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근 기자

기자라는 직업을 향한 막연한 목표가 현실이 된 지 5개월, 3주 전에 취재했던 ‘에센 모터쇼 2016 고양 유치’에 대한 기사가 떠오른다. 한 달 전 타 언론사에서 보도한 에센 모터쇼 유치가 불확실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다. 그간 고양시에서 주최한 행사 ‘행주문화제’, ‘고양 시민의 날 행사’를 취재하며 참여 인원의 수를 과장하는 시정홍보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최성 시장이 유럽 방문의 최고 성과로 꼽은 에센 모터쇼 2016의 불발설은 꽤 매력적인 취재거리였다. 당일 저녁 바로 독일 에센메세에 고양시 에센모터쇼 유치가 확실한지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별 기대 않고 출근한 다음날 아침 에센메세 홍보팀으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난 꽤 흥분됐었다. ‘고양시장과 긍정적인 대화가 오고 간 것은 사실이나 현재까지 확실한 계약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에 특종을 잡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타 언론사의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에센메세로부터의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직 그 답변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다. 에센모터쇼가 어떤 모터쇼인지 독일의 유명 모터쇼의 대한민국 유치를 추진해온 단체가 어디였는지 고려하지 않았다. 그 답변 메일이 최성 시장의 과장된 시정홍보의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꽤 임팩트 있는 기사가 될 거라고 여겼다. 작성될 기사의 초점도 시장의 성과가 거짓이라는 데 있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바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고양시 관계자가 “에센모터쇼 2016의 고양시 유치는 맞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고양시가 아닌 한 재단과 협회가 추진해온 모터쇼 유치에 관한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고양시는 유치의 결정적인 증거로 에센메세가 재단에 전달한 한 문서를 제시했다. 독어로 작성된 문서였는데 고양시에서 함께 제시한 번역본은 개인적으로 번역을 하고 주변의 확인을 받은 내용과 달랐다. 고양시 측 번역, 아니 의역과는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즉시 고양신문 웹사이트를 통해 문서 원본과 번역한 내용을 게재했다. 그러나 곧 문서를 내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고양시에서 문건을 공개할 때 신문사 편집부만 보라고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후 내 기사는 길을 잃었다. 최성 시장의 유럽방문의 성과로 꼽은 에센 모터쇼가 사실은 1년도 전부터 한 재단과 협회가 추진해왔던 일이며 고양시에는 협조만을 부탁한 것, 사실상 최 시장의 유럽방문의 성과로 꼽기에는 고양시는 한 일이 없다는 것이 내가 보도하려 했던 기사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에센모터쇼 유치를 추진해온 재단과의 통화는 내 보도에 대한 의지를 단번에 꺾어버렸다. 재단은 “그 문서가 공개돼 독일 에센메세와 갈등이 생겨 에센 모터쇼 2016유치가 좌초될 위기”라고 말하며 “기사를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조준한 기사의 방향과는 전혀 상관없이 제3자가 피해를 입을 일은 전혀 고려를 못 했다. 또 큰 자본이 움직이는 유명 모터쇼가 내 기사 때문에 불발될 수 있다는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재단측의 다급한 부탁에 기사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렸다. 최성 시장의 “고양시 킨텍스 유치는 확실하다. 수일 내에 협약서를 작성할 것”이라는 답변을 그대로 보도해버렸다.
그리고 2주 전 에센 모터쇼 2016 고양시 유치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유치를 추진해온 재단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들었던 “에센모터쇼 관련 정보는 최우선으로 제공해드리겠다”라는 말이. 그렇게 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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