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봄에 메타세콰이어 심었던 고양고 29회 이상범·원종호 동문

 

▲ "고등학교 2학년 때 둘이서 심었던 나무였는데, 이렇게 명소가 되어서 기쁨이 크다"며 굳게 악수를 하는 이상범(오른쪽), 원정호 동문.

 삼송역 인근에 있는 고양고(전 고양종고)는 오래된 역사만큼 아름드리나무들이 수목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교문 입구부터 펼쳐지는 약 300m의 메타쉐콰이어 길은 명소가 되고 있다.

그 메타세콰이어를 심은 주인공은 고양고 29회 이상범(50세), 원종호(50세)씨다. 이상범, 원종호씨는 “1982년 봄 고등학교 2학년 임업부 시절, 둘이서 나무를 심었다”며 그 시절을 회고했다.

그 당시의 교목은 은백양나무였지만 꽃가루가 날려서 뽑아내는 대신 2~3년생의 메타세콰이어 묘목으로 교체했다. 양편 100여 그루를 심었는데, 물·거름·퇴비 등을 주고 지지대도 받쳐주었다. 중간에 고사한 나무들은 다시 심으며 어린 묘목들을 두 사람은 정성껏 돌보았다. 32년이 지난 지금 15m가 넘도록 쑥쑥 자라난 나무들은 싱그러운 녹음을 뽐내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겨울이면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심을 당시는 팔뚝 굵기 정도의 크기였는데, 지금은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나서 특별한 추억을 안긴다. 이상범, 원종호씨는 “그 당시에는 담당 교사가 시켜서 심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 안 나무의 역사를 이루어 놓고서 졸업한 셈”이라고 하며 으쓱해했다.

그 무렵 1학년 2명, 2학년 2명, 3학년 1명으로 구성된 임업부에서는 고양고 주변 나무들을 모두 관리했다. 그런데 1학년은 어리고, 3학년은 선배였기에 2학년인 이상범, 원종호씨 둘이서 대부분의 나무들을 알뜰살뜰 보살피는 것을 담당했다. 임업부는 대체작물로 학교 뒤 산 밑의 밭에 콩을 심어서 수익금으로 학교 기금도 마련했고 풀도 뽑는 등 학교 주변을 가꾸었다. 때로는 땡땡이를 쳤다가 임업부 조평득 담당교사에게 걸려서 호되게 야단을 맞았던 적도 있다고.

이상범, 원종호씨는 “야단맞고 매 맞고 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잘할 것 같다. 무척이나 그때가 그립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무렵에는 나무 이름을 반드시 모두 외워야 했었다. 선배들께 야단맞지 않기 위해 구구단 외우듯 나무 이름과 잎사귀가 몇 개인지도 외워야만 했다. 무섭던 선배를 생각하며 외웠던 나무이름과 잎사귀들은 지금까지도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상범, 원종호씨는 “요즘도 길을 지날 때 웬만한 나무 이름, 잎사귀, 특성 등을 줄줄이 말하게 되는데 모두가 선배들 군기 덕분이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고양고에서는 매년 10월 3일이면 동문체육대회를 모교에서 하는데, 메타세콰이어와 학교 나무들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농협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한 적 있는 이상범씨는 현재는 성사천변 옆에서 시설채소로 고수, 시금치 등을 재배하고 있다. 원종호씨는 오랫동안 서오릉 앞에서 횟집을 운영하다가 최근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

이상범, 원종호 씨는 “후배들이 등하교 때마다 나무를 보며 푸르른 희망을 키웠으면 한다”고 후배에 대한 애틋한 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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