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마르고닳도록’, 4월 10~12일 아람누리 새라새극장

1965년 9월,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 선생이 스페인에서 죽는다. 돈이 궁하던 스페인 마피아들은 애국가의 저작권 사기로 한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저작권료를 챙길 계획을 꾸민다(실제로 안익태 선생은 별세 당시 스페인 국적을 갖고 있었다). 우리의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애국가 저작권료를 둘러싼 국제 사기사건’이라는 엉뚱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연극 ‘마르고닳도록’이 오는 10~12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2000년 초연 당시 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베스트3’, 한국연극협회의 ‘올해의 연출상(연출 이상우)’, 제37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작품상·희곡상(작가 이강백)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2005년 이후 무려 9년 만에 무대에 올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이상우·민복기 연출, 김승욱·이대연· 이성민·정석용 출연으로, 극단 차이무의 저력을 보여준다.

▲ 애국가 저작권료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마르고닳도록’의 주요 장면들.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호통을 듣고 스페인으로 돌아간 마피아들은 그후로도 30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원정대를 파견한다. 그 기간 동안 네 명의 한국 대통령들을 만나지만 거절당하고, 배신당하고, 속으면서 빈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최루탄으로 울기도 하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로 대원들이 죽기도 한다.
이제 늙어버린 마피아들. 하지만 그들은 마르고닳도록 포기할 줄을 모른다. 그들은 과연 저작권료를 받아낼 수 있을까? 스페인 마피아들이 벌이는 코믹 사기극 속에는 우리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극중에서 한국을 방문한 마피아들은 한국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경험하게 된다. 새마을운동과 12·12쿠데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을 겪고 군사정부와 문민정부의 틈새에서 ‘마르고닳도록’ 저작권료를 받으려 애쓰며, IMF 구제금융과 남북정상회담으로 희비가 반복되는 그들의 모습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포복절도할 코미디 연극이지만 결코 마음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는 ‘마르고닳도록’은 웃음과 풍자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 5인역을 맡은 김승욱, 정석용의 연기도 흥미롭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7시. 1층석 3만원, 2층석 2만5000원.
문의 1577-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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