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굴 위령사업 촉구안 부결에 부쳐

금정굴위령사업 촉구결의안이 고양시의회 사회산업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으나 본회장에서 부결되었다. 해당 상임위위원장으로서 이 사업을 간절히 원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길종성의원 외 21명의 의원이 발의를 한 위령사업 촉구안은 다른 의원의 서명을 받는 동안에 대부분의 의원들이 진상규명, 명예회복 등은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 과제로 인식하고 위령탑 건립은 최소한의 요구라고 판단하여 동의하여 주었다. 또한 더 포괄적으로 금정굴 이외에 6.25전쟁으로 인한 모든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사업 지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주시어 수정 보완했다. 발의하지 못한 의원들도 적극적인 반대는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명을 했다.

본회의장에서는 안건을 발의한 의원들이 반대하는 의결을 하게 됐다. 이것은 의회안건 결정절차가 부정된 사례로서 앞으로는 개선해야 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태극단, 재향군인회 등 보훈단체 회원들께서 반대의사를 표명해주셨고 표결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50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남북이 통일의 물꼬를 터 가고 있는 현실에 맞게 의미있는 결단을 해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그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갈등의 역사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일 것이다.

전후세대들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글짓기를 수없이 하며 비슷한 제스쳐의 웅변을 뜨거운 햇빛아래 관람하기도 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던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라는 것인지 혼란을 느꼈다. 정치적 변화기마다 반공국시의 궐기대회, 피비린내나던 조직사건들, 급기야는 조잘거리며 생일잔치에 가던 여중생이 미군의 탱크에 깔려 두개골이 바스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고도 분노하는데 눈치가 보이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그것은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고 자라온 세대가 국가권력이 선택해준 가치로 살아가고 이데올로기의 끈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데올로기 논쟁을 원하지 않는다. 금정굴 문제만도 의회에서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시시비비의 문제가 아니라 발굴 153구의 유골을 유족찾아 안치는 못해도 공동으로 제사지내고 위로 해 줄 수 있는 위령탑건립을 제안했던 것이다. 이제 50년을 가르는 이데올로기의 끈을 놓고 진정 우리가 잡아야 할 가치는 ‘인간성’이며 한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인간성의 회복이다. 그리하여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인간성이 회복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 곧 추석이다. 벌초도 하고 성묘도 가서 가족과 함께 고인을 기리고 추억을 나누는 우리 민족의 고유명절이다. 금정굴의 유족들은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것이다.
금정굴의 문제는 우리 고양시의 현안이고 유골을 정처없이 다른 시에 방치해서는 안되며 고양시, 고양시의회, 고양시 주민들이 가슴을 열고 논의해야 할 때이다. 통일한국의 거점도시가 될 고양시의 자긍심으로 자라나는 우리 세대들이 가치관의 혼란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이제 어른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고양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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