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체 부도 피해자위한 통큰 재능기부

도내동 미가스튜디오 50명 무료 촬영
탯줄, 만삭사진부터 통째로 날리기도
강남 일산 송도점 피해자만 4천여명

부도난 피아체 스튜디오 피해자들을 위한 통큰 기부에 나선 미가스튜디오 김도헌, 김선현씨 부부. <사진 김성윤>
“만삭사진부터 찍었습니다. 50일, 100일 사진찍고 돌잔치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식을 들었죠. 서둘러 일산피아체에 가봤더니 피해자들이 집기를 들고가고, 난리가 아니었어요. 탯줄도장 맡기고 못 찾은 사람부터 원본 화일도 못받은 부모들까지. 자기 아이 앨범을 남들이 밟고 다니는 걸 보면서 엄마들이 오열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아기 사진 밟고 다니는 것 보며 오열”
13일 덕양구 도내동 미가스튜디오에서 아기 돌사진을 촬영하던 아빠 김민석(40세)씨. 마냥 행복하면 될 것 같은 날 민석씨는 아내를 안타깝게 쳐다보다가 미가스튜디오 김도헌(44세) 대표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전했다. 무슨 사연일까.

국내 유명 아기사진전문 스튜디오 ‘피아체’. 강남청담점, 일산점에 이어 인천송도점까지 확대해가며 고가의 아기성장앨범을 전문적으로 취급해왔다. 그러나 9월 12일 일산, 13일 청담, 26일 송도점이 차례로 문을 닫고 업체 측이 일방적으로 ‘업무 중지’를 통보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부모들은 피아체의 유명세와 다양한 이벤트에 최소 100만원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아기성장앨범을 사전에 전액 결제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피아체의 부도로 막대한 금전 손실 이외에도 원본사진이나 심지어 탯줄도장을 위해 맡긴 아기의 탯줄까지 잃어버린 경우도 있다는 것. 현재 피해자수는 전국적으로 4000여명 선까지 이야기되며 피해금액도 수십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내동 미가스튜디오
만삭사진부터 찍고 돌잔치 앞두고…
김민석씨도 피아체 스튜디오 피해자 중 한사람. 큰아이가 8살. 늦게 가진 늦둥이 둘째에게는 좀더 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작년 킨텍스에서 열린 ‘베이피페어’에 갔다가 성장앨범을 찍으면 매년 가족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는 피아체 스튜디오 이벤트를 보게 됐다. 바로 일산 스튜디오가서 120만원 전액을 결제했다. 만삭부터 사진을 거의 다 찍고 이제 돌잔치를 위한 돌사진만 남겨놓고 피아체의 부도소식을 들었다.

“와이프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어요. 돈보다 아수라장 판에서 아기사진 밟고 다니며 울부짖는 엄마들을 보고 와서 충격이 더 컸나봐요.”

피해자들의 온라인 카페에서 우연히 미가스튜디오의 재능기부 소식을 듣게 됐다. 반신반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기를 안고 왔다. 원가도 받지 않고, 조건도 없이 돌사진을 촬영해서 앨범과 액자까지 만들어준다는 이야기에 김민석씨를 포함해 50여명의 피해자 부모들은 눈물까지 지으며 김도헌 대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아기 사진을 편집하고 있는 김도헌 대표.

“사실 동종업계에 있으면서 작년부터 ‘위험하다’는 감지가 있었어요. 피아체 스튜디오 말이에요. 일산점만 직원이 30명 정도라고 알고 있었는데 월급이 6개월 정도가 밀려있다고 하더군요. 9월 문닫기 한달전에 직원들이 다 그만뒀는데 나중에 사장이 급여를 주겠다고 하고서 다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더군요.”

“사진하는 사람으로 안타까움 더 컸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피아체 사태를 바라보며 안타까움이 더 컸다는 김동헌 대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도한 이벤트와 할인정책으로 미리 대금을 다 받으면서 사업의 무리가 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잔금을 6대 4로 하는데 그래야 스튜디오가 돌아가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처음에 돈을 다 받아 써버리면 성장앨범처럼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에 자금 회전에 어려움이 올수밖에 없죠.”

최종 피아체의 부도와 피해자들의 소식을 전해들은 김 대표는 서울의 같은 이름의 스튜디오 대표들과 안타까움을 나누게 됐다. 큰 고민하지 않고 바로 재능기부를 해서 피해자들의 일부라도 돕자는데 뜻을 모으게 됐다. 강서 강남 인천 부천 고양화정점 5명의 사진 스튜디오 대표들이 피아체 피해자 온라인 카페에 재능기부 의사를 전했다.

“처음에는 100명을 생각하고 모집했는데 너무 많이 몰려 100명을 더 받아 200명이 됐어요. 그중에서 50명을 고양화정점에서 받기로 했지요. 처음에는 원가라도 받을까 했지만 피해 부모들의 사정이 너무 딱해 그냥 화끈하게 다 해주자 생각했지요.”

미가스튜디오는 도내동의 옛 레스토랑 라빌레뜨를 리모델링해서 8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10월 초부터 휴일도 없이 8명의 직원들과 밤을 새다시피 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다 해주는 걸까’하며 의심하던 부모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앨범을 받고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너무 고맙다며 음료수를 가져와 눈물까지 흘리더군요. 잘했다 싶었어요.”
15년전 화정역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다가 8년전 지금의 도내동으로 옮겨온 미가스튜디오. 예전 레스토랑을 리모델링해 아름다운 외관과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갑내기 중학교 동창인 아내가 맘에 들어한 공간이다.

“재능기부 하는 것에 대해 사실 직원들은 좀 힘들어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우리도 좋은 일좀 하고 살자’며 저를 밀어붙였죠. 잘했다 싶고요, 더 좋은 일로 돌아오겠지요.”

백양고에 다니는 큰 아들과 초등대안 우리학교에 다니는 5학년 둘째 아들과 행신동에 살고 있는 김도헌, 김선현씨 부부. 실의에 빠졌던 아기 엄마아빠들이 ‘사람에 대한 믿음을 되찾게 해주었다’며 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며 부부는 나눔이 비전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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