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 행복한 청소부 권영철씨 하루에도 장갑 1~2개 소모

▲ 쓰레기봉투를 누르다가 유리병에 손을 크게 베이기도 했지만 권영철씨는 하루종일 삼송역 주변을 행복한 마음으로 청소한다.

삼송역 주변은 그의 영역이다. 아침부터 저녁, 퇴근시간까지 삼송역 주변을 배회하는 그의 모습을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점심때가 되면 인근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국밥도 한 그릇 먹고, 때로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내 것처럼 자판기에서 커피도 스스럼없이 뽑아 마신다.

그는 자신의 영역에 누가 들어오든지 나가든지에 대해 아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쓰레기다. 줍고 줍고 또 줍는다. 이쪽으로 한 바퀴 돌며 작은 담배꽁초 하나라도 줍고, 저쪽으로 돌다가 누군가 떨어트린 휴지를 줍는다. 그러다 그늘에 앉아 쉬며 MP3로 음악을 듣는다. “우리 딸이 사준 거야”라며 들려주는 노래는 역시 흥겨운 중년들의 최신가요다.

삼송역 주변에서 그는 유명인이다. ‘종잡을 수 없는 행복한 청소부’이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월급 받으며 하는 일도 아니다. 스스로 원해서, 좋아서 하는 일이다.

종로에서 살 때도 그는 그의 구역을 정했고, 청소를 시작했다. 그렇게 5년을 청소했을 무렵 청소도구와 함께 금일봉을 받기도 했고, 장애3급이 인정되어 복지카드도 받았다.

“뒷골목 가면 엉망이야. 분리수거도 안 되고, 아무데나 버리고…. 할아버지가 버리니까 손녀도 버리더라고.” 그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곳으로 봉사하러 가려했다. 하지만 동네 선배들이 “삼송역 주변이 엉망이 된다”며 만류해서 가질 못했다.

그의 고향 김포는 김포한강신도시가 생기면서 삼형제바위만 남고 사라졌다. 이제 삼송동에 자리 잡은 그는 고양시를 고향으로 여기며 매일 매일 자신의 영역, 자신의 고향을 깨끗이 만드는 일을 한다. 청소하다보면 하루에 장갑 1~2개씩은 써야하고, 쓰레기봉투를 누르다가 유리병에 손을 크게 베이기도 했다.

“나라 발전과 통일을 앞당길 대통령이 필요해서 늘 눈뜨고 기도한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 살기 편한 나라가 되길 원한다”는 그는 자신의 소박한 꿈을 이러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부르짖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그는 빗자루를 잡고 더러운 거리를 청소한다.

 그러다가 잠시 쉬며 커피를 마시고, MP3로 음악을 듣고, 또 구두수선방 옆에서 장기판이 벌어지면 두런두런 훈수도 둔다. 장기9단의 실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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