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환자 주치의 역할 하는 평생 친구, 두레라는 이름으로 지역과 호흡하고파

▲ 지난달 28일 두레아트홀 정기공연으로 남성듀오 ‘디:아크’가 독일 연가곡을 부르고 있다. 이날 공연은 성악가인 테너 이상협, 김기욱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노래에 맞춰 함께 보여주는 실험적인 무대였다. 두레아트홀은 두레치과에서 사회 환원과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운영하는 문화공간이다. 이번달 28일에는 두레아트홀 35번째 정기공연으로 황은혜의 팝콘서트가 열린다. 공연이 끝나면 와인파티도 즐길 수 있다. 전석 만원, 문의전화 031-903-9293

상가 구경도 안하고 계약
“이것저것 따지는 성격은 못돼요. 딱 보고 좋으면 빨리 결정하는 편이죠. 어떤 면에서는 즉흥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사실 저는 속 깊고 정도 많습니다.”

백석동 중앙로 이마트 맞은편 상가에 자리한 두레치과. 이 치과의 황선범 원장이 이렇게 말하며 웃는다. 1996년 백석동에 개원하고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황 원장은 일산에 오기 전 경치 좋은 바닷가에서 일하고 싶어 동해시에서 치과를 개원했다고 한다.

일산에 오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다. 개원할 도시를 물색하던 중 우연히 일산에 친구가 개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도시에 들렀고, 돌아가던 차 안에서 상가건물 분양 플래카드를 보고 전화로 바로 계약했다.

“차타고 가다가 상가 위치가 좋아보여서 전화했어요. 상가 내부는 구경도 안하고 입주자 1호로 상가 주인이 된 셈이죠.”

개원 후 황 원장 특유의 경영철학과 친절함을 무기로 환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20여 년 가깝게 한 자리를 지키며 두 번의 확장공사를 거쳐 병원 규모를 늘렸고 황 원장을 포함해 의사도 3명으로 늘었다.

평생친구 두레치과
“제가 어릴 적 다니던 동네 병원은 젊은 의사가 노인이 될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거든요. 그걸 보면서 ‘병원이란 곳은 그 자리에 가면 항상 그 의사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개원하면서 간판에 ‘평생친구 두레치과’라고 썼어요. 간판 교체하면서 평생친구라는 말이 빠졌지만 지금도 그 마음만은 변함없습니다. 제가 한 자리를 지키고 동네환자의 주치의 역할을 계속 하는 것, 이것이 두레치과의 변함없는 목표에요.”

이렇듯 황 원장은 항상 만났던 의사를 또 볼 수 있는 곳이 동네병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병원 분위기도 왠지 친숙하다. 병원을 사랑방처럼 편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황 원장의 주문대로 간호사들의 친절은 사무적인 과잉 친절이 아니라 편안했다.

“친절은 진심에서 나온다.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우리집에 온 것처럼 성심성의껏 대하면 그것 이상 좋은 게 없다”는 것이 황 원장의 친절 원칙이다.

합창단원에서 아트홀 운영까지
평생 쳇바퀴 굴리 듯 치과만 지켜온 황 원장은 어느 순간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를 느끼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때 들은 소식이 고양시남성합창단원 모집 광고. 평소 클래식을 즐겨 듣고 교회 성가대 활동을 했던 황 원장은 합창단에 가입하고,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습을 했다.

▲ 두레치과의 황선범 원장은 1996년 개원한 후 한 자리를 지키며 단골 환자의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09년에는 지역 주민의 문화쉼터인 두레아트홀을 개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합창단이 인연이 돼서 두레아트홀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황 원장의 말대로 인연은 거기에 있었다. 2008년 치과 상가건물 중 한곳이 매매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덜컥 계약을 했다. 하지만 구체적 계획이 없던 황 원장은 상가를 지인의 사무실로, 합창단의 연습장소로 활용하는데 그쳤다. 물론 비용은 전혀 받지 않았다.

“1년 가까이 공간 활용에 대해 구상하다가 결국 결정한 것이 아트홀이었어요. 평소 합창단이 연습과 공연을 하고 싶어도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게 아쉬웠거든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분명 주변에도 있을거다’라고 생각하고 ‘두레아트홀’이란 이름을 내걸고 공연장·강의실로 대관도 하고 예술가를 초청해 정기공연도 하기로 했어요.”

예술가와 관객 모두 만족
2009년에 개관한 두레아트홀은 동네소극장이다. 실력 있는 예술가에게는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집 근처에서 부담 없이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또 하나 두레아트홀은 비영리 문화센터다. 매달 연출하는 정기공연에 예술가의 섭외 비용 등이 만만치 않고, 관객 입장료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적자운영에 가깝다. 하지만 소극장만의 장점을 살린 무대와, 실력 있는 예술가 섭외 등 모든 면에서 관객과 예술가가 만족하고 있다.

“첫 정기공연 때 관객 40명이 왔어요. 그땐 객석 채울 자신이 없어서 연주자에게 ‘관객이 없을 수 있으니 나만 온다고 생각하고 준비해달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객석이 100석이 안 되는 장소에 40명이면 첫 공연 치고는 성공한거죠. 요즘에는 매 공연마다 꽉 찹니다.” 

‘두레’라는 이름으로
두레는 공동체와 협력을 의미한다. 황선범 원장이 ‘두레’라는 이름을 치과이름에 붙이게 된 것은 두레공동체를 소개 한 책인 ‘김진홍 목사’의 『새벽을 깨우리로다』를 읽고 나서부터다.

“두레라는 이름을 쓴 것은, 두레라는 이름처럼 지역사회와 호흡하고 공동체의식을 갖고 봉사하는 치과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스스로의 다짐입니다. 환자가 우선시되고, 정성을 다해 편안하고 친절한 치과는 되는 것. 이것이 두레치과의 공동체 마음입니다.”

황 원장이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는 장은 1996년 개원한 치과와 함께 2009년 개관한 아트홀이다.

“아트홀은 두레치과에서 사회 환원과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운영하는 곳이라 보면 됩니다. 두레치과의 부설시설이죠. 앞으로도 두레아트홀이 다양한 문화공연, 음악회, 연주회 등으로 주민들의 쉼터가 됐으면 합니다.”

황선범 원장은 현재는 바로크합창단의 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황 원장이 몸담고 있는 바로크합창단과 고양시남성합창단 모두 두레아트홀을 연습실로 사용한다.

“창단 20년이 넘은 남성합창단에 비해 바로크합창단은 아직 단원이 모자라요. 합창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두레아트홀로 연락 주세요. 저와 함께 합창의 매력에 빠져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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