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유보 이사장 남기고간 이야기

2002년 주엽이사와 활발한 지역활동
전문인들 향해 “지역일좀 해라” 호소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집으로 오라해서 미안하네.”
고양신문사가 준비중인 기획기사와 관련한 인터뷰를 위해 고 성유보 이사장을 찾았다. 9월 15일. 돌아가시기 2주전이다. 2003년 민주언론운동연합 이사장 시절 인터뷰를 한 이후 11년만이다. 강선마을 14단지 아파트는 성 이사장이 2002년 가을 이사와 지금껏 살고 있는 집이다.
 
희망래일,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었던 성유보 이사장. 건강이야기에서 갑자기 옛날 이야기가 주제가 됐다.

“1984년 민언련 사무국장을 하다가 민통련 일을 했지. 한겨레 갔다가 97년 민언련 이사장을 맡게 됐지. 그때는 참 정치적 격변기였지.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하고. 그래도 치열한 과정을 지내며 민주주의가 어느정도 정착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사회민주화와 언론의 자유를 위해 지내온 세월들. 이제는 한발 물러나 있으면서도 지금의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민주화가 이렇게 쉽사리 허물어질 줄 누가 알았나. 옛날 것을 유지는 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다 뒤바뀌는 한심한 상황이야. 무엇보다 남과 북의 화해, 교류를 위한 노력이 이렇게 허망하기 무너질 줄이야. 당분간 통일은 어려울 것같고, 우리가 제일 신경쓸 것은 평화지.”

그런 의미에서 성유보 이사장은 고양시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제일 가운데가 접경지역인데 여기서 평화도시를 만들자는 것은 의미가 크다. 평화는 건물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말하는 것. 고양시가 평화도시 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평화글짓기, 평화콘서트, 평화미술대회, 평화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걸음씩 접근했으면 좋겠다. 전국에서 ‘우리가 고양을 본받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성유보 이사장은 최근 몇년 동안 ‘희망레일’ 이사장을 맡아 평화운동을 함께 해왔다. 통일, 평화를 이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비전, 시민운동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기차를 타고 만주, 러시아,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꿈을 꾼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련한 표정을 짓던 성유보 이사장.  
“정전협전일인 7월 27일 전후 콘서트를 하는데 올해로 3회째가 됐어. 재일교포 가수 이정미가 매번 나오는데 이번에 임진강이란 노래를 불렀지. 이정미가 원래 가사를 바꿔서 남쪽도 북쪽도 다 잘사는 사회를 그리는 노래로 만들었다. 평화운동이 그래야하는 거라고 생각해.”

성유보 이사장은 고양시에 이사와 지역언론인 고양신문사 편집위원으로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고양시의 평화통일 관련 주제에 대해 자주 자문역을 맡으며 풀뿌리 언론과 지방자치에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여기 언론인 문화인들 진짜 많이 사는데 지역에 관심을 안가져. 다들 같이 하자고 그래봐”라며 전문인들이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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