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 나락유통으로 대안찾기

“합법적인 유통방법을 통해 수입쌀이 ‘국내산’으로 우리 밥상위에 올라오고 있다. 수입쌀, 혼합쌀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이 바로 나락으로 쌀을 유통하는 것이다. 쌀시장과 함께 우리 가정의 밥상, 밥맛도 지킬 수 있다.”
15일(토) 고양시 덕양구청 대강당에서 고양시 쌀정책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쌀 관세화로 싱숭생숭한 상황에서 개최된 이번 토론회는 우리가 이제까지 생각 못하고 있던 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쌀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갈 수 있는 해법을 얻을 수 있는 정책토론회였다.


 

이번 토론회에는 전문가부터 경기도, 고양시의회, 소비자단체, 언론, 농협까지 관련된 기관, 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새농촌문화포럼 고양시 쌀정책 토론회

정부·지자체·농협·소비자단체 함께 나서

즉석 도정방식 통해 맛있는 밥, 쌀소비촉진

‘쌀관세화 시대 나락유통만이 답이다. 다시 쌀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사)새농촌문화포럼(대표 김기영)과 (사)소비자시민모임 경기북부지회(대표 김순환), 협동조합 사람과사람(대표 이윤섭)가 공동주최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실과 공동 주최한 이후 첫번째 지방 행사로 고양시가 선정되어 실시된 이번 행사에는 약 2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대강당에서 진행된 1부 토론회는 나도은(새농촌문화포럼 상임이사)씨의 사회로 심상정 국회의원과 김영선 전 국회의원의 축사에 이어 김기영 대표의 기조발제 그리고 이기만 대표(새농촌문화포럼 정책이사)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김유임 도의원, 박상준 시의원, 최미경 지부장(소비자시민모임), 김보연 회장(전국농업기술자협회), 김진이 기자(고양신문사)의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토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김기영 “쌀눈 없는 오래된 쌀, 최악”


우리가 쌀을 1년에 67㎏, 1년으로 나누면 184g 정도, 하루에 1.5끼 정도를 먹는다. 쌀을 많이 먹어야 하지만 쌀눈이 없는 쌀을 오래 보관해서 먹는 건 최악이다. 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소비가 줄고 있다. 혼합쌀, 저가쌀 때문에 쌀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건강한 쌀로 즉석도정한 것을 먹어야 한다. 100세 장수시대, 건강의 문제는 결국 먹는 것으로부터 해결할 수 있겠다. 쌀에서 벼로 바꾸는 유통혁명을 통해 쌀을 살릴 수 있다. 쌀 개방시대 해결책은 벼 유통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기만 “국가·지자체가 지원해야”

 

2009년 양곡유통관리법이 개정되서 국내산 쌀이 10%만 들어가도 국내산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됐다. 등급표시에 미검사항목 부분도 문제다. 쌀에 중금속, 잔류농약 등을 분석해서 문제제기할 때 피해갈 수 있는 길을 법률적으로 보장한 항목이다.
백미가 탄수화물덩어리라고 알고 있고 그래서 밥을 잘 안 먹는다. 쌀눈에는 단백질과 지방 등이 다 들어 있는데 우리는 왜 쌀눈이 있는 쌀을 안 팔고, 쌀눈을 없애버릴까. 결정적인 이유는 산패하기 때문이다. 쌀눈을 제거해야지만 몇 달을 유통시킬 수 있다. 결국 장사속이다.
적극적인 문화운동을 통해서 쌀눈이 있는 쌀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락 유통시 필요한 도정기 제작의 기술적인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벼를 집집마다 공급하는 시스템을 소비자단체, 지역단체가 담당하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단체급식, 대중급식을 통해 먼저 확산하고, 가정으로 공급하면 국민의 건강, 지역의 건강 자체를 담아낼 수 있다.

 

김유임 “로컬푸드 매장에 도정기 설치”

 

농경민족으로 5000년동안 살아왔고, 농경민족의 DNA가 몸속에 있다. 산업화 된지 100년도 안되는 이 기간을 거치면서 5000년 된 농경문화의 가치와 함께 몸의 건강이 무너지고 있다. 쌀은 우리 음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이다. 쌀 관세화는 잘못된 정책이다. 쌀을 경제가 아니라 문화로 인식해야한다.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한 로컬푸드 매장을 많이 만들고 있다. 로컬푸드매장을 늘리면서 그곳에 도정기계를 두는 것에 대해 주부들에게 물어본 결과 대부분 찬성했다. 의회의 내년 예산 심사때 협의해 보겠다.
서울은 경기도의 시장이다. 경기도가 농업인 인구 전국 1위고 농지면적이 전국 5위다. 전국 농업 예산이 평균 6000억인데 경기도가 4300억밖에 안된다. 매년 500억씩 증가시켜서 전국평균까지 예산을 증액시키려고 한다. 그에 따라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정책들을 계속협의하고 있다. 쌀을 중심으로 놓고 경기도 의회에서도 열심히 고민하고 지원하겠다.

