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걸린 화덕구이 전문점 ‘산에산’

연탄불이냐 숯불이냐-. 고기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불’이다. 특별한 양념이나 조리가 더해지지 않은 생고기인데도 집집마다 고기 맛에 차이가 나는 큰 이유가 여기 있다. 풍동 애니골에 있는 ‘산에산’의 박성한 대표도 최적의 불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소문난 고깃집마다 찾아다니며 고기 굽는 방법을 살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꼬박 3년간에 걸쳐 요리용 화덕을 직접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불맛 때문에 직화구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알려진 바와 같이 불 위에서 고기를 직접 구우면 발암물질 발생 위험이 높아요. 참숯 대신 많이 쓰는 성형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도 있었죠.”


그가 화덕 개발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건강’이었다. 직화구이 맛을 내되 건강도 챙기는 그만의 화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곳 화덕 온도는 500~700도에 이를 정도로 고온이다. 이 열을 고기에 곧바로 쐬지 않고 불 옆으로 그릴을 둬 간접으로 굽는다. 불이 아닌 열로 굽는 셈이다. 그러면 3차원 입체열기로 고기가 고루 익고 고기 표면이 코팅돼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직화를 할 때 고기 기름이 불에 떨어지면서 생기는 발암물질 걱정도 없다. 질 좋은 참나무로 굽기 때문에 참나무 고유의 향이 고기에 배 맛을 더한다.

수입산인 양고기를 제외한 돼지고기와 오리고기는 생고기를 쓴다. 특히 립통삼겹 화덕구이는 웬만큼 유명하다는 고깃집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 메뉴다. 립에 붙어있는 두툼한 통삼겹살이 통삼겹살 구이와는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오리고기와 양고기도 이 집 매출의 효자 메뉴다. 고기는 주문 즉시 화덕에서 10분가량 굽는다. 손님 테이블에 내서 3분 정도 다시 구우면서 먹으면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추가로 먹으려면 미리 주문해두는 게 좋다.

허기만 말고 마음도 채우세요

산에산 매장 면적은 826㎡(250평). 여느 고깃집이라면 270~280석이 들어설 만한 공간이지만 이곳은 고작 200석이 전부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과 등이 부딪힐까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김 대표는 그렇게 생긴 여유 공간에 그림을 걸었다. 갤러리 카페인양 식사를 하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후문 입구와 휴게실로 통하는 공간에도 테이블이나 의자 대신 그림이 있다. 굳이 미술관까지 가지 않고도 미술품을 감상하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음식점에 마련된 갤러리란 선입견에 꺼려하던 작가들도 전문 화랑 못지않은 이곳 시설과 생활문화에 대한 박 대표의 남다른 철학에 공감해 이젠 선뜻 작품을 내놓는다. 3회까지 이어진 초대전에는 중견 이상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곳이 1980~90년대 젊음의 해방구 역할을 했던 애니골의 근원지, 화사랑 자리예요. 단순히 먹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죠. 식사도 하고 느긋하게 미술 작품 감상도 하며 애니골 문화를 다시 한 번 추억하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위치  일산동구 풍동 667-1
메뉴  생오리화덕구이 1만2500원, 통삼겹화덕구이 1만2000원, 립삼겹화덕구이(2인분) 2만8000원, 양갈비화덕구이 1만9000원, 훈제오리냉채 1만3000원, 수제소세지 1만2000원, 맑은오리탕 5000원, 화덕구이점심특선 1만2000원
문의  031-902-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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