식 만들고, 등산 가고, 책도 보는 것. 여유 있게,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정치를 그만 두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정치를 그만 둬도 남편은 끊임없이 무언가 몰두하고 있을 거라고 의심한다. 87세인 아버님은 교직을 그만두고 더 왕성한 활동을 하셨고, 아직까지 매일 책 읽고 글 쓰는일에 몰두하고 계신다며. 아마 유전인 것 같아서, 아내로서 기대는 조금씩 삭여가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저마다의
끼와 소질 키우는
창조적 교육도시
만들고 싶어

2014년 새해를 맞는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이 분주하다. 어떤 각오로, 어떤 계획을 세워야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낼 수 있을지, 새로 장만한 수첩이 첫 장 부터 빼곡하다.
평범한 시민들이 맞는 새해도 이리 분주한데, 100만 시민의 삶터인 고양시를 운영하는 고양시장의 마음은 얼마나 분주할까. 설 특집으로 최성 고양시장 인터뷰를 보도한다. 마이고양 인터뷰는 가정과 여성, 교육문제로 초점을 맞춘다. 요즘처럼, 보편적 정치 이야기가 재미없을 땐,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는 어떤 남편이고 어떤 아빠인지 궁금하다.
아내와 아이들은 포기단계를 넘어 여유 있게 관망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그래도 아내는 가끔 안타깝고도 섭섭한 문자를 날린다. “당신은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우리 셋이 원하는 최소한의 시간도 배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다시 보낼 수 있는 문자는 그리 길지 않다. 너무 많은 생각이 교차해 어떻게 해도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 당신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짧은 내용이다. 요즘엔 정말 마음먹고 준비해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아이들은 이제 기회를 놓쳤다. 요즘은 같이 뭘 하자고 해도 거부한다. 두 아이가 대학에 진학해 아내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나의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아이들을 키우며 고민도 많았을 텐데,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란 말은 거의 안했던 것 같다.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았으면 하는 기대가 컸던 만큼 간섭하지 않으려고 했고, 또 그럴 수 있는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 교육은 모두 아내가 감당해가야 할 몫이었다. 아주 특별하게 자라진 못했지만 대견할 만큼 잘 자랐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기만 하다. 솔직히 아이들에겐 서운할 때도 많다. 아버지로서 진지하게 건네는 조언을 경청하지 않는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신뢰를 쌓았다면 스폰지처럼 스몄을 텐데, 과정 없이 결과만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섭섭하다. 딸아이는 아빠처럼 힘든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아들놈은 법조인이 되겠다는데, 좀 맞지 않을 것 같아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귀담아 듣지 않는다. 20대 초반의 나를 돌아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아내는 가끔 아빠로서 아이들이 필요할 때 함께 해주지 못했고, 이미 때를 넘겨버려 엎질러진 물과 같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아내가 원하는 시간은 아들과 목욕탕가고 가족이 외식하고 등등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었다. 그렇지 못했던 것을 인정한다.

백은숙 여사께 잠깐 물어봤다. 남편이 어떤 사람이냐고.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 이라고 표현하더라.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
명예도 지위도 좋아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소소한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사람이다. 나에겐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치이지만, 지금까지도 그 가치를 지켜오고 있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말로는 나를 포기했다고 하지만 가치가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내는 내게 가장 냉정한 조언자이다. 국회의원에 떨어졌을 때, 너무 낙심했었고 정치의 길에 접어든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 때 아내는 착각하지 말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정치란 올라갈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고, 보이는 인기는 일부이며 무엇도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을 그리 표현한 것이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정신을 차리는 조언이 됐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선택을 하면 올인해 지원해준다. 대외적으로는 자기자리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비서관 시절부터 국회의원, 고양시장, 오늘 현재까지 아내를 통해 부탁이 들어오거나 청탁이 들어온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앞장서는 내조보다 더 강력하고 든든한 내조라고 생각한다.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다면. 서로 화가 날 때는 어떻게 푸는지도 궁금하다
나는 진짜 화가 나면 침묵모드로 진입한다. 안방으로 들어가서 자버린다. 아내도 안다. 그 땐 내가 얼마나 화가 난 상태인지. 한 이틀쯤 지나면 늘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나였다. 난 성질이 급해서 기다리질 못한다. 이틀을 넘긴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내는 말이 적고,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큰 소리 내는 일도 없다. 대개의 부부싸움이 감정적 말 한마디로 시작되는데, 나는 피해버리고 아내는 감정을 삭히고 찬찬히 이야기하는  지혜가 있어 전쟁은 없다. 물론 냉전은 가끔 있다.

고양은 여성의 힘이 세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여성 정치인을 배출했다. 남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위축될 것 같다.
그렇다. 시장이 남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어색한 도시가 바로 고양시다. 국회의원 4명중 3명이 여성이고, 시의회 의장도 여성이다. 도의원은 8명 중 3명이 여성이고, 시의원은 전체 32명의 의원 중 11명이 여성이다. 선출직 여성의 비율이 전국 최고를 넘어 압도적인 차이로 높다. 아마 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여성성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보기와는 다르게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편이다. 남성적 권위주의를 입고 있었다면 아예 당선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공약 역시 일자리 창출과 교육, 보육 등 여성들에게 절실한 문제를 우선으로 배치했다.

말씀 하신 것처럼, 여성에게 가장 절실한 공약은 교육과 보육, 여성의 일자리 창출 등이다. 어떤 진전이 있었나
일자리창출은 전국 1위를 차지할 만큼 호평을 받았다. 여성인력창업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 운영 등 여성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예산의 비중을 높이고 경력단절 여성, 다문화 가족 여성 등 소외계층 여성의 취업지원을 위한 정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무상급식으로 진통을 겪고 있을 때, 고양시는 무상급식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고, 친환경급식위원회를 구성해 학교급식은 모두 친환경 먹을거리가 우선적으로 공급되도록 만들었다.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오는 모범사례다. 보육과 교육상담소의 역할을 하는 키즈카페를 지역별로 운영하고 청소년동아리활동과 토요프로그램운영도 지원한다. 진로교육과 특성화교육을 더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한 명의 아버지로서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교육문제는 무엇인가.
대학이 능사가 아니다. 끼와 소질을 키울 수 있는 창조적 교육이 절실하다.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어떤 소질이 있는 지, 발굴하고 키워줄 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유아기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소질을 키울 수 있는 일관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공교육의 틀에서 문화예술 교육과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고등학교 특성화 교육과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한 예산도 최대한 배정했고 더 늘려갈 계획이다.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분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들 저마다 해보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밀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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