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반려자로 예술의 동반자로…부화부수(婦畵夫隨)

“아내인데…, 어떻게 객관적일 수 있겠어요(웃음). 좁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에 연민이 앞서 남편의 작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요.”
까마득한 후배 작가인 남편의 작품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선경(54)씨가 우문현답을 했다. 그러면서도 재료에 구애 없이 자유로운 남편의 작업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았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서양화가 김선경 ·김기승 부부가 13일부터 26일까지 아람누리도서관 빛뜰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200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전시 이후 두 번째 부부전이다.

▲ 추상에서 구상으로, 다시 추상으로 회귀한 김선경씨의 작품들

작가에게 작업은 일상
김선경씨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선보인 첫 개인전(1984년)부터 줄곧 화단의 주목을 받아온 중견작가다. 추상에서 출발한 그의 작품은 1990년대 후반 밴쿠버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구상으로 돌아섰다. 추상 작업을 백안시하는 일부 시선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한 구상 작업에 그는 7년 넘게 천착했다. 그러나 작업의 뿌리인 추상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 꽃에서 나비 시리즈로 이어지는 지금의 작품은 반추상에 가깝다. 추상에서 구상으로, 다시 추상으로 회귀하면서 온전히 ‘그의 것’이 된 화폭은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작가에게 작업은 일상’이라고 믿는 그는 10여 년만의 국내 전시를 앞두고 설레면서도 두렵다고 했다. 자신의 변화된 작품 세계를 국내서 어떻게 봐줄지 기대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 나비, 별 등을 소재로 한 22점을 선보인다. 지난 10여 년간의 작업 족적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 서양화가 김선경

무대 연출가·극작가·화가 남편
전업작가 외길을 걸어온 아내와 달리 남편 김기승씨의 이력은 다채롭다. 넌버벌퍼포먼스 ‘난타’의 초대 연출가이기도 한 그가 그림 작업을 시작한 건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부터다. 연출가로 극작가로 국내 무대를 종횡무진하다 갑자기 떠안은 밴쿠버에서의 여유 시간을 그는 그림 그리기로 채웠다. 재료나 구도에서의 과감한 작업과 독특한 이력은 밴쿠버 교민사회에서 단박에 화제가 됐다. 2003년에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후원으로 아내와 첫 부부전을 열기도 했다. “아내 덕분에 데뷔전을 잘 치렀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실은 갤러리로부터 초대전 요청이 쏟아질 정도로 작가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1년여 전부터 국내에 머물면서 공연 제작에 몰두하고 있으면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대작을 내놓는 그의 작품은 종이, 먹 등의 재료를 사용해 동양화 느낌을 준다. 이번 부부전에서는 6~7점을 전시한다. 김기승씨는 “2인 전이라기보다는 모처럼 국내에서 전시를 갖는 아내를 응원하기 위해 그림 몇 점을 함께 거는 것일 뿐”이라며 애써 자신을 낮췄다. 아내 이름을 앞세워 달라는 당부도 했다. ‘30여 년간 전업작가로 살아온 아내에게 누(累)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그의 말 속에선 아내 이전에 꼿꼿하게 외길을 걸어온 전업작가, 김선경씨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묻어났다. 그런 남편의 말에 아내는 자신이 전업작가로 살 수 있었던 건 오롯이 남편의 외조 덕분이라고 응수했다. 29년차 부부의 연민과 애정이 화폭을 사이에 두고 핑퐁처럼 오갔다.
문의 031-8075-9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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