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공동체사업은 민선5기 주민자치정책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사진은 행신동 동굴(동네를 굴려라)사업에서 진행한 북콘서트.

2013 전국주민자치 최우수상 평가
시정참여위, 시의회 관계설정 필요
자치교육 강화,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요구

주민자치-시정참여 두방향 추진
“주민자치를 근간으로 공동체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어떻게 체계를 만들어서 참여를 조직화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을 세팅하고 결과를 피드백하는 체계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민선5기 출범당시 고양시정공동운영위원을 맡았던 이춘열 전 고양시민회 대표의 이야기다. 최초 구상이었던 ‘공동정부’구성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자치도시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의견은 상당부분 시정에 반영됐다. 핵심적 정책참여장치로 기능하고 있는 시정주민참여위원회를 비롯해 시민감사관 도입, 시 부서별 위원회, 참여예산제, 자치공동체사업, 주민자치역량강화교육 등 다양한 시도들이 주민자치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치도시 추진방향은 크게 지역별 주민자치와 시 행정 참여자치라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한편으로는 동·마을 차원에서 자치역량들을 육성해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들이 시 정책형성부터 결정까지 전반적으로 참여하는 그림이다. ‘고양시 자치 로드맵’ 용역을 맡았던 고양지역사회연구소 김범수 운영위원장은 “주민자치분야의 경우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의 한계에서 벗어나 풀뿌리 지역조직 등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사업 등을 추진했다. 시정참여분야에는 과거 매우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포괄적 행정참여장치의 역할을 맡는 시정주민참여위원회를 발족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양천 주민자치과장은 “주민자치강화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하며 “특히 고양시의 경우 시민단체 등 주민자치역량과 자원이 풍부했던 덕에 짧은 기간 안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출발당시와 비교해 공무원들의 자세도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시민참여를 위한 제도가 마련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지목했다. 이 과장은 “제도의 틀을 갖춘 만큼 이제 내용을 채우고 고도화시키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아직까지는 관이 주도하는 모양새지만 점차 민간이 주도하는 자치모델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참여예산제 실질적 활동 부족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치도시추진이 실질적으로 진행된 것은 고작 2년. 냉정하게 표현하면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이춘열 전 대표는 “출발 당시 시의회와의 마찰 등으로 인해 전반기에는 사실상 허송세월을 보냈다. 당초 계획했던 것에 겨우 절반의 체계를 마련한 수준이다. 다음 민선6기에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초기부터 자치사업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틀은 훌륭했지만 실질적인 활동은 부족했다는 평을 받은 제도도 있었다. 주민참여예산제가 대표적인 예였다. 참여예산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인숙 전 고양여성민우회 대표는 “예산위원들에 대한 교육과 운영이 함께 이뤄져야 되는데 그냥 제안하라고 한 뒤 나온 내용들을 기술적으로 판단하는 식이었다. 때문에 참신한 내용보다는 동네 소규모사업을 제안하는데 국한됐다. 이는 해당 공무원들의 의지부족과 행정편의적 운영방식, 일부 예산위원들의 잘못된 인식이 맞물려 생겨난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예산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과 공무원들의 인식개선, 질 높은 예산교육 등 참여예산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와의 관계설정문제도 해결해야 할 부분. 일부 시의원들의 경우 시정참여제도의 일련의 활동들이 의회권한을 침범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이춘열 전 대표는 “시정참여제도는 시정전반의 기능이 시장을 필두로 한 집행부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의회와는)오히려 파트너 관계다. 민원처리는 주민들이 직접참여를 통해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의회는 시정감시라는 본연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1기 시정주민참여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서광선 전 교수 또한 “시정참여위원회가 시의회 위에 있느냐 아래에 있느냐를 따지는 문제는 주민자치의 본질을 흐리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현장목소리 반영할 중간조직 절실
지역별 주민자치분야의 경우 자치역량강화차원에서 마련된 ‘주민자치 아카데미’교육이 호평을 받았다. 지용원 고양동 주민자치위원은 “교육을 통해 자치위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됐고 창의적 제안도 늘었다. 의식수준도 높아져 신규위원이 들어오면 교육을 필수로 받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 위원은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수준별 교육, 사례별 강의, 교육시간의 간소화, 찾아가는 교육 등의 개선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반영해 야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주민자치사업을 3년째 진행하고 있는 황희숙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어느 동은 예산이 부족하고 어느 동은 예산이 남아 반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주민자치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각 동의 실정과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행신동 ‘동굴(동네를 굴려라)’ 공동체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태진 서화한의원 원장은 “지원금의 용도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인데다가 정산절차가 까다로워 주민공동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데 힘이 많이 든다. 좀 더 현장에 맞는 지원방식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같은 현장의 요구들은 결국 중간지원조직의 부재와도 연결된다. 주민자치는 결국 ‘주민이 주인이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하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바쁜 생업으로 인해 자치활동을 하고 싶어도 준비가 부족한 주민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과거 고양시 자문위원을 맡았던 수원르네상스센터 이근호 센터장은 “주민자치사업은 주민이 중심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줄 수 있는 행정과 외부 조력자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각 주체들을 연결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마을만들기지원센터 같은 중간지원조직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미 수원, 성남 등 대도시에는 마련된 만큼 고양시에도 조속한 센터건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고양시 또한 올해 상반기내로 마을지원센터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협의과정이 남아있다.

올해로 100만 도시에 진입하게 된 고양시. 이를 앞두고 지난달 진행된 ‘고양시 100만 대도시 준비 연구용역’에서도 자치분야는 핵심의제 중 하나로 거론됐다. 김범수 운영위원장은 “자치도시를 추진할 당시 모범으로 지목한 곳이 미국 로체스터 시였다. 지역의 시급한 문제를 주민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교육, 복지, 산업 등 모든 영역에서 민관협력으로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수준 높은 도시공동체의 모습이다. 자치사업이 꾸준히 진행되면 고양시도 행복지수가 높은 도시, 이웃간에 차별없이 도움을 나누는 마을공동체, 다양한 사회갈등이 해결될 수 있는 자치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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