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 이불’ 전

현대자동차 후원 프로젝트 첫 작가로 선정
내년 3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열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이불(50)이 보는 우리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불의 전시는 유토피아에 대한 인간의 집단적 열망과 실패들을 상상 속의 지형으로 구현해 온 ‘나의 거대서사(Mon grand récit)’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 이불은‘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시리즈’의 첫 작가로 선정되어 내년 3월 1일까지 전시를 연다.

많은 것이 디지털화 되고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그는 왜 ‘거대서사’라는 역행적인 주제를 꺼냈을까? 관념과 무관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이 시대의 부조화를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늘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서 논쟁적 작품을 선보였던 이불은 이번에도 우리들을 끊임없이 생각의 여행길로 안내한다. ‘다양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곱씹게 만들며 정말 이 시대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세계적 현대미술 작가 이불의 대형 전시
이불은 1990년대 후반부터 뉴욕현대미술관, 뉴뮤지엄, 구겐하임미술관, 베니스비엔날레, 퐁피두아트센터 등 유수의 해외미술관에서 전시를 열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시리즈’의 첫 작가로 선정된 이불은 그 명성에 걸맞게 대규모 신작 <태양의 도시 II Civitas Solis II>와 <새벽의 노래 III Aubade III>를 선보였다. <태양의 도시 II>는 길이 33미터, 폭 18미터, 높이 7미터 규모의 전시 공간 전체를 작품화했다.

▲ ‘태양의 도시 II’는 실패라는 벽 앞에 겸손해지며 자유를 갈구하는 나의 모습을 찾게 해준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방 벽이 거울로 덮여있고 바닥 역시 거울이 깔려있는 공간으로 빨려들어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순간적으로 아찔함을 느끼며 무한하게 확장된 시공을 따라가다 보면 그 경계마저 상실해버리고 만다.

불안하게 놓여있는 유리조각 모음들 사이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벽. 누구나 한번쯤 인생이라는 길을 걸으며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이 벽은 실패와 포기를 강요하지만 때로는 자유를 함께 가져오기도 한다. 미로에서 막힌 길을 만나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와야 한다.

그 길에서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이 통제할 수 없는 감각과 인식의 범위 속에 있음을 깨닫고 겸손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 대형 수직 설치작품인 ‘새벽의 노래 III’는 삶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새벽의 노래 III>는 마치 대기권을 뚫고 쏟아져 내려오는 어떤 거대한 물체를 마주하는 듯하다. 예기치 않은 거대한 사건이 불현듯 찾아오지만 그 사건이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가 없다.

부서진 물체의 파편들을 둘러싼 희미한 불빛은 이불의 작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중요한 요소다.

 

여전히 모던의 그늘에 서 있는 현대인
이불은 현대에는 더 이상 거대서사가 불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떠다니는 ‘작은’ 이야기들을 다루며 개인에게는 여전히 거대서사가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인간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모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관찰하면 결코 모던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불은 의도적으로 고대의 기억으로부터 작품의 소재를 끌고 나옴으로써 관객들이 작품을 볼 때 모던하면서도 원시적인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불은 지난달 26일 열린 ‘이불을 말하다-학술대담’에서 “20년 전에도 강력한 힘을 가졌던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비전’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일한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며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과연 합리적 사고와 판단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절과 실패에 굴하지 않는 삶을 형상화 
이불은 여러 사회적 문제에 결코 침묵하지 않고 온몸으로 소리내오던 과거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지고 따뜻한 이번 작품들이 “‘절망과 희망’, ‘추락과 비상’ 등을 상징하며 좌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또다시 시도하는 인간의 삶을 형상화했다”고 말한다.

이불의 전시는 설치미술이라는 생소한 장르지만 눈으로만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을 곱씹으면서 마음으로 따라가 보자. 그러면 작은 거울 조각들이 개개인의 관계와 다양한 삶과 서로 부딪히고 관계를 맺으며 내는 소리에 빠져들게 된다.

“아직은 그 실체를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저 멀리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불빛을 느낄 수 있다”는 그의 전시 작품을 보면서 지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는다.

 

이불(LEE BUL, 현대미술 작가)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했고, 1980년대 탁월한 예술적 감각과 사고를 통해 현대미술뿐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인 맥락에 물음을 제기하고 탐구를 지속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뉴욕현대미술관, 뉴뮤지엄, 구겐하임미술관, 베니스비엔날레, 퐁피두아트센터, 도쿄모리미술관 등 유수의 해외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하며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 이불’ 전
기간 :
  ~ 2015년 3월 1일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 5전시실
작품 : 대형공간 설치작품 2점
주최 : 국립현대미술관 후원 : (주)현대자동차
관람료 : 4,000원 문의 : 02-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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