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 세상을 움직이는 고양의 기업인들]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이탈리아, 낯선 한국인 본체도 안하자 구두 '3000켤레' 주문

세계적인 명품 구두 바이네르 상표권의 주인이 한국사람 이라는 것, 고양사람 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주)안토니 김원길 대표는 이탈리아 구두전시회에서 바이네르 구두를 처음 본지 20년 만에 바이네르 상표권의 주인이 됐다.

1993년 8년 동안 일했던 유명 제화기업 케리부룩이 부도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김 대표는 이탈리아 구두 전시회를 찾아간다. 세계적인 명품구두를 찾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구두 장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브랜드가 바로 바이네르 였다. 바이네르 관계자에게 한국에서 바이네르 구두를 팔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조차 잘 모르고 있었던 바이네르 사람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상담도 어려웠다. 1시간 넘게 주위를 맴돌자 겨우 한마디 물었다. 얼마나 사갈 거냐고. 김원길 대표는 엄지손을 번쩍 들며 한 콘테이너, 3000켤레를 주문하겠다고 나직하게 외쳤다. 이탈리아 사람은 그제야 상담을 시작했다. 몇 켤레나 팔 수 있을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지만 딱 마음에 드는 구두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기 섞인 도전뿐이었다. 장인의 눈은 확실했다. 바이네르 구두는 국내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면서 술술 팔려나갔다. 바이네르 브랜드의 대표였던 바이네르 회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한국에서는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전폭적인 신뢰를 얻게 된다. 로열티도 물지 않고 구두를 받아올 수 있었다.

구두장인 이었던 바이네르 회장은 좋은 구두를 만들고 싶어하는 김원길 대표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고, 김원길 회장은 바이네르 회장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큰 기업보다 행복을 주는 기업 만들고 싶지요”

직원 위해 벤츠와 요트
승마장을 마련하고
청소년과 군장병 위해 기부
매년 어르신 잔치

▲ 김원길 대표에게 바이네르 회장은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좋은 구두를 만드는 기쁨, 이웃에게 베풀며 사는 삶이 얼마나 재밌고 행복한지도 배웠다. 김원길 대표는 직원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고, 이웃과의 점심 식사 자리에 직접 키운 고추와 상추를 내놓는 소소한 재미를 즐긴다. 뭐라도 주고 싶고, 주는 순간 행복해진단다.
바이네르와 김원길, 구두장인의 만남
세계 곳곳의 바이어들과 지인들을 위한 파티를 열고 손수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모습, 유쾌한 농담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특히 김원길 대표에게는 무엇 하나라도 더 주려고 했고, 구두에 관한한 어떤 요구라도 들어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마치 자식처럼 대했고, 김 대표도 그를 아버지처럼 여겼다. 10년 전 바이네르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김원길 회장에게도 시련이 왔다.

유럽 금융위기, '바이네르' 상표권 매입
바이네르 회장의 아들이 회사 경영을 맡게 되며 로열티를 요구했고, 일정량 이상 수입물량을 맞춰줘야 하는 쿼터제를 적용했다. 경영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바이네르 구두 수입을 포기하고 독립 브랜드 ‘안토니’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내릴 무렵, 유럽 금융위기 사태가 터졌다. 바이네르 브랜드도 부도 위기에 몰렸고, 유럽을 제외한 세계 상품권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매각비용은 예상보다 저렴했지만, 당시 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만만치 않았다. 망설이던 김원길 회장은 은행 돈을 동원해 두 번째 과감한 도전을 한다. 첫 번째 도전은 20년 전 바이네르를 구두를 3000켤레 주문해 한국 수입권을 따낸 거였고, 두 번째 도전은 바이네르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로열티에서 자유로워졌고, 마음대로 구두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원하는 대로 주문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아니, 이탈리아 본사보다 많은 상표권을 보유하게 됐으니 바이네르의 실제 주인이  된 것이었다. 바이네르 회장의 아들은 말했다. “바이네르가 진짜 주인을 찾아가게 됐다”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구두 만들고 싶어
김원길 대표는 세계적인 구두 브랜드를 소유한 큰 기업으로 출발하게 됐지만, 큰 기업이라는 그 자체에 욕심을 내진 않는다. 바이네르 회장이 추구했던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구두를 만들고, 주변사람들과 더불어 재밌고 행복한 삶을 사는데 집중한다. 직원들을 위해 별미 요리를 직접 만들고, 접대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텃밭에서 키운 고추와 상추, 통영 굴, 강릉 양미리로 한 상을 직접 차린다. 뭐라도 주고 나누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단다.

▲ 김원길 대표의 저서 ‘불타는 구두를 신어라’는 경제분야 장기 베스트셀러가 됐다. 김 대표의 소신과 신념, 꿈에 대한 메시지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안토니(주)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2000만원을 지원하고 2년 근속하는 해에 해외연수를 보내준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벤츠 스포츠카를 구입하고, 직원 가족들이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수상보트 4대를 준비해놓았다. 회사 옆에 승마장도 만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회사가 또 있을까. 나눔과 베품은 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토니 장학회를 통해 매년 5천만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고양시 내 군부대 장병들의 유럽연수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매년 성대한 효도잔치를 베풀고, 볼링과 골프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성공이란, 고객에게 사랑받고 사회로부터 존경받으며 직원들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지수 1등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김원길 대표는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수 십 년 동안 고민하다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큰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 매출이 높은 회사보다 나누는 기쁨을 누릴 줄 아는 회사를 만드는 것. 오래 고민하다 얻은 결론인 만큼 김 대표는 ‘김원길의 성공’을 위해 참 유쾌하게 매진하고 있다.

꿈에 대한 열정, 시련을 기회로 만들다
김원길 대표의 삶은 그리 녹록하진 않았다. 18세, 남들은 한창 공부할 나이에 가방 하나 덜렁 들고 당진에서 서울로 올라와 작은 구둣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 타고 난 손재주에 거침없는 생각, 꿈에 대한 강한 열정이 그에게 닥친 모든 시련을 성공의 발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김 대표의 삶과 철학은 ‘불타는 구두를 신어라’에 모두 담겨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전국 곳곳에서 강연요청이 많다. 일하랴, 강연하랴, 숨 쉴 틈 없이 바쁘지만 그는 일을 놀이처럼 즐기며 ‘꿈의 전도사’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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