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나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안에서 이웃들과 어울리며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시설이나 문화는 턱없이 부족하고, 아이들은 사설 학원이 아니면 친구와 사귀거나 사회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없다. 노인들은 또 덥고 좁아터진 노인정이 유일한 안식처이자 해방구이다. 주부들은 쇼핑센터에서 운영하는 몇 가지 스포츠 오락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치열한 순번전쟁을 벌여야 한다.

획일화된 복지서비스, 재량권 없는 지방정부
도시 지역의 복지정책은 허약한 공동체 기반과 다양한 계층의 요구가 맞물려 상하좌우를 아우르는 '멀티 플레이'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거의 모든 지역의 복지 프로그램이 표준화되고 획일화된 상황에서는 다각적이고 특색 있는 복지프로그램 개발이 멀게만 느껴진다. 너무도 '통속'적인 결론이지만, 적절한 사업배분과 지방정부의 재량권 확대, 그리고 그에 필요한 재정확보가 관건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저소득층 생활지원사업이나 사회복지비용으로 분류되는 각종 사업의 불용액 비율이 높은 편이다. 상급기관에서 지정했거나 법조문이 지정하는 용도 이외에 탄력 있는 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찾아가는 서비스가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에게 우선권과 혜택을 주는 소극적인 서비스도 그 원인이다.
'지방재원의 확보와 임기 중 치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자치단체의 개발심리도 복지서비스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아기자기한 주민 복지시설이나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거대한 프로젝트와 영리를 위한 개발사업에만 눈독을 들인다.
각종 휴먼서비스 부문에 대한 인색한 지출은 지역의 전반적인 문화와 복지수준을 제자리에 머물게 하고, 민간에 위탁한 복지시설도 대부분 재정난에 허덕이며 빈약한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정도의 힘겨운 하루살이 신세이다.

우리도 '시빌 미니멈(civil minimum)'을 만들자

사실 성장과 개발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단순한 개발의 반복은 마치 습관적인 자기 최면과 같다. 개발이 곧 '삶의 질'로 직행하지는 않는다.

마쓰시타 게이이치는 이미 1965년에 '시빌 미니멈(civil minimum)'을 제안했다. 도시 주민들이 생활하는데 있어서 도시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물적 시설 및 설비, 정책적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몇몇 지자체에서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주민복지 및 생활환경지표(기준)'을 만들었다. 도로의 보행자 안전기준, 노인 및 아동복지시설 규모, 녹지 및 쾌적한 환경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등등 주민복지를 위한 과감하고 다각적인 실천이 일본의 '복지자치'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도 이제 사회복지예산을 늘리려는 의식적인 노력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특색 있는 복지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할 시기이다. 여성고용확대와 사회참여를 위한 아파트 밀집지역의 공공보육시스템 확충, 주민자치센터 등을 활용한 사회교육 및 봉사 프로그램의 확대, 노인들을 위한 건강 강좌와 각종 봉사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생태적인 놀이공간과 사회교육프로그램이 시급하다.
<고양시의회 의원 ecoact@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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