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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학급 2천명 넘는 ‘공룡학교’ 속속교사, 인성교육 안전지도에 곤혹
일산의 모 초등학교 점심시간. 운동장 절반이 공사로 차단된 채 나머지 좁은 공간에서 수 십개의 공이 날아다닌다. 골대 하나를 두고 백여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흙먼지에 뒤덮인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다.
이 학교는 쉬는 시간이면 4층, 5층 화장실은 북새통이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떠들지 말라는 선생님을 피해 화장실로 모인다. 아래층까지 계단을 내려가기는 귀찮아서다. 특히 여자 화장실은 아이들만의 수다 공간으로 많은 아이들이 쉬는 시간 내내 머물러 발을 디뎌놓기가 어렵다.


고양시에만 63개 초등학교(공립)가 있다. 여기에 학급 수는 2천108개로 한 학교당 33개 학급이다. 그러나 고양시는 외곽지역의 학교가 많아 신도시 지역만을 따진다면 한 학교당 학급수는 50개에 육박한다. 보통 학급수가 50개 넘으면 일명 ‘과대학교’라고 말한다. 2002경기교육통계연보를 보면 고양시에서만 50학급이 넘는 8개의 과대학교가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대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간부족이다. 교실안에서는 40여명의 아이들이 좁은 책상 사이로 뛰어다니다 넘어지기 일쑤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히다 보니 사소한 싸움도 많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기본적인 수업을 받을 교실이 부족하다는 것. 일부 학교에서는 일반 교실이 아닌 강당이나 실습실을 교실로 개조해 학급을 편성하기도 했다.

최근 신도시 지역에 진학하는 학생수가 늘어나면서 올해에만 7개 학교에서 교실을 증축하기 위한 공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정부에서는 오는 2005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양시는 학교부지 하나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아 새로운 학교를 짓기가 어렵다. 이미 세워진 학교에 교실을 늘리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5층이 안되는 학교에서는 건물위로 새로운 교실을 짓고 그렇지 못한 학교에서는 학교부지 안에 새로운 교사를 신축해야 한다. 운동장이나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공사로 인한 운동장 잠식은 아이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보통 교실 증축같은 학교 공사는 6개월 가량 소요된다. 이 기간동안 공사차량 진입을 위해 학교 담장을 허물고 운동장 일부는 건축자재를 쌓아놓기 위해 막아 놓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교사들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공사차량과 건축자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학하고 있다.
모 학교는 수업 중에도 창문 밖으로 공사장 인부들이 오르내려 소음과 먼지로 창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있었다. 안정망도 설치하지 않아 수업중 교실안으로 공사장 쇠붙이가 날아오기도 몇차례.

새롭게 지어지는 교실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증축 교실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이전 교실의 건너편에 지어지고 있다. 현재 교실증축 공사가 한창인 B초교는 새롭게 지어지는 교실들이 대부분 북쪽에 위치해 햇볕도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부분 교실만 증축하고 화장실은 따로 마련하지 않아 C초교는 한 층에서 14개 반이 좁은 화장실 한 곳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최근 일산의 H초교는 학생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가을 운동회를 근처 근린공원 운동장에서 가졌다. 이 학교는 60개가 넘는 학급에 학생 수만도 2천840명. 이에 비해 운동장은 다른 초등학교 운동장에 비해서도 적다. 교실증축을 위해 한쪽은 막아놓은 상태다.
아이들은 비좁은 운동장을 피해 운동회 연습을 한다며 한동안 근린공원까지 10분이나 되는 거리를 오가며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고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과대학교에 근무하는 일선 교사들은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들이 워낙 많아 개별 인성지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과대학교는 교실과 학생들만 늘어나고 학교시설 확충은 여기에 따라가지 못해 시설부족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체육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손을 씻기 위해 수돗가에 길에 줄을 선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1층 계단은 쏟아지는 아이들로 인산인해다. 아이들이 넘어져 사고라도 날까 교사들은 옆에 서서 진땀을 뺀다.

학급수가 많아지다 보니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50개 학급이 넘는 모 초등학교에서는 과학실과 컴퓨터실이 1곳밖에 마련돼 있지 않아 계획된 실습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학교 윤 모 교사는 “교육과정에는 실습과정이 잡혀 있지만 다른 학급에서 사용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자율학습이나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대학교들에서는 체육수업을 한번 하려면 다른 반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한꺼번에 7∼8개 반이 좁은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는 통에 저학년 학급의 교사들은 아이들이 다칠까 다른 반의 수업에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고.

교육전문가들은 과대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학교를 신설하는 방안과 함께 도시계획단계부터 늘어나는 학생수를 감안해 학교를 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아파트가 들어서고 학교가 나중에 문을 여는 관행을 깨야 한다는 것.
경기도 교육위원회의 최창의 위원은 “흥도나 대곡, 덕이 송포 같은 외곽지역에 있는 초등학교의 시설을 개선해 도심에 있는 아이들이 버스를 이용해 통학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봄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박대준  yasoo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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