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의회의 변태적 폭거를 고발한다. 밤새 술을 먹었다. 시의원이 된 것에 짙은 후회를 한다. 내가 속한 집단에서 눈이 시퍼렇게 떠 있는 상태에서, 말할 입도 열린 상태에서 아무런 힘을 써보지도 못한체, 그냥 당하고 말았다. 정말 나 자신이 밉다. 정말 내 자신이 싫다. 이런 처참한 꼴을 당하려고 26년의 세월과 젊음과 청춘을 바쳐 정치를 해온 자신이 하도 초라하고, 불쌍해서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술만 먹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하는 아내에게“시의원 그만둘까봐”라는 말만했다.

정말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나도 여기서 죽을래”하고 외치는 금정굴 유족 회장의 절규하는 모습이 내 가슴을 할퀴고 있기 때문이다. 16세 소년 시절에 아버지를 금정굴 속으로 묻혀 버리게 한, 그래서 50년 동안 제사한번 번번이 못 드려, 이번에 그 한을 풀어보려 했는데, 위령탑건립은커녕 빨갱이로 매도시키는 고양시의회 의원들의 작태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제 자신이 정말 싫다.

나의 동료 의원들, 믿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서명조차 거부하고 반대한 의원은 그래도 좋다. 견해와 관점이 다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서명했던 22명 의원 중 찬성 10표, 반대한 나머지 12명, 그들의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가히 변태적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이 동료 의원인가? 참 그 중에 금정굴에 대한 인식을 잘 모르고 서명했다고 고백한 의원도 그냥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른 의원들은 규탄 당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배신행위에 억장이 무너지고 피를 토하는 우리의 동포,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개인적으로야 가까운 의원도 있지만. 동료의원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 밉다.

또한 작금의 남북 교류시대로 접어든 화해의 시대에, 고양시 의회가 상의군경회 등 극우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그러면 그들의 논리대로 공산 괴레 집단에 쌀을 퍼주는 김대중정부부터 먼저 데모를 하기 위해 청와대 앞으로 가지, 고양시청에는 왜 몰려오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어서 부산으로 가세요, 빨갱이 새끼들이 운동하러 오는데…아, 눈물이 납니다. 아직도 이런 구차한 사상 논쟁을 하다니, 정말 부끄럽다.

금정굴 문제를 원점으로 돌리게 한 점, 정말 죄송하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정말 머리 숙여 사죄한다. 여러분의 고귀한 표로 당선된 사람이 여러분의 뜻을 관철 못 시킨 엄청난 현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한다. 정말 죄송하다.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민족끼리 싸워야 했던 씻을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치욕인 6.25전쟁의 상처에 대한 치유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의 논쟁이 아닌 화합과 용서와 이해의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 검토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며 우리 모두는 빨갱이라는 괴물을 직접 경험했던, 안 했던 우리 국민 모두가 가해자이며 동시에 피해자임을 고백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빠른 시일 내에 오늘의 아픔을 해결하는 의원으로 총대를 맬 것을 약속한다. 내가 의원 활동을 계속한다면 말이다.

이상이 제가 고양시의회의 변태적 폭거를 좌시한 죄책감으로 인터넷에 올린 사죄의 글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분명히 두 편으로 갈라지는 현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한쪽은 금정굴의 진실이 부역자 색출이라는 명분으로 다수인 시민이 억울한 죽임을 당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쪽과 또 한쪽은 금정굴의 진실은 빨갱이 색출로 국가 방위를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라고 생각하는 쪽일 것이다.
만약에, 지난 14일“금정굴희생자위령사업촉구결의안”을 부결시키고 쾌제의 기쁨을 누린 의원이 있었다면,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1. “금정굴결의안”을 찬성 통과시키려고한 10명의 의원은 사상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가?
2. 한국 전쟁 당시, 인민군이 철수할 때 함께 도망 안 간건지, 못 간건지 좌우지간 고향에 남아있던 사람 중, 인민군을 도왔던 사람은 진정, 모두 빨갱이 인가? 그 중에는 인민군에게 안 죽을려고 어쩔 수 없이 돕는 행동을 한 사람이 있었을 텐데 그들도 빨갱이인가? 아닌가?
3. 10여개의 여자 유골과 1게의 어린아이 유골이 발견된 금정굴속에는 모두 샛빨간 빨갱이만 쳐박아 넣었을까? 아니면 진실을 은폐하려고 마구잡이로 쳐박아 넣은 경우는 없었을까?
4. 그 당시, 인민군이 철수할 때 함께 간 사람들이 지금 남쪽의 핏줄을 찾아 남으로 내려온다. 이산가족의 한맺힘을 풀고 간다. 금정굴에 묻힌 사람들의 자손들의 한은 누가. 어떻게 풀어줘야하는가?

솔직히 나의 아버지도 육사8기 특기생으로 6.25전쟁은 물론 월남전까지 참전한 이북이 고향이신 어른이다. 아버지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빨갱이…많이 죽였지, 내 손으로 직접 죽인 놈도 수백은 될걸? 그런데 그들이 다 빨갱이는 아냐? 그냥 전쟁에 참가해서 전사한 것이지, 적이니까 쏠 수밖에. 안 쏘면 내가 죽는 걸, 전쟁자체가 비극인 거야. 내 손에 죽은 자들만 불쌍한 거지, 난 살아서 다행일 뿐이고”

이제 갈등과 반목의 시대를 벗어나 용서와 이해의 시대로 나아 가야한다. 21세기는 온 지구천이 하나가 돼, 정정당당한 경쟁으로 우리의 대한민국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열심히 땀흘리고, 세계에 우뚝 서는 우리의 조국을 일구어 내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 온 국민이 하나가 돼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 감격이 아직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그 함성 속에 누가 빨갱이고, 누가 전쟁 영웅인가? 21세기에 우리 나라를 막는 적은 바로 내부의 적이다. 편협하고 소아병적 사고를 하고, 화합하지 못하고 옹고집을 피우고, 용서하지 못하고 앙가품을 하려하고, 출세를 위해 정의로움을 포기하고, 사리 사욕을 위해서 이웃의 아픔을 생각지도 않는 그러한 의식이 바로 빨갱이보다 더 무서운 우리의 적이다.

이제 우리 고양시는 금정굴이라는 이데올로기 갈등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가 막고 누가 반대하는 것인가? 금정굴에 묻힌 희생자의 후손들은 분명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한 많은 세월과 눈물을 보상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6.25의 비극으로 인한 희생의 아픔을 달래주고자 위령탑을 세워달라는 요구일 뿐이다.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의 주장이 우리 고양시의회에서 거부되야만 하는 것인가? 언제까지고 그들의 요구가 받아드려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21세기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극복 못하는 무능한 의회로 낙인찍힐 것이다.

자.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는 갈등과 반목과 시대에 계속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용서와 이해의 시대로 나아가 21세기를 주도할 것인가? 이제 새벽이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가 돼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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