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정책선거로] 유권자 100명에게 듣는다 3. 문화

▲ 큰 공연장이 아니라 골목에서 예술을 접하는 것은 지역주민과 예술인들이 쉽게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다. 사진은 지난해 있었던 고양문화원의 ‘찾아가는 우리소리 한마당’에서 풍물 두레패가 송포농협 가좌지점에서 길놀이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모습.

문화예술인 많고 인프라 좋은데
이를 연결하는 행정력 부족
지역서 자생한 예술문화 지향해야

문화예산 전체의 4% 수준
‘모든 시민이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는 문화예술도시’.
민선 5기 고양시장의 공약 중 문화부문 공약을 집약하는 문구다. 최성 고양시장의 100대 공약 중 눈여겨 볼 문화예술 분야 공약으로는 ▲고양시 문화예산 10% 확보 ▲모든 고양시민의 1인 1문화예술 기예 습득 지원 ▲고양시 중장기 문화발전계획 수립 ▲동네마다 문화의 집 조성 ▲찾아가는 ‘문화 버스’로 문턱 낮은 공연장 운영 ▲고양문화재단 개편을 통한 문화예술인 육성 및 문화예술교육 지원 ▲킨텍스 인근과 명품 신도시 지역을 미술산업 도시로 전환 ▲한류월드 계획 전면 재검토 ▲행주산성 권역에 한강박물관 조성 등이었다.

올해 문화 및 관광 분야 예산은 2013년도 당초예산 대비 3.1%가 증액된 545억3300만원이다. 이 예산은 전체예산 1조3636억원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문화 및 관광 분야 예산 중 주요 정책사업으로는 문화예술(346억원), 관광(9억원), 체육(164억원), 문화재(26억원) 등이다. 문화 및 관광 분야 예산 중 문화예술 예산이 63.4%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전년도 대비 6.2%의 증가세를 보였다. 시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이에 대해 “올해 문화기반 시설 확충사업과 문화바우처 사업 등의 예산이 증가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문화 및 관광 분야 예산은 533억원으로 전체예산의 5.2%를 차지했다. 공약으로 내세운 고양시 문화예산 10% 확보에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미치지 못했다.

1인 1문화예술 기예 습득 지원 공약은 현재 어울림문화학교, 아람문예아카데미 등을 통해 시민들이 제한적으로 기예를 습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예술 비전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고양시 유휴공간 활용방안 연구용역’이 지난해 1월 완료됐지만, 고양시 중장기 문화발전계획 수립 차원에는 못미친다. 고양문화재단 개편, 킨텍스 인근과 명품 신도시를 지역 미술산업도시로의 전환, 한강박물관 조성 등의 공약은 취임초기와 많이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찾아가는 콘서트 차량을 활용해 시민의 문화혜택 저변을 넓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시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작년까지 71개 행사. 4만3152명의 관람객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지역예술인 활용도 떨어져
“우범지역인 백석지하차도에 지역의 문화예술인, 특히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려고 해도 집행부에서 허가해주지 않는다. 사람이 잘 지나가지 않는 백석지하차도에 작품이 걸리면 공간활용도도 높이고 거리에 활기가 생길 터인데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공무원들은 그저 일이 늘어난다고만 생각한다. 지역 예술인들의 이러한 요구가 무리한 요구인가?”

박정구 고양예총 회장의 말이다. 박 회장은 “지역문화예술인들이 홀대 받는다. 고양의 예술인들이 창작하고 공연·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며 ‘고양예술인회관’의 당위성을 말했다. 고양예총은 현재 ‘고양예술인회관’ 설립 타당성을 호소하는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양시는 MBC·SBS 등 방송국, 많은 영화사, 아람누리, 어울림누리 등 문화예술 분야의 인프라는 타도시에 비해 잘 갖춰진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을 활성화시키는데 문화예술인들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영화나눔협동조합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최종태 영화감독은 “고양시가 특화시킬 수 있는, 아니 거의 최고의 분야가 문화예술분야다. 그런데 이런 ‘광맥’을 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고양시에 어떠한 문화예술인들이 살고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좋은 하드웨어를 갖췄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살고 있음에도 이를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외부에서 공연물 사오거나 인물을 초청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연결은 행정에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어 “전문적 문화예술인들이 볼 때, 고양시에서 소프트웨어를 채우기 위해 기획하는 사람들은 아마추어 수준이다. 고양에서 예술관련 실무적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추어다. 전문적 문화예술인들이 볼 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고양시의 관행적 행정에서 파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적 인프라와 인적 인프라를 잘 갖춘 고양시가 이 두 개 인프라를 정책적으로 연결시킬 고리를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는 예술’에서 ‘소통하는 예술’로
아람누리나 어울림누리처럼 전문적인 문화예술공간보다 지역주민에 밀착한 문화예술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윤 자유청소년도서관장은 “예술 창작물이 전문적인 공간에서만 수용되어야 한다는 발상은 이제 매우 낡은 발상이 됐다. 문화 창작자와 문화 향유자 간 소통 측면에서는 전문적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전시행정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한 문화예술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기존의 문화예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를 행정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문화예술 창작자와 향유자가 연결되는 방식은 공연을 하고 전시를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화가가 그림을 그려 전시하면 시민들이 보고, 연극배우가 공연을 하면 시민들이 보는, 2단계 구조를 취한다. 말 그대로 문화예술인과 시민이 ‘소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윤 도서관장은 “창작과 전시가 꼭 큰 건물에서 이뤄져야 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문화 향유자인 시민들과 문화 창작자인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일상적인 접촉공간을 넓혀야 한다”며 “예를 들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그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자신의 예술공간을 오픈한다면 그 지역 청소년들이 문화예술인들의 예술적 체험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행정적 뒷받침을 할 수 있다. 고양의 문화예술인들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통의 측면에서 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각성해야 되는 부분도 있다. 허용된다면 아파트 단지나 공원, 동네길에서도 얼마든지 공연이나 전시가 이뤄질 수 있다. 각 동의 문화센터, 아파트의 빈 공간, 학교, 하다못해 헬스클럽, 병원 등도 예술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술인과 지역주민이 예술을 통해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자생적 지역예술 위한 공약 필요
예술인과 지역주민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좋은 예가 일산서구 덕이동 패션아울렛거리의 경우다. 이는 덕이동 패션아울렛거리의 침체가 문화예술의 힘으로 극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역상인·지역정치인·예술가·문화기획자·일반시민이 힘을 뭉쳐 이 거리의 활성화를 위해 문화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덕이동 창작센터’는 예술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창작할 수 있도록 제공된 장소이자 휴식 공간이다. 백석동에서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황선범 두레치과 원장은 “적은 비용으로 주민들은 접근성 좋은 곳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며 “지금 두레치과에서 운영하는 두레아트홀이 그런 곳이다. 공연하기에 너무 작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의외로 관객 반응이 좋다. 수익이 나지 않고 있지만 관객과 예술가가 너무 만족하고 있어 계속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행사성 축제도 좋지만, 이처럼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서 지역주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문화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런 자생적 지역예술이 꽃피기 위해서는 예술가가 열정을 쏟아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행정적 뒷받침이라는 것은 공간관리 측면도 있을 것이고 예술문화 프로그램을 예술인과 함께 만드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