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위원장의 의장단 내정, 탈당명분 제공

지역위원장의 의장단 내정, 탈당명분 제공  
탈당의원, 당 보고 선택한 유권자 기만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의장단 선거에서 얻은 의석수는 고작 상임위원장 1석. 불과 몇주 전까지 의회 다수당이었던 사실을 감안해 보면 참담한 결과물이다.


당초 새정치연합 15석, 새누리당 14석, 정의당 2석이었던 시의회 구도가 뒤집어진 것은 김필례, 이화우 의원의 탈당 때문이다. 지난 30일 두 의원이 “국회의원들이 특정인을 시의회 의장에 앉히려 한다”며 탈당을 공식화함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하루아침에 다수당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반면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지고도 시의회 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더 충격적인 결과는 부의장 자리조차 탈당한 이화우 의원에게 넘겨줬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몰표를 받은 이 의원은 16표를 획득해 13표를 얻은 새정치민주연합 윤용석 의원을 제치고 7대 시의회 부의장에 선출됐다. 사실상 부의장 자리를 받는 조건으로 두 의원이 새누리당 쪽에 표를 행사한 것.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새정치 측 의원들은 “개인적 욕심으로 당을 배신하고 새누리당과 야합했다”라고 두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김필례, 이화우 의원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김현미, 유은혜 국회의원의 독선적 전횡에 있다”며 지역위원장들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탈당한 두 의원이 말하는 “지역위원장들이 의장단 명단을 내정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 실제 현충일인 지난달 6일 4명의 지역위원장 등이 모여 의장선임에 있어 ‘다선 의원 우선, 의장, 부의장 역임한 의원은 배제’ 등의 기본 원칙을 정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당으로서의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 원칙을 정한 것일 뿐”이라는 게 지역위원장들의 주장이다. 이화우, 김필례 의원이 소속된 일산동구 유은혜 국회의원은 “지역위원장들이 무슨 전권을 휘두르고, 결정을 내려준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역위원장들의 설명과는 달리 이날 모임에서는 원칙을 정하는 수준을 넘어 의장단 구성명단과 특정의원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이화우·김필례 의원 모두 각자 의장출마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이화우 의원은 지난달 7일 일산서구 일부 시의원들에게 “의장출마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당 차원에서 의장후보가 내정됐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당선자들이 채 상견례도 하기 전에 상임위까지 내정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탈당명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두 의원에 대해 “시의장단 자리싸움으로 탈당까지 감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다수당으로 뽑은 유권자들의 뜻을 기만했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의장단 구성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으면 당내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원구성도 하기 전에 탈당하는 것은 정당공천제 하에서 당을 보고 뽑아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탈당한 의원도 문제지만 자격미달인 후보를 공천한 새정치연합의 문제도 크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한편 이 같은 갈등의 씨앗이 이미 공천과정에서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선거 당시 이화우 의원은 3인 선거구인 바선거구에서 공천을 놓고 임홍렬 후보와 여론조사 경선을 벌였다. 경선 결과 이 의원이 공천을 받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공공연히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 김필례 의원 또한 유은혜 국회의원으로부터 도의원 출마를 제의받았지만 본인이 시의원 3선출마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갈등을 빚었다는 후문이다.

지역 내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문제가 됐다면 당에서 공천을 주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일단 당선이 됐다면 해당 의원은 자기사람으로 품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실책”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면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력 부재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태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수당의 지위와 의회 내 주요요직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 피해는 이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고스란히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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