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북한산성의 유네스코 등재 위한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군사적 규제로 상대적 주목 못 받아
내년에 종합정비계획 위한 국비신청
세미나·연구로 학술적 자료 축적하고
철저한 고증 거쳐 복원 노력 쏟아야
잠정목록 등재까지 향후 5~6년 걸려

지난달 22일 남한산성(사적 제57호)이 우리나라에서 11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북한산성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는 고양시로서는 분발을 요하는 뉴스였다.

고양시는 2011년 12월 경기도·경기문화재단과 함께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북한산성의 정비·보존·활용을 두고 협력하기로 했다. 이듬해 1월에는 경기문화재단 내에 ‘북한산성 문화사업팀’(고양시청 문예회관 내 사무실 위치)을 발족하고 북한산성 행궁지 발굴에 착수했다. 지난해에는 고양600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고양 역사성의 한 축으로서 북한산과 북한산성을 재조명했다.

그러나 북한산성의 유네스코 등재까지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남한산성이나 수원 화성과 견줘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지난 1월에야 국내 학술세미나를 개최했을 뿐이다. 북한산성 행궁지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은 마련하고 있지만, 북한산성 전체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은 아직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는 내년에 정부를 상대로 북한산성 보존·정비·활용에 대한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위해 국비 4억원을 신청할 계획이다.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이것이 북한산성의 유네스코 등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성곽내부 99%가 고양시 관할
성곽길이 11.6㎞, 전체면적 5.26k㎡의 북한산성은 고양시를 비롯해 서울시 은평구·종로구·성북구·강북구 등 4개구에 걸쳐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은 후 북한산의 군사적 중요성을 인식한 숙종이 1711년에 북한산성을 다시 축조했다. 축조한 기간은 이해 4월 3일부터 10월 19일까지 약 6개월 간이었다.

전체 산성길이 11.6㎞ 중 고양시 관리구간은 약 8㎞, 서울시 관리구간은 약 3.6㎞로 확인되고 있다. 더구나 북한산성 성곽 둘레 내부에 있는 지역(5.26k㎡)의 99.3%(5.23k㎡)가 고양시 관할 구역이다. 북한산성 성곽 내부에 위치한 복원계획 중인 산영루를 비롯해 훈련도감·금위영·어영청 유영지, 군량미 보관 창고, 태고사·중흥사·삼천사 등 사찰 18개, 명승터를 비롯해 우물 99개, 저수지 26개 등 다양한 문화유산은 거의 고양시 관할이다. 특히 임금이 궁궐을 벗어나 머무는 별궁인 행궁 터를 지난해 11월 발굴하고 현재까지 복원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남한산성, 10여 년 전 연구·복원
학계에서는 남한산성·한양도성·북한산성을 일련의 수도권 방위를 위한 주요 도성으로 함께 묶어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3개 성곽 중에 남한산성이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 민관의 20년 가까운 노력이 있었다. 경기도는 약 10여 년 전부터 남한산성에 대한 연구와 종합정비계획 수립, 복원 노력을 기울였다. 민의 차원에서 올해 창립 18주년을 맞은 ‘남사모’(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이런 노력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 덕분에 지난 2000년 행궁 복원사업이 진행된 남한산성은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됐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남한산성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김선정 고양시 문화사업지원팀장은 “경기도가 남한산성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추진 이전에, 광주나 성남 등 지자체에서 먼저 유네스코 추진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서울을 둘러싼 도성인 한양도성도 서울시에서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한양도성은 이미 2012년 11월 2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는 오는 2016년 한양도성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할 계획이다.

김선정 팀장은 “북한산성이 가지는 가치에 비해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다. ‘김신조 사건’ 이후 90년대 중반까지 북한산성 인근에서의 통행이 금지되어 일반인뿐만 아니라 학계에서조차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진정성’ 훼손 없도록 복원해야

 

▲ 숙종때 축성된 북한산성의 축성법을 보여주는 중성문을 잇는 성곽. 중성문 뒤에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북한산 노적봉이다.사진 : 고양시 제공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잠정목록 등재·우선등재 대상 선정·유네스코 등재 신청서 제출·심의·유네스코 등재 등의 여러 절차를 거치게 된다. 북한산성은 현재 잠정목록에도 등재되지 않는 상태로, 잠정목록 등재까지 향후 대략 5~6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망된다. 

유네스코 등재 기준으로는 우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따진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한나라에 머물지 않고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특출한 증거여야 한다는 것이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 외에 재질, 기법 등에서 원래 가치를 얼마나 지녔는가를 따지는 ‘진정성’, 유산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제반 요소를 얼마나 지녔는가를 따지는 ‘완전성’도 유네스코 등재 기준이다. 또한 ‘보존과 관리 체계 구축’이 얼마나 잘되어 있는가도 등재 기준에 포함된다. 

북한산성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축성기법을 잘 보여주는 한에서 원래 성곽의 재질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고, 북한산성의 ‘완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북한산성 원형을 알 수 있을 만큼 복원시켜야 한다. 즉 북한산성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잘 융화시켜야 한다. 
 
김선정 고양시 문화사업지원팀장은 “복원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북한산성에 대한 학술적 연구성과가 충분히 축적되어야 한다. 산성이 허물어져 형태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반드시 고증을 거쳐 복원을 해야 한다. 새것으로 모두 교체한다고 해서 ‘진정성’을 인정받지는 않는다. 한양도성의 경우 복원에만 급급하다보니 원형을 훼손해 문화재적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양도성 18㎞ 가운데 70% 정도가 막돌로 이어붙여 고증없이 복원해 숙종 당시 정밀하게 중건된 성곽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1990년부터 ‘북한산성 복원정비공사’를 진행해왔다. 서울시가 복원하는 부분은 전체 산성길이 11.6㎞ 중 약 5.5㎞ 구간이다. 김성태 경기문화재단 조사연구팀장은 “북한산성의 ‘진정성’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완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원에 너무 힘을 쏟아서는 안된다. 산성을 완전히 복원하는 것보다 당시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북한산성에는 모두 14개의 성문이 있다. 사진은 그 중에 하나인 대서문. 사진 : 고양시청
 

 

같은 산성 차원에서 추가등재 가능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등재가 북한산성 유네스코 등재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선정 팀장은 “남한산성이 등재된 상태에서 북한산성이 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희박해지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전문가도 있다. 반면 같은 산성이기 때문에 유네스코로부터 이목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긍정론자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산성도 남한산성에 비해 역사적 가치가 뒤지지 않는다’는 인식하에 우선 북한산성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축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경기문화재단 팀장은 “고양시와 함께 행정구역상 북한산성이 미치는 서울시와 함께 등재를 추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남한산성이 등재된 것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산성인 남한산성에 추가적으로 북한산성을 등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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