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근무하는 곳은 서울 여의도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아침 7시 22분이면 화정역에서 출발하는 통근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참 난감하고 또 때로는 울화통이 터질 때도 있다. 45인승 버스에 고작 절반 정도 인원이 승차했는데도 마땅히 앉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좌석에 한명씩 앉았지만 비어있는 옆 자리에 가방 등 물건을 놓아두거나 또는 창측이 아닌 통로쪽 좌석에 앉은 승차자가 신문을 펼쳐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가 자기 옆에 앉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인 것이다.

나는 정말 이 한심한 이기주의를 볼 때마다 암담하다. 그래서 이런 모습을 보기 싫어 요즘은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 좌석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아침부터 이런 이기주의 행태를 보는 것이 너무 역겹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기주의는 통근버스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내가 편하면 다 좋은 것’ 이라는 이기주의가 지독하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일부 주민이 보여주는 현상도 그렇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857세대가 같이 산다. 그중 절대 다수는 공동 주택에서 지켜야 할 기초 질서를 잘 준수한다. 차선이 그려져 있는 곳에 주차를 하고 장애인 주차 구역은 당연히 양보한다.

또한 정해진 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재활용품 역시 기준에 맞춰 올바르게 배출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동체 규칙을 따르지 않는 ‘소수의 이기주의’다. 대다수 주민이 당연하게 여기는 주차 질서나 사소한 삶의 원칙을 이들 이기주의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외면한다. 조금만 걸으면 주차 공간이 있음에도 그들은 자신이 집으로 들어가는데 편리한 곳만 생각하고 불법 주차한다. 배출일이 아닌데도 재활용품을 경비실 앞에 임의로 가져다 놓고 대형 폐기물은 스티커도 부착하지 않은 채 몰래 내다 놓는다. 결국 흉한 몰골로 아파트를 차지한 대형 폐기물의 이기적인 주인을 찾을 수 없어 아파트 공동 예산 기 백만원을 들여 처리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어른들의 이기주의를 그대로 닮은 어린 학생들의 모습은 더욱 참담하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거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비닐을 버리는 학생을 보면서 저 아이가 크면 또 어떤 모습일까 암담하다. 흡연 금지 구역인 버스 정류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러다 버스가 오면 그  꽁초를 ‘틱’ 던져 버리고 가는 어른들의 부도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안타깝다.

누군가는 “참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왜 심각하게 과장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서 자기만 살기 위해 탈출한 선장 역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해경 책임자 역시 “왜 선내에 진입하여 탈출하라고 말하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나도 죽을까봐 두려워 들어가지 못했다.”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기주의다. 기본과 기초만 제대로 서 있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잘못이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진 이유인 것이다. 이기주의, 결국 우리의 피해가 되는 증거다. 나 혼자 편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강요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진짜 적은 ‘이기주의’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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