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고양 입점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 이케아 원흥지구 입점에 따른 영향력과 그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지난 28일 일산서구청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고양시 가구산업 보호와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입점 시, 가구 외에 생활소품업도 타격
향후 5년 가구산업 경쟁력 축적이 관건
시, ‘가구산업 발전계획’ 주도권 찾아야

고양의 가구업계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세계적 가구업체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 부지를 사들인 데 이어 고양 원흥지구 부지에 대해 지난 12월 매입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고양입점은 가구유통업이 밀집한 고양 가구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케아의 고양 입점에 대한 입장은 현재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원흥지구 입주민을 중심으로 이케아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고양 가구산업을 포함한 국내 가구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케아의 고양 입점을 막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회와 고양시의회도 각각 지난달 ‘고양시 원흥지구 부지매입 철회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면서 이케아의 고양 입점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28일 일산서구청에서 열린 ‘이케아 고양 입점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는 후자의 입장에서 한국 가구산업의 중심인 고양의 가구산업에 미칠 피해와 영향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대응책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성격의 토론회였다. 찬반 입장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모여 각각 펼치는 논쟁을 떠나 ‘고양시 가구산업 보호와 육성’에 초점이 맞춰진 토론회였다. 고양의 가구인들을 비롯해 가구 전문가, 교수, 정치인,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지하게 열린 이날 토론회 내용을 정리한다.

싼 가격과 디자인이 경쟁력
1943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이케아는 현재 직원수 15만명으로 41개국에서 341개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매출액 40조를 기록하는 가국업계의 ‘공룡’이다. 연간 카달로그 2억부 이상을 무상으로 뿌리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다.  

이케아는 단순히 침대, 소파, 책상, 식탁 같은 가구만 파는 게 아니라 주방기구와 욕실용품 등 각종 생활 소품까지 취급한다. 이케아는 특이하게도 완제품 가구를 파는 업체가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조립하는 방식(DIY·Do It Yourself)을 택했다. 덕분에 가격이 싸고 이동과 보관이 편하다.

이날 ‘이케아 국내진입에 따른 전략적 대응’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한 이용원 한국가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이케아의 성공전략에 대해 ‘단순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정리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케아는 소비자의 생활과 연계한,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표가격을 정해놓고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한다. 조립형 가구를 판매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절감한다. 이러한 점이 이케아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케아 경영전략과 고양시 경쟁력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임광순 경민대학 가구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는 이케아의 경쟁력을 ▲낮은 가격 ▲조립식 가구 ▲카달로그 활용 ▲판매품목 제한 ▲다량의 공급처 등을 꼽았다.

임 교수는 “이케아는 막강한 디자인 경쟁력을 가진 것 외에 가격을 먼저 정하고 그 가격에 맞춰 저비용으로 제품을 만듦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 완제품이 아닌 조립형 가구를 팔기 때문에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에게 본인 스스로 만들었다는 성취감도 줄 수 있다. 이케아는 마케팅의 절대도구인 카달로그도 잘 활용한다. 9000가지의 품목만을 제한적으로 생산해 물류비용을 줄인다든지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해 고임금 국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세계 55개국 1300개 이상의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것도 이케아의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LH, 원흥부지 졸속 매각
이날 토론회에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고양 원흥부지를 이케아에 매각한 과정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영환 도의원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의 시장에게 도시관리계획 결정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보금자리특별법은 이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고 국토부가 단독으로 도시관리계획에 관한 결정권을 가지게 한다”며 “이러한 법률적 바탕에서 LH는 보금자리 지구인 원흥지구의 ‘자족기능확보시설’ 용지를 ‘자족기능확보시설 및 유통판매시설’ 부지로 용도변경 해서 이케아가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국토부는 이러한 LH의 요청을 임의대로 들어줬다. 용도변경 과정에서 고양시와 경기도는 배제됐다”고 말했다.

당초 원흥지구의 ‘자족기능확보시설’ 용지는 벤처집적시설이나 지식산업시설을 조성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부지다. 김 의원은 “이러한 성격의 부지 용도변경은 국토부가 임의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고양시장에게 사전에 알리고 주민공청회를 거친 다음 결정해야 한다. 보금자리특별법에 관한 법률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LH가 원흥지구 부지를 이케아에 매각할 때 한 곳의 감정평가사에게만 토지가치를 책정하도록 한 것이나, 3년 무이자에다 이케아가 사업성이 없을 때 토지를 되팔 수 있도록 한 계약내용을 봐서도, LH가 이케아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영모 의원도 “원흥지구에 당초 계획된 ‘자족기능확보시설’ 용지의 38%정도가 ‘유통판매시설’ 용지로 변경됐다. 원흥보금자리주택이 조성되면 필요했던 자족기능확보시설의 3분의1이상이 소멸된 셈이다. LH가 이케아에 평당 42만7200원에 판 것인데 헐값으로 판매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LH 스스로 2012년 5월 자족기능확보시설 부지를 조성원가로 판매할 수 있는 사업대상자는 국가나 지자체 수준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그런데 LH는 부지가 팔리지 않으니까 1년이 지나 공지한 내용을 뒤집었다. 공기업인 LH가 고양시를 배제하고 공지사항을 뒤집어서 용도변경을 한 이후 싼 값에 이케아에 팔아버린 행태는 비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진입 성공률 높을 것
그럼에도 이케아의 한국 진입 성공확률에 대해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가구업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광순 교수는 “이케아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국내 가구산업으로서는 슬픈 일이다. 가구뿐만 아니라 생활소품산업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케아가 생산하는 9000가지 품목 중에 생활소품이 가구품목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케아는 이미 일본, 중국 등 동북아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는데, 국내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현재로서는 국내 가구업계가 스스로 변해야한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이케아를 가장 선호하는 층이 40대다. 이케아 고객의 평균 연령이 42세이다. 한국의 40대는 내집 마련을 위해 소비를 줄이는 계층임을 감안해서 저가 전략이 먹혀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케아는 고양시가 지리적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점을 고려해서 원흥지구에 입점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이곳에 입점을 함으로써 일산 신도시, 고양 삼송지구, 파주 운정지구, 서울 등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원 사무국장은 “이케아는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 2014년부터 향후 5년을 살펴볼 것이다. 5년 동안 성공여부를 가늠해보고 성공할 것 같으면 정착을 할 것이고 실패 가능성이 높으면 철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5년 동안 국내 가구업계는 최대한 경쟁력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케아에 의해 국내 가구산업이 죽지 않기 위해서는 가구업계뿐만 아니라 정부나 경기도, 지자체가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판매단지 집적화로 대응해야
이용원 사무국장은 이케아 입점에 따른 국내 가구업계의 대응전략으로 ▲시장상황에 맞는 제품개발 ▲생산 및 유통환경 개선 ▲디자인 및 소재의 차별화 ▲브랜드 저작권 보호 ▲지속적 가구 브랜드 개발 ▲마케팅과 판매방식의 다양화 ▲수출시장 개척 등을 들었다. 한국가구산업의 전략적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기획·디자인-생산-판매로 이어지는 원스톱 협업체제가 이뤄진 가구산업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지적했다. 

