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고 오래된 재배볍씨’ 발견된 고양...학회 인정 과제

1회 가와지볍씨, 발굴에서 출토까지
2회 벼농사 기원, 청동기에서 신석기로
3회 3천년 여주 흔암리 볍씨와 뭐가 다른가 
4회 1만5천년 청원 소로리볍씨와 뭐가 다른가  
5회 5천년 가와지볍씨, 지역문화브랜드를 향해

기획 5천년 가와지볍씨  한반도 벼농사의 기원을 밝히다

1991년 고양 일산신도시 건설 현장에서 문화유적 조사단이 ‘한반도에서 최고 오래된 재배볍씨’를 발견했다. 발굴 당시 331점의 볍씨가 발굴됐는데 당시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소 이사장이 이끌던 충북대 조사팀이 현재의 일산서구 대화동(옛지명 대화4리 가와지마을)에서 발굴한 12톨의 볍씨가 중요했다. ‘고양가와지볍씨’로 이름 붙여진 이 볍씨는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야생볍씨가 아니라 인간이 의식적으로 키운 재배볍씨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고양가와지볍씨가 한반도 벼농사의 기원을 다시 쓰게 하는 매우 소중한 역사의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고양가와지볍씨가 재배벼임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가와지볍씨의 ‘소지경 상태’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야생벼는 낟알이 소지경으로부터 자연적으로 잘 떨어지는 탈립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야생벼의 소지경은 매우 매끄럽다. 이에 반해 재배벼는 소지경 상태가 매우 거칠다. 고양가와지볍씨의 소지경 상태를 전자주사현미경(SEM)으로 촬영한 결과 재배벼의 특성인 ‘거친 단면’이 나타났다. 이러한 한반도 최고의 재배볍씨인 12톨의 고양가와지볍씨는 약 5020년 전의 볍씨인 것으로 이융조 이사장에 의해 발표됐다.  

기획 ‘5천년 가와지볍씨, 한반도 벼농사의 기원을 밝히다’의 마지막 순서로 이번호에서는 고양가와지볍씨가 고양시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모색해본다.

홍보 거점 역할할 가와지볍씨 박물관 
덕양구 원흥동에 있는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내에는 ‘고양가와지볍씨 박물관’이 있다. ‘고양 농경 문화 전시관’의 명칭을 바꿔 고양가와지볍씨를 부각하면서 올해 3월 개관한 고양가와지볍씨 박물관에서는 앞으로 볍씨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로 전시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박물관 야외에서는 농사 전통 기구인 지게, 맷돌 등을 설치해 아이들이 농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된다.

 

▲ 덕양구 원흥동에 있는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내 ‘고양가와지볍씨 박물관’. 박물관 내부는 고양가와지볍씨의 역사와 의의 등이 소개돼 있다.


특히 박물관 입구에는 5000여 년 전 원형의 140배 크기인 130cm의 가와지볍씨 대형 모형을 설치했다. 박물관 내부는 고양가와지볍씨의 역사와 의의 등이 자세히 소개돼 있고 한반도 벼 전래, 재배벼의 진화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특히 방문객들에게 편안한 감상과 체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조명을 LED로 바꿨다.

▲ 고양가와지볍씨 박물관 내부에 있는 5020년 전 원형의 140배 크기인 130cm의 가와지볍씨 대형 모형.
고양가와지볍씨 박물관 개관은 일단 고양가와지볍씨의 지역브랜드화를 위한 물리적 공간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은 “볍씨 몇 톨로 박물관을 만든 것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임을 강조하며 “박물관 설립은 한국 선사농경문화 연구에 핵심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또한 박물관은 고양가와지볍씨가 한강문화권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가와지볍씨 박물관의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휴일에는 오전 10시~오후 5시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동절기에는 오후 4시30분으로 관람시간이 단축된다.

 

소로리볍씨, 통합 청주시의 상징브랜드로
1만7000년 이전으로 추정되어 한반도는 물론 세계에서 최고 오래된 볍씨로 알려지고 있는 소로리볍씨에 대한 청주시의 지역브랜화사업은 눈여겨 볼 만하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소로리볍씨의 지역브랜화사업의 중심에는 ‘소로리볍씨 기념사업추진위원회’라는 민간단체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 7월 1일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된 ‘통합청주시’의 문화 상징으로 ‘소로리볍씨’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소로리 볍씨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올해 주민자치센터 이·통장과 여론 주도층 2000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주민 알권리 충족 운동’을 펼치며 소로리 볍씨의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들은 소로리 볍씨의 중요성, 유적 조사과정, 작물학적 의미,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에 따른 세계 최고 볍씨 확인, 소로리 볍씨 활용 방안 등을 설명했다.

또한 청주시 차원에서도 소로리볍씨를 식품과 융합을 통한 지역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했다.
청주시 공무원들과 소로리볍씨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회의를 가지는 한편 청주시 차원에서 소로리볍씨 기념사업회에서 건의한 토탄층에 대한 정밀학술조사, 조형물제작, 박물관 건립 등을 장·단기 사업으로 구분해 이중 단기사업은 다음해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여력 있으면 발굴작업 이어져야”
‘고양600년’을 맞이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관련 국제학술세미나를 열고 고양가와지볍씨 박물관이 개관하면서 고양가와지볍씨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고양시에서 펼쳐지는 각종 행사에서도 고양가와지볍씨에 대한 홍보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번 ‘제27회 고양행주문화제’에서도 고양가와지볍씨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려고 의도한 것은 고양 가와지볍씨 홍보의 일환이었다. 고양행주문화제에서 최성 시장은 ‘고양 가와지볍씨’를 소재로 한 구조물을 타고 100만 고양시민퍼레이드에 참여한 바 있다.

동 차원에서도 고양가와지볍씨의 지역문화 브랜화작업은 이뤄지고 있다. 일산서구 대화동은 지난해부터 고양가와지볍씨 알리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화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올해 4월 가와지볍씨와 함께하는 자치공동체사업에 ‘대화가 필요해! 볍씨따라 대화로 가는길’로 응모해 대상자에 선정된 바 있다.

대화동 주민자치위원회는 고양가와지볍씨 출토의 의미를 알리고 주민들의 역사인식과 정주의식을 통해 공동체문화를 형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가와지볍씨와 관련한 대화동의 주요사업으로 ▲대화동 가와지 누리길 조성 ▲도시농촌체험 ▲역사전문가에게 듣는 재미있는 역사이야기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홍보 활동과 함께 고양가와지볍씨에 대한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연구활동이 우선되야 한다고 관련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소 이사장은 “고양가와지볍씨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가와지볍씨가 한반도 최초의 재배볍씨임을 뒷받침하는 여러 연구 논문의 발표와 함께 한반도에서의 독자적인 벼농사 가능성까지 열어주는 최근 연구결과와 고고학적 성과들이 발표된 바 있었다”며 “그렇지만 고양가와지볍씨에 대한 연구가 종결되지 않은만큼 연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가와지볍씨 발굴이 시굴단계에서 멈춰버렸기 때문에 여력이 된다면 연구가 깊어지기 위해서는 발굴이 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융조 이사장은 “이미 아파트가 세워진 곳은 어렵지만 발굴이 어느 정도 가능한 공원에서는 발굴작업을 해 가와지볍씨의 새로운 의미를 계속 축적해 이를 대외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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