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 더 값진,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

“지난번엔 아들 줄 거, 이번엔 딸 팔찌 샀어요.”
‘랄랄라프리마켓’에서 만난 이순희(일산서구 후곡마을)씨가 ‘단골 프리미엄’을 내세워 값을 깎은 팔찌를 자랑삼아 내보였다. 이씨는 “이곳 수공예품은 디자인이 색다른데다 흔한 공산품이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든다”며 “이웃들이 만든 것이어서 믿고 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주부들이 여는 프리마켓
제2회 랄랄라프리마켓이 지난달 27일 전통찻집 ‘수다스토리’(대표 박진숙, 일산서구 대화동) 앞마당에서 열렸다. “아직 홍보가 안돼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란 박 대표의 우려와 달리 장이 펼쳐진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두 번째 열린 행사치곤 제법 만족할 만한 성과다.
프리마켓은 참가자들의 창작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플리마켓(벼룩시장)과 차이가 있다. 랄랄라프리마켓 참가자 대부분은 수다스토리 문화강좌의 강사와 수강생들. 이날 행사에서는 10개 팀의 참가자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규방공예, 자수(행주), 꽃차, 양말인형, 도자기 등을 판매했다. 참가자 중에는 개인 공방을 운영하는 작가도 몇몇 있지만 아마추어가 대부분이다. 젊은 작가들(생활창작아티스트) 중심으로 이뤄지는 여느 프리마켓과 달리 랄랄라는 주부들로 꾸려진 프리마켓이란 점도 색다르다.
“5년 전부터 취미삼아 옷을 만들고 있다”는 참가자 김선화(일산서구 대화동)씨는 “내가 만든 옷을 판매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지난달 27일 수다스토리 앞마당에서 열린 ‘랄랄라프리마켓’ 모습. 이날 프리마켓에서는 10개 팀의 참가자들이 손수 만든 규방공예, 자수, 꽃차, 양말인형, 도자기 등을 판매했다.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 공유
프리마켓을 제안한 이는 박진숙 대표다. 규방공예, 자수, 캘리그라피, 꽃차 등 수다스토리에서 진행되는 각종 문화강좌의 결과물을 그냥 묻혀두는 게 아까워서였다.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이웃과 함께 나누자는 취지도 있었다.
박 대표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는 수다스토리 주요 멤버인 방성희, 김승희, 이승수, 최은주씨가 힘을 보탰다. 매주 월요일 준비모임을 가지며 운영 방향과 방법을 논의했다. 다른 지역 프리마켓에도 참가해 경험도 쌓았다. 그렇게 지난 5월  첫 프리마켓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패브릭 공방을 운영하는 김승희씨는 “고양시에는 핸드메이드 작가들과 공방이 많지만 제품 판로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장이 펼쳐진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초청 작가로 참가한 도자공예가 이유경(경기도 부천시)씨는 “취미생활로 그칠 수도 있었을 텐데, 주부들이 만든 작품을 실제 수익창출로 연결시키고 동네 축제처럼 함께 즐기는 모습이 부럽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핸드메이드 인식 제고 기회도 됐으면
그러나 의욕이 앞섰던 1회 때와 달리 이번 프리마켓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운영진에게 몇 가지 고민이 생겼다. 방성희씨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각자 기대하는 가격의 차이’를 프리마켓 운영에서의 큰 걸림돌로 꼽았다. 많은 사람들이 핸드메이드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막상 지갑을 열 때는 공산품과 가격을 비교한다는 것. 품목을 다양화해야 하는데, 액세서리에 치중돼 판매가 이뤄지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박진숙 대표는 “프리마켓이 단지 제품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장이 된다면 핸드메이드 제품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랄랄라프리마켓은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수다스토리 앞마당에서 열린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즐기고, 이웃과 함께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문의 031-912-6216

동네 사랑방, 수다스토리

대화동 장성초 맞은편에 있는 전통찻집이다. 옛것과 사람, 바느질을 좋아하는 주인장 박진숙씨가 3년 전 ‘여럿이 함께 놀고 싶어서’ 차렸다. 찻집 이름(수다, 秀茶)을 ‘차’와 ‘이야기꽃’이라는 이중 의미를 담아 지은 것도 그 때문이다. 주인장 바람대로 수다스토리엔 차 향기와 이야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일주일 내내 규방공예, 캘리그라피, 자수, 꽃차, 사진 등 문화강좌도 열린다. 찻집 한켠에는 바느질 모임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지난해까진 1년에 두세 번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바자회도 개최했다. 겨울엔 주인장의 시아버지가 손수 장만해주는 땔감으로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작은 동네음악회를 연다. 찻집이라기보다는 동네 문화사랑방이라 할 만하다. 최근 찻집 경영이 어려워져 걱정이지만, 그래도 ‘알차게 함께 놀아주는 이웃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박씨. 그는 수다스토리 프리마켓이 활성화돼 지역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 수다스토리 주인장 박진숙씨(가운데)와 프리마켓 운영진 (왼쪽부터)김승희, 최은주, 이승수, 방성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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