 

박상준 “학교급식에 나락쌀 공급해야”

 

고양시 예산이 50억 정도 쌀소비를 위해 책정되어 있다. 쌀에 대한 고양시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은 쌀에 대해서 어떻게 소비할지 인식을 바꾸는 게 아니라, 예산을 통해 쌀소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쌀이라도 나락으로 도정해서 공급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도정된 쌀을 찾을 것이다. 도정된 쌀 유통에 대한 대책이 장기적으로 지원될 수 있기를 바란다.
쌀 소비에 대해 편성된 예산이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즉석도정에 대한 방향으로 시도해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쌀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최미경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

 

우리 애를 키우면서 가장 잘 한 일이 늘 현미와 각종 12곡 잡곡으로 아침을 준비해 준 것이다. 아이들한테 잘못된 음식을 주면 안 된다. 소비자는 우리 한 사람이 아니다. 여기 참석하신 모든 분들과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셔야 식탁이 변하고 시장이 변하고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보연 “나락 소포장, 가격 현실화해야”

나락, 즉 벼로 유통한다고 해서 의아해했다. 즉석 도정한 밥을 먹고, 도정기계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만해도 사실 부정적인 면이 90%였는데 49대 51로 바뀌었다. 나락유통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벼를 넣고 도정해서 밥을 한다고 할 때 이론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 기계를 대형화하고, 조금씩 소포장단위로해서 판매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쌀 가격과 도정기의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김진이 “도시농업, 소비자운동부터 시작”

5천년된 가와지볍씨가 발굴된 고양지역이야 말로 벼농사가 시작된 곳, 특히 재배벼가 생산된 역사적인 곳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 가와지볍씨 발굴했던 분들을 통해 고양쌀, 고양의 가와지볍씨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다면 상업적인 브랜드로도 충분히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고양시는 소비자운동이 선진적인 곳이다. 학교급식에서 고양시 생산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고양시의 쌀을 시 재정으로 지원하고, 지역에 있는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보급하자는 시민들의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양시 각 초등학교에 논 교육을 시키고 있다. 도정까지 해서 한 끼만이라도 내가 키운 쌀로 먹는 교육을 6년, 3년, 3년 계속할 수 있다면 나락유통 사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만 보아도 고양시는 이미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본다. 빠른 시간 안에 확산되기는 어렵겠지만 단기적으로 한 학교, 한 지역 중심으로 움직여 나간다면 틀림없이 고양시에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은 “농협, 지자체 정부 나서야”

토론회에 제기되었던 의제는 참가자 모두가 100% 공감하였으나 부수적으로 해결되어야할 문제 몇 가지가 제기되었다. 첫번째로 가정용 즉석도정기의 먼지발생 문제와 구입가격과 겨의 처리문제였다. 이것은 집진기 설치로 먼지문제 해결을 눈으로 확인했고, 가격은 소비자의 수요확대로 대량생산체계와 경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벼의 생산과 제조 그리고 유통에 대한 것이었다. 농협과 지자체 그리고 정부가 나서 RPC(미곡종합처리장)를 개선하고 새로운 나락유통체계를 지역단위 특히 도농복합도시에서 신모델을 구축해야할 것으로 결론이 났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식사메뉴를 선호하는 음식문화에 대해서는 학교와 군대 그리고 단체급식을 통해 점심 식사량을 늘리고 차차로 학생단체급식을 통해 아이들이 아침을 요구하는 분위기로 전환시켜야할 것을 제시하였다.

 

토론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참가자들은 로비에서 진행되고 있던 2부행사에 참여했다. 나락을 가정용 즉석도정기로 현장에서 도정하여 압력밥솥에 직접 밥을 지어 먹는 행사였다. 2부 행사에 참여하여 밥맛을 본 주부 이모씨는 “현미쌀로 이렇게 바로 지은 밥이 밥 색깔이 백미로 지은 것과 큰 차이가 없고, 식감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느냐”며 신기해했다. 유통과정에서 도정한 현미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보호물질 때문에 색이 변하고 단단해진 것만 보았기 때문이다. 1분도로 도정한 현미로 밥을 짓는 것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미로 짓는 것처럼 어렵고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쌀에 대한 상식이 비상식이었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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