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 특위 구성하고 특별감사 진상조사 결정

“대표는 시의원들을 ‘바보’라 칭했으며 홍보마케팅 ***실장은 대표가 데려온 사람으로 평소에도 욕과 막말을 하기로 유명한데 ‘시의원 바보같은 놈들’이라는 말을 했으며, 시민문화본부 ***본부장은 ‘무식한 것들’이라는 발언을 공식석상 앞에서...”

‘고양문화재단 직원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내용의 일명 ‘시의원 바보’문건으로 시와 시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고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고양문화재단 내부의 ‘리허설 회의’ 내용을 담은 이메일이 일부 시의원들에게 보내진 것.

문건에 따르면 2일 고양문화재단은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대비한 내부 리허설을 진행했다. 안태경 대표와 본부장, 팀장 등 20여명의 간부급 직원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행감 대비라기 보다는 시의원들에 대한 비난성 대화가 오고 갔다는 것이 문건의 내용이다.

문서에는 “요점은 문화재단의 특성과 사업도 모르는 시의원들이 예산을 막 자른다는 것”, “안태경 대표는 덕양구의 어떤 국회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그 국회의원과 같이 일했던 시의원이 예산을 도와주기로 했다며” 등 구체적인 발언 내용과 분위기가 적혀있다. 또한 “방만한 경영과 안일한 판단으로 발생한 뷰티풀 민트 라이프 사건 같이 몇십억의 손해를 끼친 부분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라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어 "또 일부 간부들은 덕양구의 국회의원과의 친분도 과시하며 이 국회의원 밑에서 일했던 시의원이 예산을 도와주기로 했다는 등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불편하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고양시의회는 공식 대응하기로 했다. 12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고양문화재단 관련 특별조사위를 구성했다.

한편 안태경 고양문화재단 대표는 ‘문서’가 유포된 이후 열린 8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문서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단은 이날 직원들이 시의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문서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과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시의회의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박시동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의원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재단이 전체 시의회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그러나 문화재단에 대한 15억 예산 삭감이나 지도감독 결정은 이번 문서 파동과 무관하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적됐던 고양문화재단의 방만한 운영을 더이상 두고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시의원은 “총회에서 절대 다수가 고양문화재단 조사 특위 구성에 찬성했다. 의원들이 이번 사안을 시민대표의 권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같다”며 “그동안 안태경 대표의 태도에 대한 불만도 계속 있어왔다”고 말했다.

아람누리, 어울림누리뿐아니라 고양영상미디어센터, 마두청소년체육시설, 청소년문화의집 등 고양시의 주요 문화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고양문화재단. 이번 문서파동이 어디까지 불똥이 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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