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키우는 경기영상과학고 학교기업 ‘무대아트’

무대·음향 설치, 영상 제작
지난해 9천만원 매출 올려
매출액 중 일부 장학금으로

지난 2일 킨텍스에서 열린 ‘행복한 교육혁신도시만들기 원탁회의’ 취재<본보 1202호> 중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음향과 영상중계를 맡은 이들의 진행은 프로급인데 얼굴은 앳된 학생처럼 보였다. 바로 경기영상과학고 학교기업 학생들이었다.

경기영상과학고(교장 류제경)는 1997년 주엽공고로 개교했다가 2010년 특성화고인 경기영상과학고로 개편했다. 경기영상과학고에서는 특성화고의 설립취지에 맞게 취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학교기업 ‘무대아트’다. 

‘무대아트’는 실제로 매출과 이윤을 기록하고, 심지어 학생들에게 급여(장학금)까지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기업이다. 활동부문은 무대설치, 음향설치, 조명, 영상 중계 및 제작 등 4개 분야. 모두 경기영상과학고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과내용들이다. 그야말로 배우고 익혀서 실전에 응용하는 입체적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일이 ‘학습’이다.

‘무대아트’ 소속 학생들은 전공에 관계없이 선발된 25명으로 구성된다. 곽동욱 교사(교과지도)와 송우순 전기장(기술지도), 김남경 교사(학생지도) 등 3명의 교사들이 활동지도를 맡고 있다.

이들이 기록한 매출은 2013년에만 연간 9000만원에 이른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상반기에 각종행사가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만 6000만원을 초과하는 매출실적을 올렸다. 추가적인 매출도 가능하지만 학교측은 학생들의 학업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순이익 기준으로 2000만원에서 2600만원 정도의 수준에서 활동을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각종 행사장에서 ‘프로’처럼 제 몫을 해내는 경기영상과학고 ‘무대아트’ 학생들. (사진제공=경기영상과학고)

 

거래처도 다양하다. 각 고등학교의 교내행사가 다수이지만 재향군인회의 ‘6.25추모행사’, 일산경찰서 주최 ‘청소년 올레 공감 콘서트’ 등 성인들의 행사도 당당히 ‘수주’하고 있다.

1년간 활동으로 올린 매출액에서 장비대여비, 특수효과 렌탈비, 식비, 간식비 등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은 아이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그 금액이 1인당 80만원에서 100만원. 일반 기업체에 비해 30~40% 정도 낮은 금액을 받는데도 그렇다. 그만큼 아이들의 실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학교기업의 가장 큰 성과는 역시 교육적 효과이다. 간혹 ‘기업활동’에 참가하는 자녀들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학부모들도 있는데 아이들의 변화를 보고 생각이 바뀐다. 곽 교사는 “실습을 마치고 늦게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고 의구심을 가졌던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바뀌어 가는 눈빛을 보고 ‘성실해졌다’며 좋아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현장실습을 통해 얻는 중요한 것 중 또 하나는 자신감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일반 기업의 어른들보다 낫다’고 칭찬해주면 신이 난다. 일 잘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감히’ 말도 놓지 않는다. 그러면 아이들도 더욱 진중해진다. 새벽 4시 반에 현장으로 가서 늦은 밤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활동에 참가한 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률은 100%. 원탁회의에서 영상중계를 하던 이승찬(2학년)군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교육하고, 2년 동안 행사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경험으로 배운 거라서 취업한 후에 일을 잘한다며 우리 학교 출신들을 선호한다고 들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재학 중에 각종 상을 받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이런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 이제는 ‘무대아트’를 보고 이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또 이들의 활동을 견학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찾아오기도 한단다.

경기영상과학고 학교기업 ‘무대아트’는 ‘요즘 청소년들은 꿈이 없어 문제’라는 어른들의 걱정을 무색하게 하는 청소년들이 모인 곳이었다. 일찌감치 전문성을 갖추고 당당히 일하는 ‘무대아트’ 학생들이 대견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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