임광순 교수는 “이케아 고양 진입에 대해 막을 수 있는 데까지 막아야 한다. 막을 수 없다면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며 대응전략으로 판매단지 집적화와 상생전략을 우선 꼽았다. 임 교수는 “첫째, 이케아에 대응할 수 있는 거대한 매장을 구축해야 한다. 고양시의 경우 고양시가구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판매단지를 집적화해서 공동마케팅을 구사하고 브랜드 개발을 해야 한다. 두번째, 이케아와 상생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텍사스에 있는 이케아 매장 옆에 차별화된 고급화브랜드 매장이 이케아와 같은 규모로 형성되어 있는 것을 모델로 해서 고양도 이케아 영향권 내에 매장을 구축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케아와 차별화된 매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케아와 경쟁할 수 있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조직해 소비자가 직접 운반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한 법률적 규제도 이케아 입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케아는 제품 수명도가 짧기 때문에 폐기물로 빠르게 쌓여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폐기물에 대한 법률적 규제도 생각할 수 있다. 이케아가 국내에 들여오는 반제품에도 관세를 매기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상권영향분석조례 개정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조례 개정이나 제도를 통해 이케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김영환 도의원은 “3월 4일 공포하기로 된 ‘경기도 상권영향평가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도지사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를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차원에서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개정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권영향평가 조례는 현행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상권영향을 분석하는 주체가 대형유통업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현행법으로는 객관적 분석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유통산업발전법을 고쳐 제3자에게 상권영향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영모 의원도 “현행 법률에 따르면 상권영향평가를 하는 주체도 문제이지만 이것을 발표하는 시기도 문제다. 대형유통업체가 영업을 개시하기 직전에 평가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해당 업종의 중소기업 수요 감소를 초래할 경우, 중소기업은 중기청장에게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사업조정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김영환 도의원은 “고양시가구협동조합도 중기청을 통해 이케아를 협상테이블에 앉혀 사업조정에 관해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경기도와 고양시에서 진행하는 가구산업 관련 용역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성 시장은 “고양시뿐만 아니라 경기도의 가구산업 활성화를 위해 시에서 관련 용역을 추진한다. 추경에 우선순위로 고양가구산업을 위한 추가 용역비를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세 경기도 특화산업과장은 “3월 둘째주에는 ‘가구산업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한 3월 7일 경기도 가구연합회가 발족될 예정이다. 이케아가 원흥에 오픈하기까지 약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5년 내에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이케아 고양점이 개점 안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 가구산업 경쟁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영모 의원은 “준비된 지자체만이 도가 마련한 가구산업 발전계획을 수용하기가 쉽다”며 “고양시 차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구산업 보호’ 주민동의 얻어야
토론회에서 강점희 고양시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고양의 가구인들은 그동안 주택개발로 쫓겨나기만 했다. 개발 당시 이주자택지를 달라는 요구도 묵살됐다. 비단 이케아 입점 때문이 아니라 고양의 가구업체가 한군데로 집적화하는 것이 살 길이다. 이케아 입점 전 빠른 시일 내에 대단위 유통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호 고양시가구협동조합 전무이사는 “40년 역사를 헤아리는 고양 가구산업은 자생적으로 생겨났지만 그동안 소외된 업종이었다. 소상인들을 위한 법안이 명확한 효력을 발휘하면 이케아 입점에 따른 충격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회의원은 “고양에 유통센터를 만든다고 할 경우 국회 차원에서도 돕도록 하겠다. 협동조합 방식에 대한 지원책도 고려하겠다. 무엇보다 고양 가구산업 보호와 육성이라는 명목에 대해 주민들이 동의해야 한다. 고양의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잘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국회의원은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케아 입점 이전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고양 가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생활패턴에 맞는, 경쟁력 있는 가구산업을 위해 좋은 대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광순 교수는 “현재 아파트 공간을 분석해 공간과 가구가 조화로울 수 있는 신개념의 가구 트랜드를 잘 개발해서 가구시장을 리드해야 한다. 이케아가 고양에 입점하려는 것은 역으로 그만큼 가구산업이 성장하는데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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