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상여·회다지소리 일곱 번째 정기공연

화려한 색채의 상여를 탄 최장규 선소리꾼이 노잣돈을 달라며 구슬프게 소리하고 있다.

고양시 향토무형문화재 제58호인 고양 상여·회다지소리(이하 회다지소리) 일곱 번째 정기공연이 지난 26일 고양문화원 야외공연장에서 개최됐다. 가을 끝자락에서 펼쳐진 무대여서 그랬을까, 유난히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공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낮까지 맑던 하늘은 우울한 잿빛으로 변했고, 언제라도 비를 쏟을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럭우럭 선소리꾼의 소리에 회다지꾼들이 연춧대로 바닥을 치며 느리고 낮고 구성진 소리로 받았다.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가 심장을 울렸고, 회다지꾼들의 구슬픈 소리가 관객들의 마음 깊이 파고들었다. 모두들 숙연해졌다.
민속악회 필(馝)의 반주와 고양 12채 연희단의 재기발랄한 공연, 매무새 선의 우아한 춤과 노래 그리고 고양 어릿광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공연을 보는 이들은 웃음을 짓기도 하고, 감탄하며 손뼉을 치기도 했고, 또 위안부에 관한 퍼포먼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올해로 3회째 위안부 피해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제를 치르며 전 세계적으로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해왔던 회다지소리 보존회는 이번 공연에서도 일본군 성노예로 희생당한 이들에 대한 상징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고양시민들의 공감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고양12채 연희단과 상여소리보존회원들이 우아한 춤과 섬세한 선으로 공연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고양 상여·회다지소리는 고양지역의 동족 마을이었던 대화리 뱀개 마을의 김녕김씨 문중에서 전해오는 장례절차를 후손들이 계승하여 전통문화로 재연한 것이다. 5천년 농경문화의 장례 전통인 매장문화와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온 전통 유교의 장례문화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이 소리가 도시화되면서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던 것을 안타깝게 여긴 후손들이 그 원형을 복원하여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회다지소리 보존을 위해 수년간 애써온 김우규 보존회장은 “문중 어르신과 종친들의 고증을 통해 고양의 대표적인 장례의식요로 상여소리와 회다지소리를 원형대로 복원하였다”며 “김녕김씨 문중만의 것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사라져가는 고양시의 상여소리를 보전·전승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을 본 시민들은 상여에 망자를 위한 노잣돈을 꽂아주며 공연대한 고마움도 동시에 전했다.

드디어 화려하게 장식한 상여가 요령을 잡은 최장규 선소리꾼을 태우고 야외공연장으로 들어섰다. 찬바람 불며 한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선소리꾼이 흔드는 요령의 딸랑이는 소리가 더해지며 장례식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상여 위에서 선소리꾼이 노잣돈을 달라며 구슬프게 소리하자 나이 지긋한 관객들과 어린 딸의 손을 잡은 아빠도 상여 앞에 나와 노잣돈을 꽂았다. 이렇게라도 하면 망자를 떠나보내는 이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까. 주렁주렁 노잣돈을 꿰어단 상여가 북망산 향해가듯 떠나가고, 모두가 하나 되어 대동의 한마당으로 이 날 공연을 마무리했다. 
고양상여·회다지소리 정기공연을 주최한 방규동 고양문화원장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우리의 상례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써주신 보존회의 노력이 이번 정기공연을 통해 새롭게 피어나고, 향토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나라사랑의 정신과 조상 공경의 정신이 고취되기를 바란다”고 인사의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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