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계 감염병은 누군가 감염자의 대변을 통해 미생물이 배출되고 조리종사자의 손이나 물을 통해 식품이 미생물로 오염되고 오염된 음식물을 다른 누군가가 먹어서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소화기계 감염병의 효율적인 관리는 감염자의 대변으로 배출되는 미생물에 식품이 오염되지 않게 하여 전파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1983년에 필자가 세계보건기구 급성감염병관리 연수생으로 동남아 4개국을 방문하였다. 마지막 일정으로 일본의 동경시립병원 전염병동의 견학이 있었다. 전염병동에 장티프스 환자가 2명 있었는데 민망하게도 2명 모두가 한국에 수학여행을 다녀와 발병한 것이었다.

그 후 국가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국민의 개인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화기계 전염병인 1군 법정감염병은 크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집단급식으로 인한 노로바이러스감염이나 살모넬라증 등 기타 식중독 및 직장인에게 집단 발생한 A형간염은 OECD국가의 위상에 맞지 않게 아직도 발생하고 있다. 전염력이 커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파하는 장티프스 및 콜레라는 줄었지만 식품위생 특히 조리종사자의 손위생과 관계가 큰 식중독과 A형간염 및 노로바이러스 소화기계 감염증은 종종 발생한다. 

인천아시안게임동안 대회 조직위가 선수들에게 제공한 도시락이 살모넬라균으로 오염되었음을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하였다. 살모넬라균은 대표적인 여행자설사의 원인균이며 주로 개발도상국을 여행하는 선진국 국민이 감염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열도 심하게 발생하지 않아 2-3일 앓고 나면 회복되는 감염증이다. 그러나 살모넬라증이 발생하다는 것은 식품위생 및 개인위생 수준이 아직 낮다는 의미이고 외국 여행자가 한국 여행에서 안심하고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몇 해 전에 여의도 여러 회사의 직원에게 A형간염이 집단 발생한 적이 있었다. A형간염은 소화기계 감염병으로 감염자의 대변을 통해 배출되고 조리종사자의 손 등에 의하여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여 발생한다. 여의도 여러 회사의 회사원에게서 집단적으로 발생하였다면 직장 주변의 음식점이나 포장마차 등에서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여 집단적 발생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이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는 없었고 질병관리본부의 정책은 A형간염의 예방접종을 권하는 것이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A형간염의 예방대책이 조리종사자의 손씻기 강조 등 감염관리가 아니고 A형간염 예방접종을 권한다는 의미는 선진국의 국민이 한국 여행을 하려면 A형간염 예방접종을 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정책은 우리나라 스스로 식품 위생 수준이 불량함을 고백하는 것이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자국 내에서 국민에서 A형간염을 권하는 국가는 없다.

식품조리에서 비닐장갑이나 고무장갑을 착용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습관으로 감염관리의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 비닐장갑은 1980년대에 병원에서 환자의 대소변 및 분비물을 손으로 직접 만지지 않기 위하여 사용하게 되었고 고무장갑은 물을 많이 사용할 경우 거칠어지는 손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용하게 된 습관으로 장갑이 식품위생에 필요한 감염관리 도구가 될 수 없다. 의료기관에서 병원감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고무장갑이나 비닐장갑을 사용하는 것보다 의료인의 손씻기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듯.  

HACCP은 식품위생관리에 중요한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HACCP에서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은 식품제공의 마지막 단계에 참여하는 조리종사자의 손씻기와 감염관리 교육이다. 조리종사자의 손씻기와 감염관리 의식이 향상되지 않는 한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살모넬라균 소동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성은 관동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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