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당동 주민 복서 강기준씨 23살 현역 최고에게 판정승

▲ 20살에 단돈 8000원을 들고 서울에 올라와 지난달 슈퍼웰터급 챔피언이 되기까지 강기준씨의 삶은 가난을 떨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었고 권투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 중년의 남자들에게 권투하면 홍수환 선수, 그리고 배고픔이 생각날 것이다. 가난과 싸워야 했던 시절에는 권투챔피언이 되어 세상에 이름 날리는 것이 가난을 떨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토당동에 살면서 웨이트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34살의 강기준씨. 유치원 다니는 두 아들의 아버지이며, ‘퇴물복서’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운 그는 지난달 한국슈퍼웰터급 챔피언이 되었다. 34살에 복싱 챔피언이 되기까지 그는 어떻게 인생을 살았을까.

강씨는 20세에 돈 8000원을 들고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와 주유소부터 시작해서 중국집에서 일 하다가 권투체육관에 입문해서 권투를 배우게 되었다. 역시, 그에게도 권투는 배고픔과 연결되어 있다.

“제가 체력이 좋았어요. 옆에서 운동하던 선수 형이 체력 좋다며 청계산 매봉 정상에 40㎏ 되는 아이스크림을 날라주면 5만원을 준다는 아르바이트를 권했어요”

처음 30㎏ 정도를 들고 정상까지 올라갔다 와서 생각한 것이 ‘돈은 아껴써야겠다’였다.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강남역에서 인간샌드백을 하게 됐다. “1분에 1만원입니다. 피하고 맞고 피하고 맞고…” 때로 가끔 발로 차려고 한다거나  잡고 때리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씨는 서울로 올라와 어렵게 생활하며 해병대 특수 수색대를 7번 도전해 입대에 성공한 오기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전역 후 다시 권투를 시작해 2007년 신인왕전에 데뷔해 두 번이나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여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드디어 한국챔피언 도전 기회를 얻었지만 결국 판정패했고, 그 후 결혼해 두 아들을 둔 그는 2년간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복싱계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복싱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그에게 마침내 공석이 된 한국타이틀 결정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는 23살의 현역 최고인 이준용씨로 34살의 강기준씨는 그의 상대가 되기에는 너무 노쇠했다.

드디어 지난달 28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고려한백 대강당에 마련된 특설링에서 노장 강기준과 신예 이준용의 KBC 슈퍼 웰터급 챔피언 결정전이 벌어졌다. 두 선수의 10R 접전 끝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강기준이 챔피언이 되었다. 강기준에게 복싱의 꿈을 꾸게 했던 한국권투위원회 홍수환 회장이 챔피언 인증서를 전달해 줄 때도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빠가 이기면 장난감 사준다고 했더니 시합이 끝나자마자 장난감부터 사달라고 졸랐다”는 성민이, 성현이. 그리고 남편을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준 아내 김지수씨.

“좋은 옷도 많이 못 사주고 좋은 유치원도 못 보내고 그랬는데. 앞으로는 최선을 다해서 너희들 나중에 하고 싶은 거 있을 때 많이 후원해 주는 그런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강성민, 강성현 그리고 집사람 김지수 사랑해. 아빠 챔피언 먹었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현재 그는 일산동구 마두동에 있는 N아울렛 10층에서 매일 새벽 6시부터 웨이트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이제는 보디빌더 챔피언이 되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한다. 꿋꿋하게 ‘인생을 즐기는’ 챔피언의 또 다른 도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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