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 휴가 기간이 지나고 벌써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산으로 바다로 혹은 해외로, 휴가는 우리가 다른 지역을 가보는 드문 기회이다. 현재 독일에 체류하는 필자는 영국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20년만에 다시 찾은 수도 런던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하철은 여전히 비좁고 지저분했지만, 도심과 테임즈강 주변은 훨씬 깨끗해졌다. 버킹검 궁이나 타워브리지, 웨스트민스터성당 앞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국회의사당 앞에 유난히 긴 택시 행렬이 눈에 띄었다. 줄지어 선 경찰관들 뒤에는 피켓을 든 시위대의 모습도 보였다. 워낙 사람들도 많고 교통정체가 심한 런던이라 시위를 하는 것인지, 일상적인 모습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까이 가서 피켓 내용을 읽어보니, 런던 택시기사들의 항의시위였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인터넷 자가용 영업사이트인 유버(Uber)의 영국 진출을 반대하는 시위였다.

유버는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택시처럼 남에게 운전서비스를 해주고 돈을 받는 인터넷사업이다. 운전자의 신원, 승객의 목적지, 요금 등은 스마트폰을 통해 운전자와 승객이 서로 주고받기 때문에, 어느 면에선 택시보다도 안전하고 편리하다. 택시 요금이 천문학적인 런던에서 유버는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이는데,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생계에 위협을 준다고 반대한다.

유버가 택시 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면, 에어비엔비(Airbnb)는 호텔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역시 미국에서 시작한 인터넷사이트인데 외지 여행객들에게 지역주민들이 빈방을 빌려주는 민박사업이다. 기존의 민박과 다른 점은 인터넷을 통해 여행객은 다양한 민박집을 미리 살펴본 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박집 상태는 물론이고 주인의 신상까지도 파악이 가능해, 안전하고 저렴하게 여행지에서 숙박할 수 있게 해준다. 런던에 체류하는 동안 필자도 에어비엔비를 이용해 숙박비를 아낄 수 있었다.

유버나 에어비엔비는 소위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기가 사용하지 않는 경제적 재화를 남에게 대여해주고 수익을 올리는 사업인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그 효율성이 입증되고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버는 대도시 심야시간대 택시부족 문제나 농촌산간지역 대중교통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대안이 될 수 있다. 짦은 휴가철 부족한 숙박시설 문제를 해결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특히 여행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인터넷 여행정보 사이트가 기존의 여행사업자(travael agency)들을 대체하고 있다. 여행정보 사이트에서 관광지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이미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후기나 평가를 통해 여행일정이나 목적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인터넷 여행사이트들은 여행객들에게 관광지 지역정보를 제공하고, 호텔이나 식당이나 관광상품 광고를 게재해 수익을 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여행이 디지털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휴가나 여행만큼은 아날로그식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여행에 필요한 관광지 지역정보는 인터넷으로 쉽게 얻지만 결국은 그 지역에 가서 실제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광객들로 붐비는 영국 버킹검 궁 광장에는 20년 전과 크게 다름없는 것이 있었다. 수십 개의 움직이는 깃발들이다. 단체 관광객을 안내하는 관광가이드가 들고 다니는 깃발이다. 20년 전에는 대부분 일본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든 중국사람들로 바뀌었다.

대한민국도 중국관광객들로 넘치고 있지만, 대부분 서울이나 제주도 등 유명 관광지로 국한되고 있다. 지역사회가 디지털 시대의 달라진 여행문화를 잘 활용한다면, 국내여행자는 물론이고 해외여행자들도 만족시키고, 지역경제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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