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은 관동대 교수
올해 4월에 KOICA(한국국제협력단) 필리핀사무소 사업 자문을 위해 필리핀 남다바오지역을 방문했다. 필리핀 보건공무원에 의하면 홍역에 감염된 한국 관광객으로 인해 남다바오지역에 홍역이 유행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홍역환자가 85명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남윤인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홍역 유행의 원인을 동남아 해외여행 중 감염으로 지적했다.

동남아 국가인 필리핀은 본국의 홍역 유행을 한국인 관광객으로 돌리고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홍역 유행의 원인을 동남아여행으로 돌리고 있다. 결국 양쪽 나라 모두 자국의 홍역관리체계를 점검하기 전에 핑계되기 쉬운 관광객과 해외여행으로 돌리는 인상을 준다.

홍역처럼 호흡기로 전파하는 바이러스 감염증의 가장 효율적인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양과 방법으로 예방접종을 하였을 때 항체가 형성되어 면역이 생기며 지역사회 내에서 집단면역이 유지될 때 유행적 발생이 없다.

집단면역은 덴마아크령 독립국가 파로(Faroe)섬의 홍역 유행이후에 생긴 개념이다. 파로섬은 1781년 전까지 홍역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섬이었다. 1781년 섬의 추장이 유럽 시찰을 다녀오면서 홍역에 걸려 홍역바이러스를 섬 주민에게 전파하였고 섬 주민의 다수가 홍역을 앓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든 연령군에서 홍역 감염비율은 80%이었다. 주민의 80%가 홍역을 앓고 나서 면역이 생겨 나머지 20%는 저절로 보호되었던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건은 1846년 전까지 홍역 발생이 없다가 1846년에 유럽 본토에서 목수가 홍역에 걸려 섬으로 돌아와 다시 홍역이 유행하였는데 1781년에 홍역에 걸렸던 섬주민은 아무도 홍역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한번 생긴 홍역의 면역은 60년 이상 평생 동안 유지된다는 것이다. 홍역은 집단면역이 80%이상으로 유지되면 유행을 예방할 수 있고 예방접종 대상인 어린이가 거의 100% 예방접종을 하여야 집단면역이 80%로 유지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 우리나라 국민의 홍역 발생자는 해외 감염이 13명이고 해외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이 306명이다. 해외 감염자 13명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에게 집단면역의 수준이 유지되었으면 306명을 홍역에 걸리지 않아야 했다. 우리나라 예방접종률은 95%이상이므로 대학생 집단에서 홍역이 유행했다는 사실은 예방접종의 효과를 의심하여야 하는 결과이다.   

예방접종의 효과는 약의 양과 약효 및 주사방법에 의해 결정된다. 접종약의 양이 늘면 부작용과 원가가 많아지고 약이 줄면 부작용과 원가가 줄지만 면역 효과가 떨어진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의원 등 민간의료기관에게 예방접종을 위임하는 추세이다. 예방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 못지않게 예방접종 후 항체 형성과 역가를 검토하여야 하겠다.

이번 대학생 홍역 유행은 유행의 원인을 개발도상국 여행으로 핑계되기에는 우리나라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당장의 임시방편으로 해외여행 시 예방접종을 받은 성인에게 추가 예방접종을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세월호 대책이 되지 않을 가 걱정이 된다. 제대로 된 역학조사와 분석을 기반으로 한 진정한 홍역 유행 예방 정책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이성은 관동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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