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지난 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가 마침내 첫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이는 지난 1월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발표하고, 또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을 위한 대북 제안을 할 때부터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으므로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 설정방법 제도 등의 4개 분야에 민간위원 30명과 국회의원 2명, 정부위원 11명, 국책연구기관장 6명 등, 위원장 포함 총 50명으로 이루어진 이 조직의 행보가 앞으로 통일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항간에서는 구성원의 면면에 우려하는 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계자는 “남북 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의 공감 형성에 중요성을 감안해 다양한 배경과 철학을 갖춘 분들을 모셨다‘고 했지만, 진보 쪽 인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이지만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통일에 대한 법적 근거는 우리의 헌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제3조에는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또 제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지난 60여 년 동안 정권마다 자랑스럽게 내놓았다가 실패한 통일 정책을 다시 답습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통일로 가는 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험난하고 지난한 과업이다. 길목마다 수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이를 허물고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국제적 견제 세력과 맞서서 그들을 납득시켜야 하고, 또 국내의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통일무용론과 국민들의 무관심, 그리고 통일 비용에 대한 걱정 따위를 이해시키고, 국민적 총화를 위해 전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8월 들어 박 대통령은 북쪽에 5.24 대북제재를 해제할 용의가 있음을 비추면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을 비롯하여, 남북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자고 하였다. 또 금년 광복절 특별담화를 통해서는 ‘통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천과 산림의 공동 관리를 비롯한 생태계 복원, 민생 인프라 협력사업 등, 여러 가지의 통일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드레스덴 제안에서 조금 발전된 발언일 뿐, 결국은 통일에 대한 주도적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전 정권들의 전철을 밟은 것에 불과했다.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었다. 이것이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이라는데는 더더욱 실망을 금할 수밖에 없었다.

 통일은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한꺼번에 큰 것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꿈을 꾸고 있다면 그건 망상에 불과하다. 통일은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물 흐르듯 서서히 이루어가야 한다. 한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상과 제도가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온 관계로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으로부터 하나씩 이루어가는 게 옳은 방법이다. 다른 길은 없다. 사업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서로 자주 만나 소통하고, 나누고, 협력하면 그것이 바로 통일의 첩경인 셈이다.

경제 협력과 문화 소통, 민생 인프라 구축 등도 결국은 모두 그 중심축 위에서 꽃피울 수 있는 것이다. 중심축이 흔들려서는 아니 될 일이다. 그러므로 통일준비위원회가 할 일이란 이제부터 전시 효과를 노린 큰 틀의 정책을 수립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할 일이다. 주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원들이 더욱 더 작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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