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놀이마당, 13~18일 아람누리도서관 개최

20주년 맞은 어린이도서연구회일산지회내

‘1994년 봄, 박정진을 비롯한 몇 명의 회원이 만나 어린이책을 읽기로 함.’
그렇게 시작된 어린이책 읽기 모임이 올해로 꼭 20년 됐다. 어린이도서연구회일산지회(지회장 신민자, 이하 일산동화읽는어른) 얘기다. 2주에 한 번씩 모이던 그들은 이듬해 가을엔 정발산 약수터로 아이들과 소풍을 가서 모래와 풀로 그림 그리기를 했다. 10년이 되던 2004년엔 5개 분과(그림책, 동화, 옛이야기, 청소년, 인형극)와 12개 기별 모둠을 둔 탄탄한 모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다시 10년, 100여 명 회원들이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모여 어린이책을 함께 읽는다.

지역 독서환경 바꾸는 역할 커져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국내 어린이문학 시장은 전성기를 보냈다. 19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386세대가 부모나 작가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려는 열의가 반영된 사회상이었다. 출판사들이 어린이책 분야에 대거 진출하고, 어린이책 서점과 전문도매상도 등장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같은 시민단체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일찌감치 어린이책 서점(1996년 동화나라)이 자리한 고양시는 신도시 인구 유입이 본격화하면서 어린이문학이 싹틀 토양이 다져졌다. 그 싹이 쑥쑥 자라도록 힘을 보탠 게 일산동화읽는어른이다. 1996년 어린이도서연구회일산지회, 2011년 비영리시민단체로 모양새를 다듬으면서 책 전시, 글모음집 발간, 주요 출판사 독후감 공모 예심 등 대외 활동으로도 보폭을 넓혀갔다. 학교·공공도서관·복지기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읽어 주기, 책 오류 바로잡기, 어린이전문서점과 어린이도서관 살리기 등은 지금도 일산동화읽는어른의 주요 활동이다.
“모임 초창기엔 회원과 회원 자녀를 위한 독서 프로그램에 치중했어요.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을 문화센터나 도서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학업 부담 등으로 인해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죠. 일산동화읽는어른이 내 아이만을 위한 책읽기가 아니라 지역의 독서환경을 바꾸는 활동에 나서는 이유예요.”(신민자 지회장)

 

어린이도서연구회일산지회는 내 아이와 책읽기뿐만 아니라 지역의 독서환경을 가꾸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사진은 도서관·학교 등에서의 활동모습.

 

어린이책 매력에 빠져보세요
일산동화읽는어른은 20주년을  맞아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어린이책놀이마당 ‘너하고 안 놀아!’를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아람누리도서관과 아람누리노루목 야외극장에서 연다.
우리 창작동화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우리 창작동화 161선’은 행사 기간 내내 아람누리도서관 지하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920년대부터 최근까지 창작된 동화 161편을 전시한다. 어른을 위한 동시 특강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14일 오후 7시 아람누리도서관 2층 회의실), 그림자극인 ‘호랑이 뱃속 잔치’(17일 오후 3시)와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17일 오후 4시30분, 이상 아람누리도서관 2층 회의실)도 한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책 작가들의 걸개그림책 ‘함뼘 그림책’ 전시는 18일 오후 2시 노루목 주변 담장서 볼 수 있다.
놀거리, 먹거리 가득한 ‘어린이책 놀이마당’은 행사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펼쳐진다. 전통놀이, 책 바꾸기 장터, 북(Book)적 북(Book)적 벼룩시장, 책읽어주기 텐트, 달달한 점빵, 밴드 축하공연 등 흥을 한껏 북돋워주는 놀이마당이다.
“일산동화읽는어른 모임이 처음 시도해보는 큰 행사”라는 신민자 지회장은 “일산동화읽는어른이 어떤 모임인지 들여다봐주고, 어린이책에 한 번 더 눈길을 주는 행사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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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민자 어린이도서연구회일산지회장

 

 

“어린이책은 어른도 성장시키죠”

7년 전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첫 모임에서 현덕의 동화집 『너하고 안 놀아』를 만나면서 어린이책에 홀딱 반했다. “암울했던 시대였음에도 아이들의 말맛을 살린 글에 감동 받았다”는 그는 “아이와 대화하듯 쉬운 말을 쓰면서도 다루지 못할 이야기(역사적 사건, 철학 등)가 없다”는 걸 어린이책의 매력으로 꼽았다. 어린이책은 마음 깊숙이 자리한 상처를 보듬어주기도 했다.
“어린이책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 맞닥뜨렸던 여러 상황들과 만나게 되거든요. 그땐 해결하지 못해 상처가 된 일이더라도 책 속 주인공의 용기, 꼿꼿함, 혹은 슬픔에 동화되고 공감하다 보면 자연스레 해결이 되죠.”
“어린이책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성장시킨다”는 그는 “어린이책을 매개로 지역민과 더 자주 만나고, 어린이책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모임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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