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망한 후 길재 선생이 한 필의 말을 타고 옛 도읍지 개성을 지나면서 옛 왕조를 그리며 읊은 시가 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당시는 세월이 흘러도 산천은 그대로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고려 왕조가 망했으므로 사람은 소멸하거나 바뀌었다. 고려의 백성이었던 길재 선생은 비탄의 심정으로 그런 소회를 한 필의 말을 타고 지나면서 시로 읊은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 당시와는 사뭇 달라서 산천, 즉 자연은 바뀌고 사람은 그대로이다. 그만큼 요즘은 인위적인 힘에 의하여 자연 환경이 바뀌고 있다. 특히나 도시화를 추진하는 시·군일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우리 고양시만 해도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가을이면 황금벌판으로 뒤덮힐 정도로 논이 넓게 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고양시는 그런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송포에나 가야 그 모습을 조금 볼 수 있을 뿐 고양시는 이제 어느 곳에 가도 들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예전에는 장항동만 해도 벌판이 넓어 논과 밭이 많았었다. 그러나 요즘의 장항동은 무분별한 창고, 공장, 식당의 난립으로 어수선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전형적인 농촌 풍경은 간곳없고 70년대 구로동을 연상할 정도이다. 그로 인하여 각종 산업폐기물과 일반 쓰레기 등 환경오염이 지극히 염려가 되는 곳이 되고 말았다. 대장동 역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지만, 이곳 역시도 도시화의 손길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일부나마 논과 밭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보존될 지는 미지수다. 이곳에도 현재 창고와 비닐하우스, 식당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현상들을 탓할 수도 없다. 논과 밭을 경작해봤자 소득은 적고 일은 많으니 누가 그 힘든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창고를 지어 세를 놓는다든가 식당을 지어 운영을 하면 농사짓는 것보다 훨씬 소득이 많은데 말이다.

 고양시의 통계를 보니 2012년 밭의 면적이 3061만9875㎡ 논은 3689만5190㎡로 나와 있다. 2014년도 통계는 2016년에 나오니까 볼 수가 없지만, 그때 보고 또 다시 비교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2012년 통계와 2005년도 통계를 비교해 보고 7년 간 밭과 논의 면적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겠다. 2005년에 밭이 2851만511㎡이고 논이 4576만1472㎡로 나와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논의 면적은 줄어든 대신 밭의 면적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밭의 면적이 늘어난 것은 논을 밭으로 용도변경해서 밭의 면적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그래야만 토지의 이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지가에도 영향이 있으니까 말이다. 필자가 여기에서 말하려는 요지는 다른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우리 고양시는 현재 논과 밭은 물론이고 과수원, 목장용지, 임야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녹지 환경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반증이다. 녹지 환경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따라서 이대로 이런 사태를 관망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개발이 아니라 자연 상태 그대로를 보존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개발은 이제 포화 상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분별하게 많이 개발을 하였다. 그로 인한 부작용도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말이다. 그런데도 시나 개발업자들은 자본의 논리에 의하여 그저 땅만 있으면 개발을 하려고 든다. 그러나 개발로 인한 당장의 이익보다 환경을 보존하여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시나 개발업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600여 년 전 길재 선생이 한 필의 말을 타고 탄식하듯 시를 읊었던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가 오늘날도 그대로 반영되었으면 하는 마음 건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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