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전통시장에 들렀다. 필자의 아내는 대형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을 자주 가는 편이다. 각종 세제나 기타 생활용품은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구입하지만, 생선이나 육류나 채소 등 농수산 신선식품은 가격이 저렴한 전통시장에서 구매한다. 필자도 아내를 따라 가끔 전통 시장에 가는 경우가 있다. 살 물건이 많아 짐꾼이 필요한 때이다. 매장을 나서면 바로 주차장이 있는 대형마트와 달리 시장 근처에는 주차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채소의 풀냄새와 생선의 비린내가 어우러진 전통시장은 디지털 시대에 몇 개 남지 남은 아날로그 유물이다. 인간적 교류는 제거되고 모든 거래가 컴퓨터 처리되는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과 달리, 삶이 있는 공간이다. 낯선 사람들이 상품을 중간에 두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카드 단말기 대신 손때 묻은 지폐로 거래를 한다. 대화가 단절되고 스마트폰에 시선이 집중된 현대사회에서 재래시장은 낯선 사람들끼리 흥정을 하며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드문 곳이다.

그런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의 등장으로 그 존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새삼스런 소식이 아니다. 지방 중소도시에도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그로 인해 시장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언론보도는 주기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자치단체로 하여금 전통시장 육성 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그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해왔다. 3년 전부터는 강제 휴무일을 정해 소비자들을 대형마트에서 전통시장으로 유인하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의 매출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소비자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값싼 물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외면할까?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 불편과 불신, 두 가지 때문이다. 그런데 전통시장이 불편한 것 역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주차장, 쇼핑카트나 카드거래와 같은 편리함을 전통시장은 제공하지 못한다. 이런 불편의 문제는 투자나 지원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불편함이 해소된다고 해서 전통시장으로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옮길 것 같지는 않다.
전통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경제신문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간의 갈등에 관한 보도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네티즌 추천 순위 1위 댓글인 “전통시장을 안가는 이유”를 살펴보니 6개 중 5개가 전통시장 상인에 대한 불만이었다.

1.주차및 교통불편 2.카드는 거래하지 않고 카드내밀면 오히려 욕하는 시장상인 3.상품비교하며 이것저것 고민시 쫒아내는 상인 4.교환과 환불 불가 5.현금영수증 미발급 6.가격후리기(모르고 가면 바가지 당한다)
“자기들이 손님 쫓아내놓고 정치인들 보고 시장 살려내라고 떼쓰지 마라”는 댓글에도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전통시장의 부활은 소비자들의 상인에 대한 신뢰회복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모든 전통시장 상인이 소비자에게 불친절하고 속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99명의 선량한 상인들의 신뢰를 단 한 사람의 불량 상인이 허물어트릴 수 있다. 시장상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동참해서 전통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 주 아내는 노점상으로부터 갓 구매한 생선봉투를 집어들며 “속았다”고 미소지었다. 마지막 떨이라고 하소연하는 상인의 말을 듣고 생선을 샀더니, 아내가 돌아서기도 전에 그 밑에서 새로운 생선을 좌판에 올려 놓더라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 그 생선요리를 먹으며 식구들이 다시 한바탕 그 노점상의 “미숙한” 상술을 두고 한바탕 웃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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